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평화시장 두레봉사단, 시장 침수피해 복구 구슬땀

  • 김점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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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19   |  발행일 2020-08-19 제12면   |  수정 2020-08-19
긴 장마로 점포 3곳 지하 침수
상인 구성 봉사단 팔 걷어붙여
코로나 사태 때도 방역에 최선

두레봉사단
지난 12일 대구 평화시장에서 시장 상인들로 구성된 두레봉사단이 장맛비로 젖은 가재도구들을 정리하고 있다.

"시장에서 장사한 지 30년이 되었는데 이런 일은 처음이다."

전국적으로 긴 장마가 계속되면서 국지성 비가 쏟아졌다. 대구 동구 평화시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11일 시장 점포 3곳의 지하가 침수되었다. 처음에는 양동이로 물을 퍼내다가 결국은 모터 펌프의 도움으로 해결되었다. 침수된 지하는 주로 창고로 사용하는 공간인데 엉망이 되었다. 상인들은 물에 젖은 물건들을 어떻게 할지 그저 앞이 캄캄했다.

다음 날인 12일 오전 9시 두레봉사단 15명이 팔을 걷고 나섰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목에는 수건을 걸치고 작업용 장갑도 착용했다.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하기 위해 3개 조를 편성했다. 반지하에 들어가서 가재도구를 끄집어내는 조와 가재도구를 자루에 담는 조, 자루를 시장 입구 공터까지 손수레로 옮기는 조다.

물을 흠뻑 머금은 가재도구들은 무거워서 봉사자들의 수고는 배로 증가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온몸을 줄줄 타고 내리는데 통풍이 잘되지 않는 반지하에서의 작업으로 땀이 범벅이 됐다. 이마의 땀을 손등으로 닦을 수조차 없어 눈은 따갑고 마스크도 흠뻑 젖었다. 1시간30분이 지나서 겨우 작업이 마무리되었다. 30개의 마대 자루가 다 사용되었다. 좁은 시장 통로와 침수된 물건의 냄새 등을 최대한 빠른 시간에 정리하느라 봉사자들의 움직임은 더 빨랐다. 시장을 찾은 고객의 불편함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서다.

채소가게를 하는 김모(82)씨는 "내가 해도 되는데 고맙다.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봉사에 나선 평화시장 두레 봉사단(단장 이태원)은 30여 명의 시장 상인들로 구성되어 있다. 두레봉사단은 지난해 상인 몇몇이 모여 자투리 시간에 차를 마시다가 시장에 상인회도 없으니 봉사단을 하나 만들자고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옛날 농경 사회 때 서로 도와 일을 하는 미덕을 되살려 봉사단 이름은 두레 봉사단으로 했다.

전통시장 상인은 거의 1인이 가게를 운영한다. 그러다 보니 크고 작은 일이 생길 때 불편한 일이 많았다. 두레 봉사단이 활동하면서 시장은 한목소리를 내며 서로 돕고 힘이 되는 전통시장으로 발전하고 있다. 코로나 19 사태 이후에는 회원들이 교대로 시장 구석구석 방역을 실시해 고객 안전에 최선을 다했다.

회원 박윤순(66)씨는 "이번 침수 피해가 발생했을 때도 회원 모두가 자발적으로 내 일처럼 하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았다. 다른 단체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체 봉사단으로 해결할 수 있어서 보람을 느낀다"며 환하게 웃었다.

글·사진=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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