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에 빠진 박옥수씨...80대 노익장 "남 돕는데 나이가 중요한가요"

  • 김점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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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26   |  발행일 2020-08-26 제12면   |  수정 2020-09-08
지난해 구청장 표창도 받아
"집에만 있으면 우울증 걸려
남 도우며 자신감도 얻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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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박옥수씨. <대구 동구 신암1동 자율방재단 제공>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광고 문구로 널리 알려진 이 문구를 온몸으로 증명하는 80대가 있다. 박옥수(여·82·대구시 동구 신암동 )씨가 그 주인공이다.

박씨는 요즘 봉사의 매력에 빠졌다. 젊은 시절에는 살기 바빠서 감히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다. 꽃다운 20대에 광주리에 채소를 담아 머리에 이고 방문판매 하던 그때를 잊을 수가 없다.

박씨가 봉사활동에 관심을 가진 것은 그의 나이 70대 중반일 때다. 텔레비전에서 봉사단체 조끼를 입고 땀 흘리며 봉사하는 장면을 우연히 보게 되면서다. 어떻게 하면 봉사를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봉사 받아야 할 나이에 봉사를 시작하려니 어디 가서 어떻게 할지 방법도 몰랐다.

그러다 6년 전 우연한 기회에 지인이 하고 있는 하나봉사단에 가입하게 되었다. 소원이 이루어졌다. 세상을 다 얻은 듯 기뻤다. 이 단체는 요양원 등 시설에 대청소나 시설 보수 등 조그만 손길이 필요한 곳에 도움을 주는 활동을 주로했다. 너무나 하고 싶었던 일이라 항상 앞서서 열심히 즐거운 마음으로 했다. 젊은 회원보다 더 적극적이고 열정도 많았다. 가입 당시에는 몇몇 회원이 나이 탓에 걱정했으나 기우였다. 나이에 비해 건강하고 활동력이 뛰어났다. 그런 박씨를 회원들은 왕 이모라 부른다.

지인 성백문(68)씨는 "봉사활동은 젊은이들의 몫이라는 개념을 당당히 무너뜨렸다. 봉사에 관한 관심과 열정이 대단하다. 어디서 힘이 그렇게 나오는지 피곤한 줄도 모르고 지치지도 않는다. 체력은 타고난 것 같다"며 호평했다.

2018년에는 지역 자율방재단에도 가입해 뛰어난 활동력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3월 코로나19로 동네 방역이 시작되었을 때 박씨는 주 3회 실시하는 방역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동참하면서 노익장을 과시했다. 교육, 회의, 활동 등 어느 하나도 빼 먹지 않은 모범회원으로 일상에서 우선순위는 봉사였다. 지난해 말에는 구청장 표창을 받았다. 평생 처음 받아보는 표창장이었다. 공기처럼 스며드는 그 날의 감동도 오래 기억될 것이다.

박씨는 "살아오면서 가장 잘한 일이 봉사를 시작한 일이다. 집에 가만히 있으면 우울증에 걸리기 쉽고 치매도 오지 않겠느냐. 봉사 활동으로 남을 도우며 뿌듯함을 얻는 동시에 나도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느끼게 됐다. 거동하지 못할 때까지 봉사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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