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압박 위한 검찰 인사…"얼마나 버티나" 주목

  •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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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07   |  발행일 2020-08-08 제3면   |  수정 2020-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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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신임검사 신고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윤 총장은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를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7일 취임 뒤 두 번째로 단행한 검찰 간부 인사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 총장을 보좌하는 대검찰청 내 주요 보직 부장들 중 이정수 기획조정부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부장들이 교체됐기 때문이다. 또한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수사 등에서 윤 총장과 마찰을 빚어온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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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장급 이상 간부 인사가 발표된 7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리를 유지하면서, 이번 인사가 윤 총장을 고립시키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법무부는 이날 이같은 내용의 대검검사급 검사 26명에 대한 인사를 11일자로 냈다. 고검장급 2명, 검사장급 6명이 승진했고 나머지는 전보 인사로 구성됐다.

법조계에선 이성윤 지검장의 유임에 주목하고 있다. 이 지검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이자 2004년 청와대 특별감찰반장으로 파견근무를 하며 당시 민정수석이던 문 대통령과 인연을 쌓는 등 검찰 내 대표적인 여권 인사로 분류된다.

윤 총장의 주요 참모진 중엔 수사권 개혁에 따른 후속작업을 맡고 있는 이정수 부장을 제외한 참모진이 사실상 모두 바뀌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특히 추 장관 참모로 일한 조남관 법무부 검찰국장이 고검장으로 승진해 윤 총장을 보좌하는 대검 차장검사에 임명돼 화제를 모았다. 조 국장 역시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특별감찰반장을 역임하는 등 친여 인사여서 윤 총장을 견제하는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검찰 인사와 예산을 총괄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에 심재철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기용된 것 역시 윤 총장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심 부장은 조국 전 장관 인사로 분류되며 이미 윤 총장과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또한 대검 내에서 윤 총장과 대립 구도였던 간부들은 사실상 '영전'이 이뤄졌다는 평가다.

곽상도 의원(대구 중구-남구)은 "(여권이) 지난 1월 인사에서 (자기 사람들을) 얼기설기하게 넣어봤는데, 그것으로 부족하니까 이번에 다시 확실하게 자기네 사람들로 전부 포진시켰다. 완전하게 윤석열 총장을 포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은 윤 총장의 거취에 관심을 두는 모양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인사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이미 윤 총장의 해임 결의안을 준비하겠다며 윤 총장에게 칼을 겨눈 상황이다.

반면 야당은 추 장관이'버티기’할 것으로 ‘기대감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검찰 출신의 통합당 박형수 의원(영주-영양-봉화-울진)은 이날 영남일보와 통화에서 "윤 총장 본인이 선거에 출마해야겠다고 생각한다면 총장직을 던지겠지만 그런 생각이 없다면 버틸 것"이라며 "그런 생각을 쉽게 할 사람도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야당은 이번 인사를 놓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적반하장'이라며 비판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통합당 김은혜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추 장관이 윤석열 총장의 의견을 듣는 척했지만 역시 시나리오에 따른 연출이었음이 드러났다"며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 나야 할 사람이 오히려 세 불리기에 전념하는 적반하장 인사로 답을 대신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성윤 지검장 유임에 대해서는 "검언유착으로 4개월간 온 나라를 들쑤시고, 법무부와 검찰을 국민의 웃음거리로 만들어놓고도 책임을 묻기는커녕 유임으로 치하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이 엉킨 실타래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사람, 대통령은 아직도 한마디 말이 없다"고 강조했다.

검찰 출신 통합당 유상범 의원도 페이스북 글에서 "윤 총장을 고립 시켜 몰아내기 위한 인사"라며 "정권이 요구한 수사에 충성했다면 결과에 상관없이 승진, 영전 시켜 검사들에게 정권의 충견이 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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