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째 개인전 연 '구미 CEO 사진작가' 라익권…"규제에 묶여 방치된 폐공장들 안타까운 현실 담아"

  • 조규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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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12   |  발행일 2020-08-12 제21면   |  수정 2020-08-12
거울 속엔 시대 뒤처진 폐허
窓을 통해선 사회변화 '대비'
전국의 산업 유휴공간들 찾아
근로자 '집단적 기억'도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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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익권 작가의 작품 'Memory of the Space1-M13'. 사진 속 거울에는 뼈대만 앙상하게 남아있는 공장 구조물이 보인다. 그는 산업화에 뒤처져 폐허로 남아있는 수많은 공장의 안타까운 현실을 사진으로 표현했다. 〈라익권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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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활기가 넘쳤던 공장들이 산업화에 뒤처져 사라지거나 각종 규제 때문에 폐허로 남아 있는 안타까운 현실을 사진으로 표현했습니다."

최근 여덟 번째 개인전을 연 트랜스아트(초월예술) 사진작가 라익권(52·사진)씨는 이렇게 말했다. 현재 경북 구미산단에서 기업체를 운영하는 그는 2015년 대한민국 정수사진대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CEO 사진작가'다. 개인전도 여러 번 열 정도로 사진에 대한 열정이 뜨겁다. 뿐만 아니라 구미산단경영자협의회 부회장, 구미시문화예술발전소 자문위원, 현대사진영상학회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이번 개인전을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모든 작품을 SNS에 올리는 비대면 전시회로 진행했다. 전시회 제목은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현실 속의 유토피아)의 공간의 기억'이다. 그는 '사회적인 규제'와 사회의 변천 속에서 남게 된 '폐허'의 공간을 표현했다. 특히 공장에서 지냈던 이들의 '집단적 기억'을 사진과 영상에 담았다. 그는 작품을 촬영하기 위해 약 1년간 구미산단을 비롯한 전국의 산업 유휴공간을 찾아다녔다. 때론 출입이 금지된 폐공장을 찾아 관계자를 어렵게 설득한 뒤 촬영을 했다. 또 공장 관계자와 옛 근로자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다큐멘터리도 촬영했다.

그의 작품에는 '거울과 창'이 자주 등장한다. 그는 "내면을 볼 때 사용하는 거울을 통해 산업화의 발전을 따라가지 못해 뒤처진 현실을 표현했고, 새로운 모습을 보는 창을 통해선 새로운 건물이 지어지고 시대가 변하는 모습을 표현했다"며 "작품작업을 하면서 폐허가 된 공장 지대가 재개발이 되기를 바랐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라 작가는 "과거 공장들은 밤낮없이 연기를 내뿜었고 우리 부모님들이 열심히 일한 덕분에 우리나라는 풍요롭게 발전했다"며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업종이 다양해지면서 이에 대응하지 못한 공장이 하나둘씩 사라지거나 폐허로 변했다. 특히 새로운 아이템이 있어도 규제 때문에 발전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위스의 가장 큰 무기 공장이 지금은 공원으로 변했고, 덴마크의 버려진 곡물창고는 제미니 레지던스(8층 규모 아파트)로 재창조됐다"며 "구미산단을 비롯해 전국의 산업 유휴공간을 산업문화시설 등으로 가꾸고 보존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헤테로토피아'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조규덕기자 kd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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