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탈북자의 월북 사건을 바라보며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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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10   |  발행일 2020-08-10 제26면   |  수정 2020-08-10
국내 탈북자 3만3600여명
1998년부터 급속 증가세
지원 대상으로만 봐선 안돼
통일때 남북주민 공생 방법
미리 이들 속에서 찾아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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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우 한국정보화진흥원 수석연구원 북한학 박사

지난달 26일 조선중앙통신이 "개성시에서 악성비루스(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월남 도주자가 3년 만에 불법적으로 분계선을 넘어 7월17일 귀향하는 비상사건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우리 군과 정부는 뒤늦게 탈북자의 월북 사실을 인지하고 진위 파악에 나섰고, 정치권에서는 군 경계태세의 붕괴는 물론 대북정책을 포함한 현 정부의 안보정책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사회적으로는 월북한 탈북자의 행적이 유튜브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가십 거리로 오르내리는 등 탈북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폭됐다.

현재 국내 입국한 탈북자는 3만3천600여 명에 이른다. 탈북자는 1997년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기 전까지는 '월남 귀순 용사' '월남 귀순 동포' 등으로 불리며 총 876명이 남한으로 넘어왔다. 하지만 1998년부터 2001년까지 4년 동안 1천114명이 입국하며 급속한 증가 추세를 보였으며, 2002년부터 2005년 사이에는 매년 1천명이 넘는 탈북자들이 입국했다. 2006년부터 2011년까지는 매년 2천명이 넘는 탈북자들이 남한으로 들어왔다. 2010년 10월을 기점으로 국내 입국 탈북자가 2만명을 넘어섰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인 2012년부터는 입국하는 탈북자 수가 매년 1천여 명 수준으로 줄어들었지만, 2016년 11월 국내 입국한 누적 탈북자 수는 3만명을 넘어서게 되었다.

1997년 이전까지의 탈북자들은 정치적 이유가 많았지만, 2000년대 들어서의 탈북자들은 경제적 이유가 압도적으로 많아졌다. 이는 90년대 말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붕괴와 심각한 경제난으로 대량 아사자가 발생했던 '고난의 행군' 시기를 거치면서 '생계'를 위해 중국과 몽골, 동남아를 거쳐 입국하는 탈북자 수가 급속도로 증가했던 것이다. 최근에는 국내 입국 탈북자들이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과 친지들을 입국시키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탈북자에 대한 정부의 정책도 시기에 따라 달라졌다. 초기에는 정치적 목적에 의해 '귀순 용사'로 영웅시했지만, 탈북자의 증가는 정부의 정치·경제적 부담으로 다가왔다. 남한 사회 적응을 지원하고 보호하기 위한 주거·취업·교육·사회보장 지원, 거주지 보호 등은 탈북자 수의 증가로 인해 지속해서 그 지원 폭을 줄일 수밖에 없었으며, 특히 북한과의 관계 개선 시기 탈북자 문제는 대북 협상에 있어서 걸림돌로 작용하기도 했다. 때문에 늘 탈북자 정책은 '뜨거운 감자'로 취급받았다. 그뿐만 아니라 증가하는 탈북자에 대한 사회의 시선 역시 좋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현실은 같은 동포이자 대한민국 국민인 탈북자들이 남한 땅에서 '지원과 보호의 대상'인 이방인으로 생활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었고, 이는 일부에서 스스로가 탈북자라는 사실을 숨기게 만들거나 사회 부적응의 원인이 되었다.

이번 탈북자 월북 사건은 우리 사회에 탈북자들이 어떻게 적응하고 하나된 국민으로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기존의 '지원과 보호'의 대상으로만 탈북자들을 바라봐서는 안 된다. 그들은 남한과 다른 정치·경제·사회 체제에서 태어나 살아왔기에 남한에 적응하고 함께 살아가기는 쉽지 않은 문제다. 하지만 다른 체제에서 태어나고 살아온 남북한 주민들이 함께 공생하는 것이 바로 통일의 방법이라면, 이는 우리 사회에 '미리 와 있는 북한 주민' 탈북자들과의 관계 속에서 그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박문우 한국정보화진흥원 수석연구원 북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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