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공조형물 설치 무용론까지…제도 개선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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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07   |  발행일 2020-08-07 제23면   |  수정 2020-08-07

대구지역에 주민여론 수렴이나 타당성 조사 없이 마구잡이로 공공조형물이 들어서면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공공조형물은 도시의 이미지와 상징성, 정체성 등을 나타내기 위해 설치된다. 도시 경관을 아름답게 하고 주민 정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미술관을 방문하지 않고도 도심 곳곳에 설치된 예술작품을 통해 예술적 감흥을 쉽게 느낄 수 있다. 멋진 조형물이 도시를 알리는 역할도 한다. 미국 시애틀미술관 앞에 있는 조형물 '망치질하는 사람'은 시애틀의 상징이 됐다. 오스트리아 빈은 '엔지스'라는 의자조형물로 유명하다. 최근 지자체들이 조형물을 앞다퉈 만드는 이유다.

대구에도 공공조형물이 급증하고 있다. 2017년부터 올해 6월까지 대구 8개 구·군의 조형물 설치 예산은 87억 원이 넘었다. 매년 20억 원 이상의 예산이 들어갔으니 적은 예산이 아니다. 하지만 예술성·상징성 등이 떨어져 애물단지로 전락한 조형물이 많다. 시민 혈세로 만든 조형물이 오히려 흉물이 돼 주민들로부터 철거 요청을 받는가 하면 표절시비가 일기도 한다. 충분한 검토 없이 조형물을 만들다 보니 '보여주기식 행정' '단체장 치적용'으로 전락했다. 정부가 공공조형물 건립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 조형물 건립 및 관리체계 개선방안을 전국 지자체에 권고사항으로 내렸지만 이행률은 저조했다. 이행률 점검 결과 대구 모든 구·군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형물심의위원회가 있는데도 심의 없이 건립한 사례가 있는 것은 물론 아직 관련 규정조차 없는 곳도 있다.

공공조형물은 예술가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중간 브로커들이 판치면서 예술가에게 혜택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작품 설치금액의 일부가 건축주와 대행사에 리베이트 형식으로 넘어가는 불공정 관행 때문에 작가가 정당한 창작료를 받지 못하고 작품의 질적 하락으로까지 이어진다. 유명무실한 심의절차, 표절 시비 등 말썽이 끊이질 않자 공공조형물 무용론까지 나온다. 순기능이 더 많은 데도 몇몇 역기능으로 인해 배척당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순기능을 제대로 살릴 수 있는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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