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신주식<삼흥전자 대표이사>...굿바이 구미와 통합신공항

  • 백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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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16   |  발행일 2020-07-17 제21면   |  수정 2020-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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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식 삼흥전자 대표

필자는 경북 구미국가산업단지에서 20년 간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 회사는 TV·모니터를 생산하는 LG전자의 1차 협력업체로 세계 바이어가 현지에서 생산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부품을 재포장해 세계에 공급하는 'CKD(complete knock down)' 전문 중소기업이다.


최근 구미 LG전자는 TV·모니터 경쟁력 향상을 위해 오는 10월 말 생산공정 일부를 제외한 생산시설을 인도네시아로 옮겨 45년간 정든 경북을 떠난다. 우리 회사도 10월 쯤 폐업 예정으로 20년 간 동고동락한 사원들과 헤어질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눈물이 앞을 가리고 잠도 제대로 잘 수 없다.


LG전자가 구미를 떠나 인도네시아로 옮기는 이유는 간단하다. 높은 인건비 부담 탓에 가격 경쟁력과 물류 인프라가 떨어져 해외로 이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LG전자 경쟁사 경우 3~4년 전부터 수도권의 TV 생산기지를 베트남으로 옮겨 낮은 임금의 노동력과 적합한 물류 활용으로 세계 시장점유율을 대폭 향상한 것으로 알고 있다. LG전자가 구미를 떠나면 임직원과 구미·대구에 산재한 1~3차 협력·관계사 임직원의 대량 실직사태가 이어져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경제에 치명적 타격이 될 것이다. 


사실 우리 회사는 물류와 연관이 많아 공항과 항만의 물류 인프라가 굉장히 중요하다. 예를 들어 항만에서 배로 부품을 보내면 동남아·남미·유럽까지 최소 1~2개월이 소요되고, 현지에서 부품에 긴급 문제가 생기면 다시 비행기로 보내야 하지만 대구공항은 물류 기능이 없어 인천공항을 이용해야 한다. 


전자부품을 운반하는 화물차는 특성상 시속 80㎞ 이내로 저속 운행이 필요해 인천공항까지 운전 시간은 4시간30분이고, 식사와 휴식을 겸할 경우 6시간이나 소요된다. 수도권의 교통여건이 나쁘면 7시간 이상 걸리기도 한다. 대구·경북의 부흥을 위해 가까운 곳에 허브·물류 인프라를 두루 갖춘 통합신공항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제경쟁력을 가진 대기업은 정부나 지자체가 세제 감면, 금융지원, 공장용지 제공 등 파격적인 혜택을 줘도 물류경쟁력이 나쁘면 절대로 오지 않는다. 


이즘에서 가장 큰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통합신공항에 대해 기업인 관점에서 한 말씀 드리겠다. 통합신공항은 △향후 민간공항 기능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는 지역을 선정 △향후 내륙 허브 공항으로 도약에 대비한 확장성과 대규모 산업화물 운송 역할 고려 △영남권의 접근성도 중요하지만, 충청·호남권에서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지역 △군 공항 기능 이전에 따른 순수 민간 허브공항으로의 성장 가능성 고려와 같은 요건을 반드시 충족해야 한다.


최근 의성·군위군이 통합신공항 후보지 문제를 놓고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는 형태에 매우 참담한 심정이다. 오랜 경기침체와 코로나19 사태로 기업과 공장은 부도 위기에 몰리고, 일부 기업은 해외로 이전하는 상황에서 자치단체의 분열에 그저 답답하기만 하다.


의성·군위군은 소탐대실의 우를 범해 역사의 죄인이 되지 않도록 상생의 길을 찾아 지방경제 활력의 모멘텀이 되기를 갈망한다. '굿바이 통합신공항'이 되지 않도록 한번 더 생각해 달라는 얘기다. 통합신공항의 조속한 건설로 대구·경북의 산업 경쟁력이 높아져 인도네시아로 떠난 LG전자가 언젠가는 구미산단으로 돌아오기를 기대한다.


"반세기 동안 지역경제 발전에 많은 도움을 준 LG전자에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삼흥전자 사원 여러분도 그동안 수출 최일선에서 정말 수고가 많았습니다. 오래오래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글로 대신합니다."
신주식<삼흥전자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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