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인수의 인테리어 다반사] 방수, 과유불급이어도 좋다

  • 유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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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24   |  발행일 2020-07-24 제37면   |  수정 2020-07-24
물 안새고 물 잘 빠지는 집이 가장 잘 지은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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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액방 2회 시공후 코너부분 타르방수 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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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수된 후 복구 중인 견본주택.

건축물을 평가하는 기준은 다양하다. 디자인이 예뻐서 상을 받는 건축물이 있는가 하면 편리한 구조로 설계되어 살기 좋은 집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전문가들이 평가하는 기준이 아닌 일반인의 평가 기준은 어떨까. 어떤 건축물이 좋게 평가를 받게 될까. 아파트를 고를 경우 대개 견본주택을 보고 선택을 하게 되는데 방의 수나 거실 주방 등의 구성을 보고 살기 편한지를 판단한다. 얼마 전 서울의 수십억원짜리 고급빌라가 침수되었다는 뉴스가 있었다. 가격도 만만치 않은 고급빌라지만 침수되니 뉴스거리가 되었다. 고급자재로 꾸며지고 아무리 편리하게 설계되었다 하더라도 공사 마무리가 잘못되면 좋은 건축물이 아니다. 건축을 하는 사람들끼리 하는 말이 있다. 물 안 새고 물 잘 빠지면 잘 지은 거라고….

공사를 할 때 급·배수공사와 방수공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준공 후에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면 정말 힘들어진다. 특히 방수는 더 심하다. 그래서 방수공사는 많이 신경을 써야 하는 분야다. 방수 공사만큼은 과유불급이란 말이 의미가 없다. 그만큼 세심하고 꼼꼼히 시공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상황만 허락된다면 방수에 대한 점검은 한번 더 해보는 것이 좋다. 방수공사 후 마감공사 (흔히 타일공사)를 하고 나면 잘못된 곳을 찾을 수 없고 훗날 후회스러운 일이 일어날 수 있으니까.

누수현상은 아무도 예측할 수가 없다. 화장실 천장에서 누수가 있다면 응당 위층의 화장실이 문제가 되어 누수가 일어난다고 생각하게 된다. 실제로 그럴 확률은 상당히 높다. 화장실은 아파트에서 보면 물이 집중되어 있는 곳이므로 이런 경우는 쉽게 누수되는 곳을 찾을 수 있고 또 쉽게 수리를 할 수가 있다. 하지만 화장실 인근의 방 천장에 누수가 있다면 화장실의 방수 문제이거나 급·배수 배관 혹은 보일러 배관의 문제일 수도 있다. 물 새는 곳을 찾기만 한다면 고치는 것은 어떻게든 고칠 수 있다.

좋은설계·고급 자재 마무리 주택
누수로 인한 침수 발생땐 무용지물
급·배수, 방수공사 부실시공 처리
타일 마감후 원인 발견 더 어려워
공사 후 방수 상태 철저하게 확인

윗집 누수 등 원인 찾기 쉽지 않아
콘크리트 균열, 진행 속도 더 빨라
화장실·급배수 배관·보일러 체크
전문가에 의뢰해 꼼꼼히 점검해야


필자의 집에서 일어난 에피소드를 얘기해 볼까 한다. 칠곡3지구에 살다가 이사를 하게 돼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했는데 2주가량 지난 즈음 앞집에 사는 분이라며 한 아주머니께서 찾아오셨다. 소음으로 인한 민원인가 했는데 자기 집에서 물이 샌다고 하며 한번 와 보라고 했다. 같은 층이니 우리 집으로 인한 누수가 아닌데 왜 그러냐고 하니 윗집에 가봐도 물새는 것 같지 않은데 물이 새니 답답해서 왔다고 한다. 윗집에서 새지 않는 물이 아랫집에서는 누수가 있다? 분명 이상한 상황이라 궁금하기도 하고 누수자리를 못 찾아서 그렇지 분명 어딘가에서 누수가 있다고 장담하며 그 집을 갔다.

확실하게 벽과 천장이 젖어있음을 확인하고 위층을 조사했다. 위층의 보일러와 급수관에 압을 걸어봤지만 아무 문제가 없다. 아래층에서 위층 화장실 바닥을 점검해도 깨끗했다. 도무지 물길을 찾을 수가 없었다. 마침 설비작업을 온 사장님이 혹시 모르니 위층의 위층을 점검해 보자고 한다. 언젠가 이런 상황을 경험한 적이 있다면서…. 물이 새는데 한 층을 건너뛰어서 물이 샌다는 게 이상했지만 궁금해서라도 해보자고 했는데 윗집들은 번거롭게 한다고 난리였다. 결국은 윗집의 윗집 PIT부분에서 누수가 있음을 찾아냈고, 관리사무소에 연락을 해 누수를 잡았다.

