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자외선…4050 젊은 백내장 주의보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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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18 08:09  |  수정 2020-08-18 08:13  |  발행일 2020-08-18 제18면
이른 백내장 환자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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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모(44)씨는 5개월가량 전부터 스마트폰의 글자가 제대로 보이지 않아 불편을 겪고 있다. 컴퓨터 모니터를 오래 보고 작업을 해야 하는 직업 탓에 또래보다 "노안이 빨리 왔구나"라고 생각하고 그냥 넘겼다. 운전을 할 때나 영화관 등을 찾을 때만 안경을 쓰고, 나머지는 아예 안경을 벗고 지내도 크게 불편한 것이 없었던 점도 한몫했다. 하지만 6개월가량이 지나자 안경을 벗는 것만으로 불편함이 해소되지 않았다. 안경을 벗어도 앞이 뿌옇게 보이기 시작한 것.

김씨는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친구 중 노안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고, 선배들에게 물어봐도 다른 직업보다 빨리 노안이 온다는 말에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병원을 찾은 결과 백내장이라는 진단을 받았다"면서 "다행히 치료시기를 크게 놓친 상황은 아니지만, 더 방치했으면 시력회복에 많이 시간이 걸렸을 것이라는 말에 크게 놀랐다"고 말했다.

17일 안과전문의들에 따르면, 40대에 접어들어 평소 잘 보이던 휴대폰 속 글자가 잘 안 보여 글자 크기를 확대했다면 노안이 시작됐다는 신호로 보면 된다. 노안은 카메라의 렌즈에 해당하는 수정체가 탄력을 잃게 되어 가까운 거리가 흐릿하게 보이게 되는 증상이고, 백내장은 수정체가 혼탁해지면서 안개가 낀 것처럼 시야가 뿌옇게 보이는 질환이다. 노안과 백내장 모두 나이 들어 노화에 의한 수정체 기능 이상에 의한 것으로 초기증상이 비슷해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가 뒤늦게 백내장 진단을 받고 수술하는 환자들이 많다. 특히 최근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 사용 등으로 40~50대 이른 백내장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국민관심질병통계 40~50대 백내장 진료 환자는 2017년 42만8천545명에서 지난해 51만5천301명으로, 최근 3년 사이 20.24%나 증가했다. 〈그래프 참조〉

◆백내장을 예방하려면

40~50대 이른 백내장을 예방하려면 올바른 생활습관이 중요하다.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를 이용할 때에는 1시간 사용 후 5~10분씩 휴식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휴식시간에는 멀리 있는 사물을 바라보며 눈 근육을 풀어주거나 눈꺼풀을 꾹 누르듯이 눈을 깜빡이면 더 좋다.

또 외출 시 선글라스 등을 활용해 자외선을 차단하는 게 좋다. 선글라스를 착용하면 수정체의 변성을 늦춰주게 된다. 여기에 비타민A, 루테인이 풍부한 녹황색 채소, 베리류 등을 자주 섭취하는 것도 백내장 예방에 도움이 된다. 이런 생활습관을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업무 특성상 노트북이나 스마트 기기 등을 오래 사용해야 하는 탓에 이른 백내장으로 고생하는 이들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적절한 시기에 제대로 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전자기기 1시간 사용 후 5~10분 휴식…녹황색 채소 섭취 도움
고온다습한 날씨 탓 수술 고민, 치료 미루다 악화 위험 더 커
장비 진화·최소 절개로 안전…수술 전 내과검사 받을 필요도


특히 여름철의 경우 덥고 습한 날씨 탓에 백내장 수술이나 시력교정술의 회복이나 수술 예후에 영향을 미친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실제는 그렇지 않다고 전문의들은 말한다. 과거에는 수술 장비 성능이 지금만큼 좋지 못했고, 수술 방법 역시 한정적이라 여름철에 백내장 수술을 하면 염증에 노출될 확률이 높았지만, 수술 장비의 진화와 최소 절개 수술법이 나오면서 염증 및 감염 노출 발생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졌다는 것. 오히려 수술시기를 놓쳐 과숙백내장으로 진행되면 녹내장, 포도막염 등 합병증으로 발전할 위험이 높아 계절에 관계없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특히 안구건조증이 있는 사람들은 건조한 겨울철에 수술하는 것보다 고온 다습한 여름이 라식이나 백내장 수술하기에 최적이라고 전문의들은 말했다.

또 1990년대 처음 도입된 시력교정수술을 받은 라식 1세대가 노안·백내장이 시작되면서 백내장수술도 증가하고 있다. 과거 라식·라섹과 같은 시력교정수술을 받았더라도 백내장수술은 가능하다. 하지만 굴절교정수술은 각막을 레이저로 깎기 때문에 수술 후 각막 모양, 굴절률, 렌즈 등의 도수가 변할 수 있다. 라식 수술을 한 시기가 과거일수록 깎인 면이 균일하지 못해 백내장 수술 시 적합한 인공수정체를 선택하는 데 어려운 점이 있을 수 있다.

◆내과 검사로 보다 안전한 수술 진행해야

40~50대 중년층과 60대 이상 장년층은 만성질환을 한두 가지씩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큰데, 이는 백내장 수술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수술실에서 심박수가 증가하거나 혈압이 상승하는 등 몸이 민감하게 반응하면 수술 중 위급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수술 전 내과 검사로 전신 건강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외 고혈압·당뇨 등은 수술 후 출혈의 위험과 상처 회복이 지연될 수 있고, 부정맥·심근경색 등 심장질환이 있는 환자라면 심한 경우 심장발작을 일으킬 수 있어 사전에 내과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

대구 누네안과병원 문다루치 원장은 "일부 환자들은 백내장 수술 전 내과 검사를 통해 모르고 있던 전신질환을 발견하는 경우도 있다. 심전도, 흉부 엑스레이, 간 기능검사, 혈당검사, 콩팥 기능검사, 혈액응고검사 등을 실시한 후 백내장 수술을 진행해야 한다"며 "간단한 검사로 만일의 상황까지 대비할 수 있어 불필요한 검사라고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백내장 예방을 위한 생활습관을 지켜나가는 동시에 40대 이상이라면 1년에 한 번씩 안과에서 정기적으로 눈 건강을 점검,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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