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대강 공방, 대통령까지 나서 갈라치기 할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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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12   |  발행일 2020-08-12 제27면   |  수정 2020-08-12

집중호우로 전국이 물난리를 겪고 있는 가운데 느닷없이 4대강 사업 논란이 불붙었다. 4대강 공방은, 야당은 현 정부·여당의 치산치수(治山治水) 실책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고, 여당은 홍수피해의 책임을 과거 정부로 돌리기 위한 것이다. 한쪽은 섬진강이 4대강 사업에서 빠지면서 피해가 커졌다고 주장하고, 다른 한쪽은 4대강 사업이 잘못돼서 낙동강 제방이 터졌다고 반박한다. 복구에 진력해야 할 때 피해책임을 두고 정치 논쟁을 벌이는 것이 제정신인가. 이번 홍수 피해는 기록적인 폭우와 강수량 때문에 빚어진 천재지변이다. 원인을 4대강 사업에서 찾으려는 것은 본질을 외면한 국민 갈라치기 시도일 뿐이다.

인간이 아무리 튼튼한 구조물을 짓는다고 해도 자연의 힘을 이기는 데는 한계가 있다. 허망한 정치 공방에 문재인 대통령까지 가세한 것은 옳지 않아 보인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회의에서 4대강 보가 홍수 조절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실증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기회라면서 전문가들의 깊이 있는 조사와 평가를 당부했다. 대통령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공정한 조사가 이뤄지길 기대할 수 없다. 아무리 공정한 조사를 한들 정부·여당의 입맛을 거스르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과거를 보자. 4대강 사업을 추진한 이명박정부는 2011년 4대강 사업 절차에 문제가 없고 하천 관리의 안전성이 높아졌다는 결론을 냈다.

박근혜정부는 2013년 인수위 시절 4대강 사업이 모든 면에서 부실하고 수질 악화 우려가 크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현 정부는 2018년 감사에서 4대강 사업이 홍수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정권의 의도에 따라 감사 결과가 오락가락했다. 이번 조사 결과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쓸데없는 논쟁은 국민을 갈라치기 할 뿐이다. 4대강 사업으로 어떤 지역은 효과를 보고, 또 다른 지역은 손해를 입었을 수 있다. 모든 사안을 선악의 잣대로 한쪽만 재단(裁斷)해선 안 된다. 대통령은 소모적 논쟁에 불을 붙여 국민을 분열시키지 말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피해 주민을 빨리 돕고, 제대로 된 치수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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