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 4번째 검도 7단 이은미 대구 선해재 관장

  • 문순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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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22   |  발행일 2020-07-22 제13면   |  수정 2020-07-22
운명처럼 찾아온 '검도의 길' 30년…"올핸 생활 속 조선세법 실천에 매진"

검도7단이은미선해재관장
검도 7단 이은미 선해재 관장. <이은미 관장 제공>

음악도에서 검도 7단이 된 이은미 선해재 관장. 이 관장의 대구시 수성구 신매동 소재 검도교실 선해재(善海齋) 도장에 들어서면 '조선세법'이란 글씨와 이 관장이 모델이 된 조선세법도가 눈에 띈다. 이 관장은 우리의 숨결이 느껴지는 '조선세법'을 알리기 위해 남다른 노력과 연구를 하고 있다.

이 관장은 조선세법(朝鮮勢法)은 1621년 명나라 모원의가 15년 동안 고금의 병서(兵書) 2천여 권을 연구·검토·정리하여 만든 240권의 병법서인 무비지(武備志)에 수록된 검법이라고 했다.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명나라와 교류하면서 검법이 전해졌고, 우리가 무(武)를 천시하는 동안 기록으로 남아서 전해져 오던 것을 1980년도 초 대한검도회의 범사(範士) 8단 이종림 선생이 복원해 계속 연구되고 있다고 한다.

피아노 전공하다 검도에 입문
각종 전국대회서 수많은 입상
전국 女검도 사범회 출범시켜
韓 여자검도 사범회장도 역임
우리전통 검법 계승·연구 매진


이 관장은 피아노를 전공한 음악도로 대구가톨릭대 음악대학원에 진학할 무렵 대구 최초의 대한검도회 사설 검도장인 일검관이 개관했고, 첫 번째 관원으로 입문을 했다. 여자가 무슨 검도를 하느냐고 백안시하던 시절이었다. 1991년에 입문하여 순탄하게 승단을 하고 각종 전국대회에서 수많은 입상을 통해 대구 여성 검도인의 강함을 보여주었다.

가장 어려웠던 7단 심사에서 6번의 고배를 마신 끝에 2018년 우리나라에서 여자로는 4번째로 승단했다. 세계적으로도 아직 여성 8단은 없다. 현재 검도의 최고 단은 8단이다.

2010년 베이징에서 열린 무도올림픽 'Sports Accord Combat Games'에서 이 관장은 조선세법을 시연해 세계인들에게는 한국 고유의 검법이 있다는 것을, 자신에게는 정체성에 대해 눈뜨게 되는 계기가 됐다.

이후로 SBS 검도왕대회, 세계육상경기대회, 대구 컬러풀페스티벌, 서울시 문화재 행사, 한·몽골 문화교류 등 수많은 행사에서 조선세법 시연을 통해 전통검법의 우수성과 우리 문화의 품격을 국내외로 알리는 데 온 힘을 다했다고 한다.

이 관장은 조선세법뿐만 아니라 조상들이 수련했던 육예(六藝, 예(禮)·악(樂)·사(射)·어(御)·서(書)·수(數)) 공부로 이어져 2014년 경북대 예술대학원 국악학과에 진학해 가곡 전공으로 수석 졸업했고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대구시 무형문화재 제5호 가곡의 전수 장학생이며 가객(歌客)이기도 하다.

이 관장은 검도교실 아이들의 인성교육에도 애정을 쏟고 있다. 검을 통해서 왕성한 기력과 강인한 정신을 배우고 차를 마시고 말을 달리며 정가를 부르는 모습은 다른 검도교실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남다른 풍경이다. 10년 전에 돌아가신 스승 안동석 관장은 "문(文)과 무(武)를 병행해야 훌륭한 검도인이 될 수 있다"라며 문무겸전을 늘 강조했다고 한다.

운명처럼 찾아온 검도의 길을 걸어온 지도 내년이면 30년이라는 이 관장은 1990년대 말 대구 여성 검도인 모임인 '죽향'을 만들었고 전국 여자 검도 사범회를 출범시켰다. 이후 전국 여자 검도 사범회는 한국 여자 검도 사범회에 흡수되었다. 한국 여성 검도 사범들의 화합과 발전을 위해 한국 여자검도 사범회 회장을 4년간 역임했고 현재 한국 여자검도 사범회 고문과 대한검도회 검법위원, 심판, 심사위원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 관장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검도를 배우는 어르신들이 새벽마다 산에 올라 조선세법을 수련하며 건강을 다지고, 영성을 공부하는 신학생들이 열심히 수련해 유단자가 되는 것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이 관장은 "올해는 조선세법 연무에 어울리는 곡을 만들고, 옛 문헌들을 통해 우리 전통검법을 계승해 나가면서 검도인의 경계를 넘어 생활 속에서 조선세법을 실천할 예정"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문순덕 시민기자 msd56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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