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성환 (대구시의원)....돈으로 본 국가 정체성

  • 민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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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17   |  발행일 2020-08-18 제25면   |  수정 2020-08-17
강성환
강성환 대구시의원


8·15광복절 75주년이다. 광복이후 우리나라는 상전벽해의 변화를 이뤄냈다. 일제 식민지에서 벗어나 자유 민주주의국가를 만들었다. 한강의 기적이라는 말로 상징되는 한국 경제는 지난해 7월 1일 일본의 경제보복을 계기로 일본에 의존하는 '가마우지 경제'였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탈일본(脫日本)'을 추진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역질(疫疾)을 'K방역'이라는 극복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2010년 대구시 관료출신 모 여성께서 시의원 공천에 응모해 공천심사위원들의 질문을 받았다."남성도 공천이 어려운데 여성이 응모하신 뾰쪽한 이유가 있나요?"라는 황당한 질문이었다. 그러자 그는 5만원권 신사임당 한 장을 지갑에서 책상에 내놓으면서 "한국은행이 공인하는 액면가로는 여성 1명이 남성 5명을 당한다는 의미로 압니다. 이의가 있습니까?"라고 답했다.


그러나 1930년대 조선총독부에서는 '황국신민의 서사'에 맞춰 제작한 '수신서(修身書)' 교과서에 현모양처(賢母良妻)의 모델로 신사임당을 제시한 뒤부터 그분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던 여성 위인이다. 또한 역사교과서는 사색당파, 붕당론, 사대사화 등을 각인 시켜 정쟁모델을 제시했다. 결국 율곡 선생과 퇴계 선생이 당쟁의 대표선수로 화폐 모델이 되었고, 오늘날 국회에서는 이전투구(泥田鬪狗)로 변혁했다. 오늘날도 신사임당은 여전히 존경받는 인물이다. 왜냐하면, 9번의 국가고시에서 장원급제를 한 '공부의 신' 아들을 키워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자(母子)가 화폐 인물로 등장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이에 반해 충무공 이순신은 500원 지폐에서 500원 동전으로 다시 100원짜리 동전으로 떨어지는 수모를 당했다. 100원짜리 동전에다가 조용히 귀를 대고 들으면 "애국요? 나를 보면 아시겠는데 값 떨어지는 일입니다", "말로는 성웅이지. 길가에 있는 거지에게 줘도 욕먹고, 젖먹이 아이들까지 안 받는 게 100원짜리 동전의 대접입니다. 아이도 어른도 손톱으로 탁 튕겨 늙은이를 뱅뱅 돌리고 있다네. 미치고 환장할 일이지"라는 말이 들릴 것만 같다.


한편으로 우리가 욕하는 일본을 보면 1만엔권 화폐인물은 후쿠자와 유키치(1835∼1901)로 '일본은 아시아에서 벗어나 세계로 나아가자(脫亞論)'와 조선과 대만의 식민화 등 일본 부국강병을 주장한 인물이다. 5천엔권은 히구치 이치요(1872∼1896)라는 근대여성작가로 24세에 요절한 민족문학개척자다. 1천엔권에는 3명이 있는데, 시부사와 에이치(1840∼1931)는 대장성 관료로 일본제일은행 창설자 등의 사업가였다. 기타자토 사바사부로(1853∼1931)는 1901 노벨생리의학상 후보자에 올랐던 세균학의 아버지이며 교육자였다. 끝으로 노구치 히데요(1876∼1928)는 매독균을 발견한 세균학자이며 의사로 노벨생리의학상 후보까지 오른 인물이다. 이들 화폐인물을 통해 직감할 수 있는 건 진취적 기상과 부국강병을 정체성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참으로 다행이다. 늦었지만 우리나라에서 탈일본론(脫日本論)이 대두된 것 말이다. 2020년에는 화폐인물과 국가정체성을 이렇게 언급하고 있다. 애국과 독립운동을 정체성으로 보면, 안중근, 김구, 안용복(혹은 이사부), 유관순, 지청천 등의 인물이 있다. 진취적 호연지기라는 기준에서는 광개토태왕, 장보고, 이순신, 장영실 등을 화폐모델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화폐에 새겨질 인물을 교체해 국가정체성을 바꿔봄직 하다. 


강성환 <대구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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