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호순 〈곽호순 병원장〉 |
예를 들어 보자. 친구 둘이 여행을 갔다. 서로 매우 친한 사이라고 생각을 한다. 출발할 때 예상과는 달리 그 여행은 고난이었다. 결국 돈이 떨어졌다. 어느 어스름 저녁에 두 사람은 한적한 산골길을 걷게 됐다. 배가 너무 고팠다. 근데 어느 산골 외딴 집에서 맛있는 음식 냄새가 흘러 나와 배고픈 두 사람을 자극했다. 자연히 발걸음은 그 집 앞을 향했다. 다행히 문이 열려 있었다. 두 사람은 다투듯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근데 놀랍게도 대청마루에 떡하니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었다. 그 음식을 보는 순간 두 사람은 '먹고 싶다'는 욕구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그 음식의 주인이 안 보이는 것. 남의 음식을 앞에 두고 두 사람은 배고픔이라는 욕구에 엄청난 갈등을 하게 된다.
친구 A는 이렇게 생각을 한다.
"먹고 싶다. 배가 고프다. 비록 주인 있는 음식이지만 우선 먹고 보는 거야. 살아야지. 먹는 동안에 주인이 나타나면 그냥 사과하는 거야. 그럼 용서해주겠지. 혹시라도 다 먹을 동안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고마운 거지.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곱다니 우선 먹자. 뒷일은 나중에…."
A는 욕구를 쉽게 해결해버린다. 고민하기보다 욕구를 먼저 해결하는 쪽으로 합리화해 버린다. 도덕적인 관념이나 사회적 행동, 주위 사람들의 칭송 이런 것들은 뒷전이다. 욕구를 쉽게 해결하고 갈등도 없다. 이런 A의 성격은 남들은 피곤하지만 자기는 행복하다. A는 배불리 먹고 편하게 길을 간다.
친구 B는 먹지도 못하고 괴롭다.
"먹고 싶다. 배가 너무 고프다. 그러나 주인 없는 음식을 어떻게 내가 먹을 수 있나. 아무리 배가 고파도 그렇게 할 수는 없지. 주인이라도 있다면 사정을 얘기하고 허락을 얻은 후 먹을 수는 있겠지만, 게걸스럽게 먹다가 주인이 나타나면 그 비난을 어떻게 감수할까. 남의 음식을 먹고 싶다고 생각한 자체가 이미 죄를 지은 거야."
B는 욕구를 참아서 배고프다. 게다가 죄책감까지 안고 있다. B는 늘 욕구를 억누르고 기다리고 참는다. 도덕적인 관념이나 사회적으로 마땅한 행동, 칭찬 같은 것들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욕구를 쉽게 해결하지 못하고 갈등이 많다. 이런 B의 성격은 남들은 편안하고 자기는 힘들다. B는 배고프고 괴롭게 길을 간다.
마음은 세 가지 구조로 이뤄져 있다. 우선 원초아(id)라 불리는 욕구다. A·B 둘 다 '먹고 싶다'는 욕구가 그것이다. 이것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마땅히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욕구를 해결해야 할 집행자가 필요하다. 이를 자아(ego)라고 부른다. 자아는 괴롭다. 욕구가 끝없이 자아를 괴롭히기 때문이다. 욕구가 원하는 대로 자아가 다 해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늘 편안하고 등 따습고 배부르게 '쾌락주의'로 살 수 있을 텐데. 근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참아야 하고 기다려야 하고 남을 생각해야 하고 도덕적으로 바람직한 행동을 해야 한다. 이렇게 욕구를 통제하고 관리하는 초자아(super-ego)가 세 번째 마음의 중요한 구조다. 초자아가 원하는 세상은 '도덕주의'다.
