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낚시시대] 은어낚시 섬진강·화개천, 그 차가운 여울 속으로

  • 유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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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14   |  발행일 2020-08-14 제37면   |  수정 2020-08-14
여름의 열기 짙어질수록 은어낚시 시즌도 절정
강에서 태어나 바다 갔다 다시 강으로 돌아와
작은 벌레 먹던 유어, 성장하면 이끼 뜯어먹어
1m정도 '먹자리' 구역서 다른 고기 침입 경계
여울선 18~20㎝급…섬진강 본강엔 25㎝ 이상도
전문 은어낚시꾼 아니라면 화개천도 매력 충분
9월중순부터는 '금어기' 지금 섬진강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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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개천 여울에서 씨은어 놀림낚시를 즐기는 꾼들.

맑고 깨끗한 강, 그 바닥의 돌에 붙어있는 이끼를 갉아먹고 사는 물고기. 은어의 영어 이름은 '스위트 피시(sweet fish)'. 강에서 태어나 바다로 내려간 은어는 자신이 태어난 고향(강)으로 다시 거슬러 올라온다. 여름 한철 강의 여울에서 터를 잡고 살며 거기서 알을 낳고 생을 마감한다. 자연 상황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보통 9~10월 하천의 여울 바닥에서 알을 깬 은어의 치어는 그 크기가 1㎝ 안팎. 이 치어는 그해 바다로 내려가 월동을 한 후 이듬해 3~4월 강의 하구에 집결한다. 환경에 따라서는 댐 등에 막혀 바다로 내려가지 않고 호수의 깊은 수심에서 겨울을 보낸 후 하천으로 올라오는 은어도 있다. 이런 은어를 '육봉은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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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은어의 꼬리 바늘에 걸린 먹자리은어가 수면 위로 올라온다.

◆고향으로 올라오는 은어

어쨌든 바다로 내려간 은어 치어의 체장은 4~5㎝. 이른바 유어(乳魚)가 되어 자신이 태어난 강으로 다시 올라간다. 하천을 거슬러 올라오는 은어의 유어는 처음에는 작은 벌레나 플랑크톤 등을 먹고 자란다. 그러나 자라면서 식성이 바뀐다. 15㎝ 정도 자란 은어는 이때부터 돌에 붙은 이끼를 먹으며 성장한다. 이때 은어는 한자리에 정착하는 습성이 있다. 이끼가 많이 붙어있는 큰 돌이나 자갈의 반경 1m 정도를 자신의 구역으로 정하는 것이다. 이 구역을 '먹자리'라 하고, 은어는 이 먹자리 안으로 다른 물고기가 들어오는 것을 상당히 싫어한다.

자신의 영역에서 이끼를 먹고 자란 은어는 8월 이후 9월쯤 산란을 하고 대부분 생을 마감한다. 따라서 은어는 1년생. 간혹 산란을 하고도 살아남는 것이 있고, 드물게는 산란을 하지 않고 살아남는 것도 있다. 이런 은어는 상당히 씨알이 굵어서 30㎝ 이상짜리도 많다. 전문 은어 낚시꾼들은 산란 후 살아있는 은어를 '대사리', 산란을 하지 않은 채 살아있는 은어를 '묵사리'라 부른다. 은어 낚시꾼들이 씨알 승부를 보는 때가 바로 이 시기 전후다. 즉 태양이 뜨거워질수록 은어낚시 시즌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강의 하구가 댐으로 막혀있지 않은 전형적인 '해산은어' 낚시터 중의 하나가 바로 섬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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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넉한 수량, 씨알 마릿수 절정

경남 하동군 화개장터 옆으로 흐르는 화개천을 따라 쌍계사 가는 길로 6㎞ 정도 올라가자 예약해둔 펜션(홍인펜션)이 보인다. 최학모 대표를 포함한 한국다이와 직원들과 함께 아침 식사를 한 후 우리는 바로 화개천으로 이동했다. 하동의 터줏대감이자 전(前) 다이와 은어낚시 필드스태프 서귀상씨가 포인트 안내를 맡았다. "어제 비가 많이 왔어요. 본강(섬진강)은 물색이 흐립니다. 씨알이 잘긴 하지만 화개천에서 충분히 마릿수 재미를 볼 수 있을 거예요.룖우리는 서씨가 준비해둔 씨은어 두 마리씩을 끌통에 담고 여울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물살이 꽤 세다. 서너 걸음 들어가자 허벅지까지 여울이 올라온다. 올해 섬진강은 봄부터 비가 많이 온 덕에 화개천까지 수량이 풍부하다.

이날 화개천 여울에 들어간 사람들 중 최학모 대표와 전신영 부장을 뺀 나머지 사람들은 은어낚시 초보꾼들. 심지어 이날 처음 은어 낚싯대를 잡아본 사람도 있다.

그러나 서씨의 말대로 화개천은 은어 천지였다. 코걸이 한 씨은어가 여울을 거슬러 먹자리은어에게 다가가는 순간 낚싯줄(공중사)에 달린 형광색 눈표가 흔들린다. 먹자리은어가 침입자(씨은어)를 내쫓기 위해 맹렬한 공격을 하는 것.

◆은어 낚시의 묘미

최 대표가 낚싯대를 세운다. 씨은어가 수면 위로 얼굴을 내민다. 천천히 낚싯대를 당겨본다. 씨은어의 꼬리 바늘에 걸린 먹자리은어가 몸부림을 친다. 이윽고 하늘로 날아오른 은어 두 마리. 최 대표의 뜰채 안으로 쏙 들어간다. 상류 여울에 서 있는 전신영 부장은 오전 두어 시간 만에 10여 마리를 낚아낸다. 그 옆에서 은어를 놀리던 박재경씨도 곧잘 마릿수를 올린다. 이렇게 오전 동안 이 5~6명의 꾼들이 낚아낸 은어는 70~80여 마리. 초반 시즌치고는 씨알이 잘지 않다. 대부분 18~20㎝급. "본강(섬진강) 남도대교 아래로 들어가면 이것보다 훨씬 씨알이 굵어요. 그런데 수심이 깊어서….룖

서씨는 현재 섬진강 여울에서 낚이는 은어 중에는 25㎝ 이상급도 많다고 한다. 그가 초보자들에게 수심 깊은 본강을 안내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따랐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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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 월간낚시21 기자 penandpower@naver.com

전문 은어 낚시꾼들이 아닌 우리에게는 화개천도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차가운 화개천 여울에 몸을 담그고 상하류를 오르락내리락하다 보니 어느새 허기가 진다. 여울을 빠져나온 우리는 강둑에 자리를 잡고 즉석에서 은어 튀김을 한다. 셰프는 서씨.

다진 깻잎과 청양고추를 넣은 묽은 튀김반죽에 잘 손질한 은어를 통째로 담갔다 꺼낸 후 기름에 튀겨낸다. 간장 소스에 살짝 찍은 후 한 입 베어 문다. 아, 그전에 시원한 맥주 한 잔. 칼칼하고 차가운 맥주가 식도로 넘어가자마자 바삭한 은어 튀김의 고소함이 입안에 한가득 들어찬다.

여름은 짧다. 은어낚시 시즌도 길지 않다. 9월15일부터는 섬진강 은어 금어기. 7월 중순~8월 말이 사실상 섬진강 은어낚시의 본 시즌인 셈. 올여름 휴가지로 섬진강, 어떨까?
월간낚시21 기자 penandpow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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