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재명' 안도한 여권, 박원순 의혹 檢수사엔 협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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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17   |  발행일 2020-07-17 제23면   |  수정 2020-07-17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해 대법원이 16일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리자 진보진영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남에게는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본인에게는 한없이 관대한 데 대한 민심은 여전히 숙지지 않고 있다. '미투'로 정치생명이 끝난 안희정·오거돈 사건을 비롯해 '조국'과 '윤미향' 사태 그리고 부동산 투기 논란에 국민적 공분이 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런 와중에 터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사망 소식, 이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진보진영의 태도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15일 청와대는 물론 더불어민주당과 서울시는 일제히 박원순 전 시장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고소인을 두고 '피해자'란 표현을 쓰지 않았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피해 호소인', 이낙연 의원은 '피해 고소인', 서울시는 '피해 호소 직원'이라 했다. 피해자가 직접 기자회견을 통해 피해 사실을 알렸는데도 불구하고 생경한 신조어를 만들어 혼란을 일으켰다. '내 편'의 성 비위에 눈 감는 한편, 피해자를 피해자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속내도 읽을 수 있다. 그동안 여권이 강조해온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에 크게 어긋난다. 명백한 2차 가해다. 특히 이 사건은 고소와 동시에 피고소인에게 수사상황이 전달됐다.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증거인멸의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따라서 이번 의혹은 서울시나 정부·여당에 진상을 밝힐 책임을 맡길 수 없다. 검찰이 나서 성추행 의혹뿐 아니라 정보 유출 등 진상을 신속히 파악하는 게 바람직하다. 증거인멸을 막기 위해서라도 수사는 서둘러야 한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내년 4월7일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후보를 공천하려는 기류다. 이는 '소속 선출직이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해 열리는 재·보궐 선거에는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당론을 뒤엎는 행위다. 민주당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18년 지방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친형 강제 입원 논란과 관련해 무죄 취지의 대법원 판결을 받은 것만으로 다행으로 여겨야 한다. 이 도지사가 도지사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지만, 12명 중 5명의 대법관이 유죄로 본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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