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무대로 옮겨간 '미투'…7~8일 '여름은 덥고 겨울은 길다'

  • 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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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07   |  발행일 2020-08-07 제16면   |  수정 2020-08-07
성폭력 사건 가해자 시각서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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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일 소극장 소금창고 무대에 오르는 극단 골목길의 연극 '여름은 덥고 겨울은 길다' 공연 장면.

미투사건 이야기를 다룬 극단 골목길(대표 박근형)의 연극 '여름은 덥고 겨울은 길다'가 7~8일 소극장 소금창고 무대에 오른다.

이번 공연은 극단 구리거울이 '섀도우 씨어터 프로젝트'의 하나로 서울 극단 작품을 기획·초청해 이뤄졌다. 이 프로젝트는 구리거울이 '사회의 어둠'을 다루기 위해 기획한 것으로, 자체 제작한 작품과 한국연극 베스트 선정작으로 구성된다. 2018년 극단 파수꾼의 '괴벨스 극장'(한국연극 베스트 3)을 기획·초청해 지역 문화계에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올해는 가르시아 로르카의 비극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을 직접 제작한 데 이어, 이번에 월간 '한국 연극'의 '2019 한국 베스트 연극 7' 선정작인 이 작품을 관객들에게 알린다.

'여름은 덥고 겨울은 길다'는 권력형 성폭력을 둘러싼 문제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다룬다. 미투사건을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 중심으로 들여다보고 죄와 책임을 묻는다.

지독한 더위와 긴 가뭄이 있던 며칠 동안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형은 어린 시절 고향을 등지고 도회지로 나왔지만, 도시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평생 변방을 떠돌다 노인이 됐다. 동생은 오롯이 땅을 일구고 살아왔지만, 그의 삶 역시 녹록지 않다. 어느 날 형은 동생이 사는 고향을 찾아간다. 그러던 중 서울서 잘나가는 직장에 다니던 동생의 아들이 고향으로 내려온다. 아들은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되고 아내와 이혼 소송 중이며, 어떤 사건으로 법원의 출두 명령서를 받고 괴로워한다. 그러던 어느 날, 형과 동생이 부모의 성묘를 다녀온 후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죄와 책임을 묻는 냉엄한 질문과 함께 공감 깊은 이야기를 풀어내는 박근형표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연극과 드라마를 오가며 활동해 온 방은희, 강지은을 비롯해 성노진, 서동갑, 오순태, 김은우, 이호열, 이지혜 등이 출연한다.

이 작품을 대구에 초청한 김미정 극단 구리거울 대표는 "미투사건을 본격적으로 다루기보다 멀리서 보고 일상에 녹여 들여다보고 고찰케 하고 사회적 메시지가 강한, 작지만 예술성 높은 연극"이라고 소개했다. (053) 655-7139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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