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복구 도움되길" 전남 수해지역에 작업복 바지 2천벌

  • 조경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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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12   |  발행일 2020-08-12 제12면   |  수정 2020-08-12
대구 거주 최호선씨, 가족·친구 100여명 십시일반 모아 구매
"서문시장 상인, 대구 코로나 피해 때 도움 받았다며 원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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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선씨가 구례 농민회에 보낸 일 바지가 담긴 택배 더미.

"어려운 분들께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 싶은 우리 마음이 잘 전달되면 좋겠습니다. 착한 일은 동네방네 소문내야 따라 하는 이들이 많아지겠지요? 일(작업복) 바지 2천벌과 나눔용 비닐봉지 1천개는 전라도에 잘 도착했습니다."

최호선(대구 수성구 달구벌대로·심리상담소장 겸 작가)씨가 지난 10일 전라도 농민회장 앞으로 냉장고 바지 2천벌을 보냈다. 사이즈 구애 없이 아무나 입을 수 있고, 금세 마르는 소재여서 수해 입은 분들에게 얼른 보내고 싶었다고 했다.

최씨는 지난 주말, 서문시장에 갔다가 쏟아지는 비에 옷이 흠뻑 젖었다. 저렴한 일 바지 하나를 사서 갈아입었다. 그때 떠오른 생각이 시원하기도 하며 잘 마르는 일 바지를 수해 입는 지역에 보내야겠다는 생각에 우선 1천벌을 구매했다.

"대구가 코로나로 큰 피해를 입었던 때 신세를 많이 졌다면서 서문시장 상인께서 원가로 주셨습니다." 서문시장 상인이 저렴한 가격으로 주어도 280만원이었다. 최씨는 몇몇 지인에게 함께하자는 요청을 했다.

우선, 생일을 맞은 아들에게 "생일 축하하고 너 이만큼 잘 키워줬으니 엄마한테 선물을 해라. 계좌번호 보낼게" 했더니 돈을 보냈다. 언제나 든든한 박씨의 편이 되어 주는 동생에게도 손을 벌렸다. 부산 친구, 서울의 친구들, 여섯 사람한테도 손을 벌렸다. 최씨의 전화와 페이스북을 타고 순식간에 일바지 2천벌을 살 수 있는 돈이 모였다. 일 바지 1천장을 추가 주문했다.

경북 봉화에 사는 지인이 전남 구례·곡성 쪽 구례 농민회를 소개해주었다. 코로나19 때 경험으로 관공서에 보내는 것보다 피해당한 분들께 직접 보내는 게 빠르다는 걸 알았다.

최씨는 전라도 곡성 쪽 농민회에 일 바지 2천장을 보내 놓고 걱정을 했다. 운송회사에서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전라도 지역에 수해가 심해서 길이 끊어진 곳이 많아 택배·화물 배송이 지연되고 있다고 했다. 수해 입은 분들께 갈 물건이니 최대한 빨리 받을 수 있도록 부탁은 했지만 걱정이 컸다.

"조금 전에 구례농민회 회장님(윤병술)께서 전화를 주셨습니다. 너무 많아서 놀라셨대요. 잘 나눠드리겠다면서 아주 좋아하시네요." 최씨는 그 소식을 듣고 너무 기뻤다고 했다.

최씨는 슬픈 날이 오래 계속되던 시절이 있었다. 어느 날 문득, 즐겁게 살고 산뜻하게 떠나는 법이 궁금해졌다. 명지대에서 상장례, 영남대에서 심리학을 공부하고 대학에서 심리학·상장례·죽음학을 강의했다. 최씨는 한사코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고 했다.

다만 "좋은 일은 함께하는 것이라며 한순간 모든 것을 잃은 분들께 이 화려한 바지가 혹시 힘이 된다면 참 좋겠습니다"라며 "흔쾌히 십시일반으로 마음을 보태준 100여 명의 좋은 사람들을 더 자랑하고 싶다"고 전했다.

조경희 시민기자 ilikelake@hanmail.net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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