이 세 가지 마음의 조화가 그 사람의 성격을 결정한다. A는 쉽게 욕구와 타협하는 사람이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기다리거나 참는 것보다는 빨리 만족되는 방법을 찾는다. 도덕이나 칭찬은 관심 밖이다. B는 너무 참는 사람이다. 내 욕심보다 남을 배려한다. 참고 기다리고 언제나 줄을 잘 서는 사람이다. 정해진 순서와 규율을 잘 지키는 사람이며 타인의 모범이 되고 품행이 방정한 사람이다. 도덕이나 칭찬을 먹고산다. 정신이 건강한 사람이란 사회적인 제한 범위 내에서 자신을 잘 만족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 할 수 있을 것인데, 이게 어렵다.
곽호순 〈곽호순 병원장〉
친구 A는 이렇게 생각을 한다.
"먹고 싶다. 배가 고프다. 비록 주인 있는 음식이지만 우선 먹고 보는 거야. 살아야지. 먹는 동안에 주인이 나타나면 그냥 사과하는 거야. 그럼 용서해주겠지. 혹시라도 다 먹을 동안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고마운 거지.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곱다니 우선 먹자. 뒷일은 나중에…."
A는 욕구를 쉽게 해결해버린다. 고민하기보다 욕구를 먼저 해결하는 쪽으로 합리화해 버린다. 도덕적인 관념이나 사회적 행동, 주위 사람들의 칭송 이런 것들은 뒷전이다. 욕구를 쉽게 해결하고 갈등도 없다. 이런 A의 성격은 남들은 피곤하지만 자기는 행복하다. A는 배불리 먹고 편하게 길을 간다.
친구 B는 먹지도 못하고 괴롭다.
"먹고 싶다. 배가 너무 고프다. 그러나 주인 없는 음식을 어떻게 내가 먹을 수 있나. 아무리 배가 고파도 그렇게 할 수는 없지. 주인이라도 있다면 사정을 얘기하고 허락을 얻은 후 먹을 수는 있겠지만, 게걸스럽게 먹다가 주인이 나타나면 그 비난을 어떻게 감수할까. 남의 음식을 먹고 싶다고 생각한 자체가 이미 죄를 지은 거야."
B는 욕구를 참아서 배고프다. 게다가 죄책감까지 안고 있다. B는 늘 욕구를 억누르고 기다리고 참는다. 도덕적인 관념이나 사회적으로 마땅한 행동, 칭찬 같은 것들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욕구를 쉽게 해결하지 못하고 갈등이 많다. 이런 B의 성격은 남들은 편안하고 자기는 힘들다. B는 배고프고 괴롭게 길을 간다.
마음은 세 가지 구조로 이뤄져 있다. 우선 원초아(id)라 불리는 욕구다. A·B 둘 다 '먹고 싶다'는 욕구가 그것이다. 이것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마땅히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욕구를 해결해야 할 집행자가 필요하다. 이를 자아(ego)라고 부른다. 자아는 괴롭다. 욕구가 끝없이 자아를 괴롭히기 때문이다. 욕구가 원하는 대로 자아가 다 해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늘 편안하고 등 따습고 배부르게 '쾌락주의'로 살 수 있을 텐데. 근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참아야 하고 기다려야 하고 남을 생각해야 하고 도덕적으로 바람직한 행동을 해야 한다. 이렇게 욕구를 통제하고 관리하는 초자아(super-ego)가 세 번째 마음의 중요한 구조다. 초자아가 원하는 세상은 '도덕주의'다.
이 세 가지 마음의 조화가 그 사람의 성격을 결정한다. A는 쉽게 욕구와 타협하는 사람이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기다리거나 참는 것보다는 빨리 만족되는 방법을 찾는다. 도덕이나 칭찬은 관심 밖이다. B는 너무 참는 사람이다. 내 욕심보다 남을 배려한다. 참고 기다리고 언제나 줄을 잘 서는 사람이다. 정해진 순서와 규율을 잘 지키는 사람이며 타인의 모범이 되고 품행이 방정한 사람이다. 도덕이나 칭찬을 먹고산다. 정신이 건강한 사람이란 사회적인 제한 범위 내에서 자신을 잘 만족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 할 수 있을 것인데, 이게 어렵다.
곽호순 〈곽호순 병원장〉
노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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