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속도' 때문에 국회의 민주적 기능 뭉개는 巨與의 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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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31   |  발행일 2020-07-31 제23면   |  수정 2020-07-31

국회 의석 176석과 18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한 거대 여당의 독주가 위험천만이다. 29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기획재정위·행정안전위 전체회의에서 당정이 합의한 부동산 대책 후속법안이 일괄 의결됐다. 더불어민주당은 내달 4일로 예정된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 의결을 맞추기 위해 기관장 업무 보고, 현안 질의 후 법안 처리 관행을 일방적으로 바꿔버렸다. 법안소위 구성 및 심사 절차도 생략한 채 논란의 여지가 큰 부동산 입법 처리를 강행했다. 법사위에서 처리 예정이던 주택임대차보호법은 회의 시작 1시간 반 전에 이미 대안 폐기로 수정 처리된 채 의안정보시스템에 오르는 사상 초유의 사태도 발생했다. 공수처 출범도 전에 관련 후속법이 상임위에서 통과됐다. 여당 단독 의결로 통일부 장관·국정원장 후보도 임명됐다. 거여의 폭주다.

야당의 반발은 당연했다. 미래통합당은 "의회 독재를 멈추라"고 외쳤다. 정의당도 "국회는 민주당이 원하는 날짜에 원하는 법안만 통과시키는 곳이 아니다"라며 쓴소리를 냈다. 무시됐다.

법사위원회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최재형 감사원장이 '탈원전 정책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라는 이유로 여당 의원들에게 십자포화를 맞았다. 정부가 경주 월성1호기를 조기 폐쇄하기로 한 결정이 타당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인 최 원장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의 공격은 집요했다. 여당의 질타는 3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감사원장직 사퇴 요구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에 대한 강한 압박으로 받아들여질 만했다. 이런 가운데 '검찰 독주를 견제하겠다'며 스스로 마련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도 무력화시켰다. 그 연장 선상에서 이날 초유의 검찰 간부 간 육탄전까지 벌어졌다.

21대 국회가 개원한 지 한 달 남짓 동안 거대 여당인 민주당은 오직 '속도'를 내세우며 직진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떠받쳐 온 국회의 '견제'와 '균형'의 기능은 증발했다. 국회는 청와대·정부의 거수기가 아니다. "대결과 적대의 정치를 청산하고 협치의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한 문 대통령의 국회 개원 연설은 어디로 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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