[영남시론] 북한 비핵화 없이도 평화 가능한가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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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15   |  발행일 2020-07-15 제27면   |  수정 2020-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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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오랜만에 입을 열었다. 지난달 17일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험담을 쏟아낸 뒤 20여 일 만이다. 그녀는 지난 10일 조선중앙통신 담화에서 "북미정상회담이 올해에는 열리지 못할 것으로 본다. 앞으로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자면 '불가역적인 중대조치들'이 취해져야만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앞으로 북미 간 협상 주제는 '비핵화 조치 대 제재 해제'가 아니라 '적대시 철회 대 북미협상 재개'의 틀로 고쳐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미국이 자기들과 만나길 원한다면 먼저 북한을 향한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해야 가능하다며 협상 개시의 문턱을 높인 것이다.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방한 직전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과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이 잇따라 미국과 마주 앉지 않겠다고 한 직후 미국과 한국에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이는 2년 전 북한이 밝힌 '조건부 비핵화' 입장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음을 보여준 것이다.

당시 북한이 내세운 비핵화의 조건은 첫째, 군사위협 해소 둘째, 체제 안전보장이다. '군사위협 해소'란 한미동맹 파기를 염두에 둔 것이고, '체제 안전보장'이란 북한체제를 흔드는 대북제재를 풀라는 의미였다. 결국 2018년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비핵화에 대한 개념·정의조차 일치시키지 못한 채 2년의 세월을 허송했다.

북한이 핵을 개발한 의도는 변함없는 대남적화 전략에 기초를 두고 있다. 6·25전쟁에 실패한 김일성은 대남 군사력 우위 확보로 재침하려 절치부심했다. 하지만 1970년대 중반 이후 경제력이 역전되자 재래식 전력으로 우위 유지가 어렵다고 보고 본격 핵 개발에 돌입한 것이다. 또한 재침의 가장 큰 걸림돌은 한미동맹이었다. 어떻게든 이를 깨야만 했다. 미국이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하기 전에 대북 적대시 정책부터 포기하라고 주장한 것이다. 북한이 말하는 소위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란 한미동맹을 지칭한다. 즉, 주한미군과 한미연합훈련이다.

주한미군은 북침을 위해 주둔하는 것이고, 한미연합훈련은 북침 핵전쟁 연습이라는 궤변이다. 결국 북한과 미국 간에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연합훈련을 영구 중단한다면 비핵화를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소위 북한이 주장하고 있는 '조선반도 비핵화'의 논리이고, 이번에 김여정이 거론한 바 '불가역적인 중대조치들'이다.

지난 6월 초순 이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만행과 대남 결별을 선언한 북한을 향해 문 대통령은 오는 11월 미국의 대선 이전 3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그러자 김여정은 미국이 자기들과 비핵화 협상 개시를 원한다면 한미동맹을 포기하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억지 주장을 내세운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 논의 전제조건은 무장해제 요구와 다름없다.

북한의 6·25 남침으로 태동한 한미동맹은 끊임없는 대남도발로 더욱 공고해졌다. 주한미군과 한미연합훈련은 지난 70년 동안 북한의 재침을 막아낸 억제력이다. 북침 공격용이라는 북한의 주장은 사실무근이다. 정전협정 체결 이후 한국과 미국은 단 한 번도 북한을 공격한 적이 없다.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근본 원인은 북한 핵이다. 이를 제거하지 않고 지속가능한 평화를 기대하는 것은 신기루에 불과하다. 그런데 여권 인사들 사이에 북한 비핵화 주장은 실종되고 한미연합훈련 중단·축소 논의만 지배하고 있으니 정말 걱정된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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