압을 건다는 것은 물이 들어있는 배관 한쪽을 막고 압을 가해 누수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누수여부를 확인하더라도 그 긴 배관의 어느 부분에서 누수가 있는지 그 위치를 찾아내기는 쉽지가 않아 누수가 발생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사용된다. PIT란 쉽게 얘기하면 공동구(급수나 배수배관을 모아 놓는 공간)를 말하는데, 대개 수직으로 연결돼 있다. 수도 배관의 경우 이 공간을 통해 아파트의 최상층까지 올라가는 주 배관이 있고 층마다 그 주관에서 가지 관을 빼서 집집마다 수돗물을 공급한다. 오래된 아파트는 수도배관으로 스테인리스관 대신 주철관을 주로 사용했기 때문에 부식돼 녹물도 나온다. 그 주철관의 이음부분에 녹이 슬면서 살짝 터진 것인데, 그 물이 수직벽을 타고 내려오다가 앞집에 다다랐을 때 벽면의 요철부분을 타고 그 집으로 들어간 상황이었던 것이다. 오랜 경험 중 이런 경우는 처음이고 자주 있는 일도 아니었다.

물은 중력의 법칙을 아주 잘 지킨다고 보면 된다. 가령 어느 집의 보일러 배관이 터져 아래층에 누수가 발생했다고 가정해보자. 아랫집의 주방 천장에서 누수가 있다고 한다면 대부분 윗집의 싱크대 부분에 누수가 있을 거라고 예측을 한다. 그럴 수도 있지만 보일러의 누수라는 가정 하에서 보면 상황은 다르다. 안방 구석에서 누수가 있는데 아래층 주방에 물기가 있다. 이런 경우가 중력이 작용한 경우다. 콘크리트 타설을 하면 설계도면처럼 완벽한 수평을 잡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사면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보일러 배관에서 누수가 발생하면 미세한 물이 오랜 기간 누수돼 아랫집 천장(윗집의 바닥부분) 콘크리트를 적시게 되고 콘크리트가 물을 머금을 동안은 아랫집에 물이 새지 않는다. 이 콘크리트가 함수율 100%를 넘어서면서 방울방울 아랫집으로 물이 새기 시작한다. 콘크리트에 균열이 있을 경우는 더 빨리 진행된다. 이렇게 흐른 물은 아랫집 천장면의 콘크리트 경사를 따라 흘러 최고 낮은 꼭짓점에 다다르면 아래로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누수가 발생하면 아랫집 천장을 뜯어내고 물길을 찾아야 쉽게 누수를 잡을 수 있다.

다시 앞집의 경우로 돌아가서 얘기를 좀 더 해보자. 이런 경우 누수가 발생한 층의 주민은 물론 피해를 본 주민도 황당하다. 누구에게 피해보상을 받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 경우 누수가 발생한 배관이 설계도 상 내 집 안에서 누수가 되었는지 아닌지를 확인만 하면 된다. 내 집 안에서 누수가 일어났다면 억울하지만 내가 보상해주고 수리비도 부담을 해야 한다. 하지만 PIT에서 누수가 생긴 거라면 관리사무소 측에서 수리 및 피해보상을 해야 한다.

최근의 일도 하나 소개를 할까 한다. 지금 필자는 나홀로 아파트 신축현장 관리책임자로 잠시 일을 하게 되었다. 코로나19의 피해랄까. 어쨌거나 이 현장의 일을 보며 화장실 및 발코니의 방수공사를 체크했는데 액방(시멘트 액체방수의 줄임말)을 2회 시공을 한 상황이었다. 시멘트에 방수액을 혼합해 시공했으니 미세한 크랙이 발생한 것 같았고 방수업자에게 방수한 곳의 코너 부분에 타르방수액을 바르도록 지시를 했다. 방수업자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며 믿으라고 한다. 필자는 자칭 '의심병 환자'다. 업자와 다투면서도 그 작업을 믿지 않는 버릇이 있다. 이번에도 약간의 다툼 끝에 타르방수액을 발랐는데 확인하니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날 밤 비가 왔다. 신축 현장이어서 우수배관이 원활하게 시공이 되어 있지 않았다. 결국 밤새 내린 비로 인해 3층에서 누수가 발생하고, 아래층의 완공된 샘플하우스를 완전 침수시켜버렸다. 원인을 찾아보니 3층의 앞 발코니 도어 하부 귀퉁이에 조그마한 구멍이 있었고 그곳으로 밤새 물이 들어간 것이다. 앞 발코니에서 들어간 물이 아래층의 주방천장을 완전 침수시켰다. 만일 방수업자가 내 말대로 타르방수만 신경 써서 시공을 했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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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건축디자인 대표

요즘은 셀프 방수시공제도 나오고 좋은 방수제가 많이 나와 있다. 하지만 필자는 방수만큼은 꼭 전문가에게 의뢰를 했으면 한다. 방수공사를 하는 것을 보면 공사비에 비해서 너무나 쉽게 공사를 하는 것 같아 비용을 줄이려고 하기도 한다. 절대로 좋은 방법이 아니다. 오히려 방수를 더 꼼꼼히 하도록 관리를 하거나 타르방수액을 시공해 달라든지 해서 철저히 체크하는 것이 좋다. 과유불급이란 말이 무색한 공정이 방수공사다. 필자는 오늘도 물 잘 나오고 배수 잘되는 집을 만들기 위해 공사상태를 점검하러 간다.

본건축디자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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