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편의점의 변신은 무죄

  • 장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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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13   |  발행일 2020-08-13 제27면   |  수정 2020-08-13

편의점을 무대로 청춘남녀의 코믹한 사랑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모 지상파 방송의 드라마 ‘편의점 샛별이’가 지난 주말 종영했다. 기대만큼 호평을 얻지는 못했지만 편의점이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지를 알리는 계기가 됐다. 전국에서 영업 중인 편의점은 5만 곳이 넘는다. 과거 동네 노인들이 운영하는 구멍가게를 무너뜨리고 그 자리를 차지한 지 꽤 오래됐다. 팍팍한 주머니 사정으로 혼술이나 혼밥을 하는 1인 가구에겐 없어서는 안될 만큼 중요하다. 취급하는 품목도 2천~4천 종이나 된다. 상비약은 물론 각종 패스트푸드를 비롯해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다'고 할 정도다.

전국 골목 골목마다 24시간 불을 밝히고 있는 편의점은 밤 늦은 시간에 귀가하는 노약자나 여성들에겐 구세주와 같은 존재다. 과거 우범지대에 있던 자율 방범초소 즉 미니 파출소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실종아동 찾기나 학대 받는 아이들의 지킴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구시내 한 아파트 주민들은 최근 입구에 문을 연 편의점이 혹여 경영난으로 폐점할까 봐 알게 모르게 물건 팔아주기에 나설 정도다.

BGF리테일 계열사인 CU가 최초로 방범 및 미아찾기에 나섰다. 2017년 6월 경찰청과 함께 결제단말기(POS)에 ‘POS 긴급신고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위급상황 시 경찰과 고객센터, 가맹점주에게 동시에 신고할 수 있도록 했다. 이듬해 7월 이 시스템과 연계해 ‘미아찾기 시스템(아이CU)’을 도입하기에 이르렀다. 이건희 삼성회장의 처남으로 광주고검장을 지낸 홍석조 BGF리테일 회장의 아이디어라는 설도 있다.

아무튼 CU의 발빠른 변신에 GS25와 이마트24 등이 동참하거나 동참의사를 내비치고 있다니 환영할 만하다. 코로나19와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지만 ‘공공인프라’로서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 편의점의 사회공헌이 놀랍다. 이참에 정부도 편의점을 대상으로 방범지킴이로서의 역할도 부여하고, 세금감면을 비롯한 각종 지원도 고려해볼 만하다. 치안력 확보와 범죄예방에 민관(民官)이 따로 없다.
장용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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