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굿바이, 엔니오 모리코네

  • 박종문
  • |
  • 입력 2020-07-20 08:05  |  수정 2020-07-20 08:11  |  발행일 2020-07-20 제15면

문제일
문제일 (DGIST·뇌 인지과학전공 교수)

향기박사가 공부하던 미국 볼티모어의 '리틀 이태리'라는 동네에서는 여름이면 주차장 벽에 영화를 상영하는 영화제가 열렸습니다. 이 영화제 하이라이트는 세계인이 사랑하는 영화 '시네마 천국'이 상영되는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시네마 천국'에도 마을 광장에서 영화를 비춰주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를 오마주한 영화제이기 때문입니다. '시네마 천국' 마지막, 주인공은 유명한 영화감독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와 어릴 적 자신을 챙겨주던 영화기사가 남긴 영화를 봅니다. 검열로 삭제된 키스신만을 모아 만든 그 영화를 보며 주인공은 아련한 추억과 그리움에 잠기는데, 이 장면에서 아름다운 음악이 더해져 감동이 더욱 진하게 다가옵니다.

이 아름다운 음악을 담당한 작곡가 엔니오 모리코네가 지난 7월6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모리코네는 '시네마 천국' 외에도 '미션' 등 지금도 사랑받는 명화의 음악을 담당하였습니다. 이들 영화는 모리코네의 음악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사랑받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명작 '시네마 천국'의 마지막 키스신 장면은 향기박사의 '감각신경생물학' 강의에도 활용됩니다.

왜냐하면 감각 간의 간섭을 설명하는데 가장 좋은 예이기 때문입니다. 영화 속 반복되는 키스신에 등장하는 연인들은 모두 눈을 감고 있습니다. 이는 여러 감각기관을 통해 뇌에 전해지는 감각정보를 동시에 처리하느라 힘든 뇌의 부하를 줄여 오로지 촉감에만 집중하기 위함입니다. 이러한 뇌의 감각신호처리 방식은 실제 연구를 통해 밝혀졌는데, 2016년 영국 런던대학 심리학과 산드라 머피 교수 연구진이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Human Perception and Performance'에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눈을 뜨고 있으면 촉각자극을 감지하는 정도가 떨어지고, 눈을 감으면 촉각자극을 감지하는 정도가 높아진다고 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입맞춤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음악을 들을 때 우린 눈을 지그시 감고 청각에만 의존하여 음악에 몰입합니다. 향수를 맡을 때나 음식 맛을 볼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린 눈을 감고 오로지 후각과 미각에만 집중하여 향과 맛을 음미합니다. 물론 뇌는 모리코네의 음악이 가미된 명화들처럼 눈으로 보는 장면의 감동을 더욱 증폭시키기도 합니다. 흥미롭게도 2019년 'Cell'에 발표된 미국 MIT의 차이 리훼이 교수 연구진 결과에 따르면, 시각자극과 청각자극을 통해 특정 뇌파가 유도되면 치매 증상도 개선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번 휴가는 엔니오 모리코네의 아름다운 음악이 함께하는 한 편의 영화 감상으로 좋은 뇌파를 발생시켜 코로나로 지친 여러분의 뇌건강을 챙기는 것은 어떨까요.

DGIST·뇌 인지과학전공 교수

기자 이미지

박종문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