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가뭄 남의 얘기...인근 지류-지천은 침수피해 반복"

  • 이하수,석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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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12 18:18  |  수정 2020-08-13 07:43  |  발행일 2020-08-13
낙동강 주변 농민들 보 역할에 긍정적
"보 철거 땐 가만 있지 않을 것" 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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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철씨가 "낙동강에 보가 생긴 후 홍수도 가뭄도 모르고 농사를 짓고 있다"며 자신이 재배하는 콩을 어루만지고 있다. 이하수 기자
1년에 쌀 서말도 제대로 먹기 힘들었다던 상습 침수 논밭이 문전옥답으로 변한 것에 대해 농민들은 4대강 사업에 따른 결과물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준설이 이루어지지 않은 지류 하천은 본류 수위 상승에 따라 제대로 배수가 되지 않은 것은 물론 역류까지 발생하면서 인근 지역이 상습 침수지역으로 전락했다. 이에따라 지류·지천 사업이 적극 추진되야 한다는 지적이다.

◆"보 생긴 이후에는 홍수 몰라요"
"아주 좋습니다. 낙단보가 생긴 후 가뭄도 홍수도 모르고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경북 상주시 중동면 우물리 박해철(42)씨는 낙동강과 위천이 만나는 지점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3만여 ㎡에 이르는 밭에 콩과 마늘·양파를 재배하고 있다. 낙단보 때문에 농사 짓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무슨 소리냐"며 펄쩍 뛰었다.

"보가 생기기 전에는 이 곳이 일년에 한 두 번씩은 침수돼 밭농사가 불가능했습니다. 벼는 물에 잠겨도 그럭 저럭 자라기 때문에 논 농사만 지을 수가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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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보가 생기기 전 불어난 강물에 떠 내려와 강창교에 쌓인 쓰레기를 굴삭기로 치우고 있는 모습.
보가 생기기 전에 이곳은 상습 침수지역이면서 가뭄에는 물을 끌어들이기 어려워 한발의 피해도 많았단다. 보가 생겨서 논 농사 짓는 것도 더 좋아 졌을 텐데, 왜 밭으로 바꿨냐고 묻자, 논 농사보다 밭 농사의 소득이 3배 정도 높기 때문이란다. 한 마디로 낙동강 보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는 것.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 들어서 4대강 보 철거 이야기가 나왔을 때 박씨도 상경하여 반대 집회에 참여했다. 만약 향후에 보를 없앤다고 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한다.

상주시 복룡동에 거주하면서 단밀면에 한우 농장을 운영하는 임병렬씨(60)는 "보가 생기기 전에는 비가 조금만 많이 와도 강창교가 잠기는 바람에 농장에 가려면 멀리 돌아 다녀야 했는데 보가 완공된 이후에는 한 번도 다리가 넘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강창교는 상주시 낙동면과 중동면을 이어주는 다리다. 상주시내에서 임씨의 농장을 가려면 중동면을 거쳐야 된다. 상주보가 생기기 전에는 일년에 몇 번씩 강창교가 물에 잠겼다.

◆"지류·지천사업 빠를 수록 좋다"
낙동강 보에 따른 홍수조절 기능으로 본류 인근에서의 침수피해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고 있다. 올해 기록적인 장마와 집중호우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인근 지류의 침수피해는 매년 반복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 성주군은 지난 7일 경북도 내에서 가장 많은 강우량인 282.6㎜를 기록했다. 특히 수륜면은 372㎜의 기록적인 강우가 쏟아져 일부 도로의 사면이 유실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이외에도 토사 블록, 노후화된 재방 석축, 소하천 침수 등의 소규모 침수 피해가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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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렬씨가 "며칠간 비가 그렇게 많이 왔는데도 강창교가 물에 잠기지 않는다"며 강창교를 가리키고 있다. 이하수 기자
고령군은 호우주의보가 발령된 지난 7~10일 평균 250.7㎜의 강우량을 기록하며 도로 1개소, 하천 2개소, 사유시설 3개소 , 농경지 (77㏊의 침수 피해를 입었다. 이 중 8일 하루 동안 지방하천인 회천과 알림천을 끼고 있는 우곡·개진·운수면과 대가야읍 일원에서 벼 25㏊·토마토 16.6㏊·수박 5㏊·딸기모종 3㏊·참외 11㏊가 침수피해를 입었다.

고령군은 호우주의보가 발령되자 낙동강 홍수통제소의 수위를 살피며 재난안전대책본부 긴급회의를 열고 각 읍면별 상황을 파악하고 장비를 투입해 선제 대응에 나섰지만 ,구조적인 한계를 넘진 못했다.
고령군 나준영 하천담당은 "4대강 사업 이후 강 주변의 직접적인 침수피해는 발생하지는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낙동강 본류의 수위가 올라가 지류에서 제때 배수가 되지 않아 지천 주변 침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낙동강 유역이 아닌 지류와 지천에서 비교적 큰 피해를 입은 주민들은 "지류·지천 사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동수 칠곡군 지천면 영오리 이장은 "4대강 사업에 지류 지천을 사업을 다하지 못했음에도 정부가 관련 예산을 다 삭감을 해버렸다"며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물난리에 지류 지천 사업을 못한 게 아쉽다. 지류 지천 사업을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야 지구온난화에 따른 물난리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하수기자 songam@yeongnam.com·석현철기자 shc@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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