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광장] 박지원은 주호영을 고소하라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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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31   |  발행일 2020-07-31 제23면   |  수정 2020-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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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호 정치평론가

문재인 대통령이 박지원 국정원장 임명을 강행했다. 인사청문회에서 2000년 4월8일 "남측은 정상회담을 계기로 인도주의 정신에 입각해 북측에 5억달러분을 제공한다"는 이면 합의서를 작성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야당이 "진위 확인 때까지 임명을 유보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대통령은 하루 만에 임명을 밀어붙였다.

대북 불법 송금은 2003∼2004년 특검 수사와 대법원 판결을 통해 5억달러분(4억5천만달러와 현물 5천만달러)이 전달되었음이 확인된 바 있다. 현실에서 벌어진 일이 '이면 합의'의 내용과 정확히 일치하니, 의심하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하다. 박지원은 청문회에서 '사실이 아니다' '기억이 없다' '위조다' '논의는 했다'고 네 차례나 말을 바꿨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공개한 이면 합의서가 위조 서류인지 아닌지는 청와대와 국정원이 가장 잘 안다. 2000년 북과 협상을 할 때 국정원 과장으로 협상에 깊숙이 관여했던 서훈씨가 국정원장을 거쳐 청와대 안보실장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은 대통령에게 확인을 요청했지만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정부 내에 그런 문건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은 임명장 수여 이후였다. 뭐가 그리 급했길래 임명부터 했단 말인가. 청와대의 주장대로라면 김대중정부는 합의하지도 않은 5억달러를 북한에 불법 송금하고 훗날 형사처벌을 받은 셈이다.

당시 대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남북은 2000년 4월8일 정상회담 합의까지 세 차례 예비접촉을 했다. 2000년 3월9일 싱가포르에서 박지원·서훈과 북한의 송호경·황철이 처음 만났다. 이어 3월17일 중국 상하이에서의 두 번째 만남에서 남측은 북측에 정상회담에 응할 경우 쌀·비료 등과 같은 인도적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고, 향후 20억∼30억달러에 상당하는 사회간접자본시설(SOC) 지원도 가능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2000년 6월부터 3년간 25억달러 규모의 투자 및 경제협력차관을 사회간접부문에 제공한다"는 이면 합의서 첫 번째 합의사항과 같은 내용이다. 2000년 3월23일 중국 베이징 접촉에서 남측은 20억∼30억달러 규모의 SOC 지원을 재차 언급했다. 이에 북측은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인도적 지원 외에 현금으로 5억달러를 지원해달라고 요구했으나 남측은 현금 지원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견을 좁히지 못하던 남북은 일본인 사업가 요시다 다케시와 현대의 중재로 2000년 4월8일 베이징에서 다시 만났다. 북한은 현대가 갖는 사업권의 대가로 현금을 지급하는 액수를 놓고 담판을 벌인 끝에 4억달러를 받기로 최종 합의했다. 3억5천만달러는 현금으로 정상회담 전에 송금하기로, 5천만달러는 평양체육관 건립 등의 물품으로 갈음했다. 합의 내용은 임동원 국정원장에게 보고됐다고 재판부는 적시했다. 이후 박지원과 송호경은 다시 만나 정상회담 개최 전에 우리 정부가 북측에 현금 1억달러를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이처럼 대법원 판결문과 이면 합의서의 내용은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일치한다. 만일 이면 합의서가 실제 작성된 것이라면 박지원 국정원장의 생사여탈권은 원본을 보관하고 있는 평양 정권이 쥐게 된다. 이는 대재앙이다. 박지원 원장은 지난 28일 해당 문건에 대해 "허위·날조된 것으로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주 원내대표는 "제발 고소해 달라"고 응답했다. 박 원장은 주 원내대표를 반드시 고소해야 한다. 그래야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고 국가적 재앙을 막아낼 수 있다.
신지호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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