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형의 정변잡설] 인국공과 취준생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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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15   |  발행일 2020-07-15 제26면   |  수정 2020-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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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보안검색 업무를 맡는 임시계약직을 청원경찰로 정규직화한단다. 이에 분개한 취업준비생들이 청와대에 국민청원을 내고 동의하는 사람이 눈덩이처럼 늘어났다. 난 열심히 공부해서 준비하고 있는데 스펙도 되지 않는 임시직들이 먼저 좋은 일자리를 차지한다는 하소연인 것 같다. 그러나 유감스럽지만 분노의 방향과 대상이 틀렸다.

예컨대 같은 직장에 같은 업무를 하는 정규직이 100명, 비정규직이 100명이 있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꿔야 하는 상황이라면 합당한 방법이 무엇일까. 취준생의 주장이 비정규직 모두를 즉시 해고하고 기존 정규직 선발기준에 따라 100명을 신규 채용해야 한다는 것이라면 매우 이기적이다. 입사시험을 몇 년째 준비해 온 취업준비생이 새로 생긴 자리를 모두 차지하고 비정규직은 그나마 호구지책을 잃어버리게 된다. 이것이 취준생들이 말하는 '공평함'일까.

다음으로 해마다 자연 결원을 보충하는 기존 방식을 유지하되 비정규직은 더 이상 뽑지 않고 정규직만을 뽑는 방법이다. 비정규직의 이직이 정규직보다 당연히 많을 터이니 정규직은 종전보다 취업할 기회가 두 배 이상 늘어난다. 그러나 비정규직은 영원히 정규직이 될 수 없으니 취준생에게만 유리한 방식이다.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세 번째는 원칙적으로 비정규직을 그 자리에서 정규직으로 바꾸고 더 이상 비정규직을 뽑지 않는 현행 방식이다. 정규직이 된 비정규직의 이직률은 종전보다 낮아질 것이지만, 정규직만큼 자연 결원은 생길 것이다. 이 방식대로 하더라도 취준생이 지원할 자리는 종전보다 두 배나 많아진다. 일자리가 두 배나 늘어난다는 것은 엄청난 혜택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취업준비생이 비정규직을 준비한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같은 일을 하지만 B급 대우를 받으면서 몇 년씩 그 자리에 버텨 온 공로만으로도 비정규직이 정규직이 될 자격은 충분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취준생의 이익을 오히려 확대하는 것이다. 비정규직을 이대로 두고 아무것도 바꾸지 말자는 주장이 아니라면 지금 청년들의 불만은 틀렸다. 반대로 정부와 기성세대에 대해 '임시계약직을 더 많이, 더 빨리 정규직으로 바꿔라'고 요구해야 한다. 그것이 자신의 이익을 신장하는 것이다.

말이 난 김에 마저 하자면, 현 정부의 비정규직 정책은 낮은 단계에 머물러 있다. 비정규직의 '고용불안'만 해소했을 뿐이지 '동일노동 동일임금'까지는 아직도 멀었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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