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70주년 영남일보 특별기획-2부-대구의 문화예술] (7) '위로의 커튼콜' 국립극장 대구시대

  • 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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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06 08:05  |  수정 2020-08-06 08:08  |  발행일 2020-08-06 제18면
대구로 피란 국립극장에 '당대의 별' 총출동…밤마다 북새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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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1년 극단 신협이 대구에서 초연한 햄릿. 왼쪽부터 최무룡, 김복자, 김동원, 황정순. <출처: 이필동의 새로쓴 대구연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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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국립극장 시절 개관 기념공연 '야화'. <출처: 국립극장 50년사>

6·25전쟁의 북새통에서 대구 연극은 황금기를 꽃피웠다. 6·25전쟁은 우리 민족을 엄청난 소용돌이로 몰아넣은 가슴 아픈 사건이었지만 그로 인해 전국의 연극인들이 대구로 모이게 됐고, 한때나마 대구가 우리나라 무대예술의 중심으로 빛나는 계기가 됐다.

특히 1953년 2월 대구키네마극장(이후 대구국립극장·현 CGV 대구한일)에서 국립극장 대구시대를 열면서, 대구연극은 정통 리얼리즘 계열의 연극으로 씨를 뿌리고 꽃을 피워 그 뿌리를 견고히 다지게 됐다. 당시 연극을 공연하는 극장은 전쟁에 지친 시민과 피란민들의 애환을 달래고 복잡한 세상사를 잠시나마 잊게 하며 초만원을 이뤘다. 전쟁으로 갈 곳이 없는 이들이 낮에는 거리와 공원·다방, 밤에는 대폿집과 극장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대구국립극장 시절 영남연극회 멤버였던 김대한 전 대구영화인협회장은 "대구 사람들은 끼니가 없어도 극장 구경은 빼놓지 않는다는 말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대구는 예부터 흥행이 잘되는 도시로 이름이 나 있다"고 말했다.

◆극단 신협 '위로의 커튼콜'

6·25 시절, 대구 연극에 불을 지핀 것은 극단 '신협'이었다. 신협은 1951년 1·4후퇴 때 대구로 피란왔다. 대구키네마극장에 근거지를 두고 이해랑, 최무룡, 김동원, 최은희, 황정순 등 인기 연극인들이 출연해 1951년 1월9일부터 '원술랑' '마의태자' '맹진사댁 경사' 등 창작극뿐만 아니라 '햄릿' '맥베드' '오델로' '수전노' '붉은 장갑' 등 번역극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작품을 공연함으로써 전쟁에 지친 시민과 피란민들에게 위로와 감동의 커튼콜을 선사했다.


최무룡·황정순 등 인기 연극인
전쟁에 지친 피란민 애환 달래
연극운동 씨뿌려 황금기 견인



이 무렵 신협의 대구 공연이 신선감이 없는 과거 작품의 재탕 공연이었음에도 극장은 언제나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특히나 신협의 햄릿 공연은 대성공이었다. 김동원이 햄릿, 김복자가 오필리어, 황정순이 왕비 역을 맡았다. 당시로는 호화 캐스트였다. 이해랑의 설득으로 햄릿을 맡은 김동원은 무대에서 열연을 펼쳐 '한국의 로렌스 올리비에'라는 칭호를 받기도 한다.

1952년에는 통영에서 은거하고 있던 유치진이 신협 연출을 위해 대구로 왔다. 유치진이 연출한 '오델로'는 김동원(오델로 역), 이해랑(이야고 역)과 명콤비 덕분에 폭발적 성공을 거뒀다. 1951년 초부터 1952년 말까지 2년 가까이 신협은 전쟁 막바지인데도 호황을 누렸다.

키네마극장
6·25전쟁으로 인해 한때 국립극장이 피란와 새로 개관했던 대구키네마극장(현 CGV한일). <출처 : 이필동의 새로쓴 대구연극사>

◆국립극장 대구시대 '대구 연극 전성기'

1953년 2월에는 서울의 중앙국립극장이 대구키네마극장으로 피란을 와 새로 개관하며 국립극장 대구시대를 연다. 이는 대구에 본격적인 연극운동의 싹이 트기 시작하는 계기가 된다. 대구로 내려온 국립극장은 1957년 서울로 다시 옮길 때까지 4년여 머물면서 대구 연극에 그야말로 혁혁한 영향을 끼친다. 대구 연극계를 꽃피워 전성기를 이뤘고 잠시나마 대구를 우리나라 연극의 중심도시로 만들었다. 지역의 많은 연극인들이 대구 국립극장에서 탄생되고 그 연극인들이 그 후 대구경북연극을 이끌어가는 중추적 역할을 했다.

국립극장 이전 개관 기념으로 윤백남 원작의 '야화'를 공연했는데 주인공은 김승호, 최은희였다.

대구국립극장장인 서항석은 국립극장 재개관 기념식장 취임 인사에서 "전란과 피란의 창황(蒼黃) 중에서도 국립극장이 재개된다는 것은 문운(文運)의 명일(明日)을 위하여 경하할 일"이라고 말했다.

대구국립극장은 기획 공연이나 기성극단의 공연은 물론 경북 학생예술제도 개최됐으며 고등학생들의 연극 무대로까지 활용됐다. 1954년 1월에는 국립극장에서 육군 창설 기념 예술 제전이 열렸으며, 이상용 작 '돌아온 사람'을 공연했는데 소설가 최정희, 장덕조 등이 직접 출연해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내게 했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공동기획 : 대구광역시


참조 및 도움말=이필동의 저서 '새로쓴 대구연극사', 김삼일의 '1950년대 대구국립극장 이야기', 국립극장 50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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