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세상보기] 친구의 부고를 받은 날

  • 천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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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02   |  발행일 2020-09-02 제12면   |  수정 2020-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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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동기회에서 부고가 날아왔다. 대개는 부모상인데 이번엔 본인상이다. 아직 퇴직하기 전인 친구가 세상을 떠났다니 당황스러웠다. 문상을 다녀온 친구들의 이야기가 분분하다. 가족을 떠나 관사에서 혼자 생활했는데 출근을 하지 않아 동료 직원이 찾아가 보니 홀로 쓰러져 있었단다. 병원으로 옮겼으나 때가 늦었다.

이웃에 살았던 그 친구를 생각하니 마음이 짠했다. 노모와 미혼인 자녀와 아내를 두고 가는 길이 편했을까. 어릴 적 꽤 영민했던 그는 가족의 희망이었다. 명문대 법학과에 입학했을 때는 어머니와 누이들의 자랑이었다. 넉넉지 않은 집안 형편에 학비를 대기 위해 누이들은 진학을 포기했지만 그래도 그가 성공하기만을 바랐다.

사법고시에 여러 번 실패하고 공직에 입문한 그는 이루지 못한 꿈 때문에 늘 쓸쓸하지 않았을까. 호방한 성격이라서 내색하지 않았지만 살아오면서 누이들에게 진 마음의 빚은 그를 짓누르지 않았을까. 자기 건강을 돌볼 만큼 정신적 여유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아니 특별한 증세가 없으니 건강에 무심하지 않았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남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건강검진 때 대사증후군이란 진단을 받았다. 혈압과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치를 벗어나고 있단다. 약 먹을 단계는 아니지만, 관리하지 않으면 수년 내 병증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한다. 받아본 검진 자료에도 내 건강 수치는 정상인과 환자의 경계에 있다. 운동과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식생활도 바꾸어 체중부터 줄이라고 한다. 갱년기에 들어서면서 허리둘레가 눈에 띄게 늘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맞춤 건강 노트'를 보내오고, 건강생활을 실천하고 있는지 전화로 체크한다. 관리 대상이 된 모양이다. 모르는 누군가가 건강을 걱정해 주니 고마운 일이다.

생활습관을 체크해 보았다. 계단보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고, 좋아하는 운동도 없다. 휴일에는 별일 없으면 집에만 있다. 흡연과 음주는 하지 않으나 끼니를 거르고 과식하는 일도 자주 있다. 당연히 체크리스트에 빨간불이다. 젊은이들에게는 가볍게 지나갈 수도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기저질환자에게는 생명까지 위협한다고 한다. 기저질환자가 된다는 생각을 하니 운동을 소홀히 할 수 없다.

등산을 즐기는 친구가 겨울 등산을 하면서 눈처마를 만난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있다. 벼랑 끝에 지붕의 처마처럼 얼어붙어 매달려 있거나 튀어나온 설층이다. 약한 눈의 층이므로 어느 정도 커지면 자체 무게 때문에 무너진다. 그러니 이 지대를 통과할 때는 주의를 해야 한다. 눈처마는 장소나 크기, 시기적으로 또는 해에 따라 달라지므로 등산에 경험이 많은 사람도 자칫 사고가 나기 쉽다고 한다. 얼핏 겉만 보아 알 수 없으니 더욱 위험하단다.

우리 몸도 마찬가지다. 보이지 않는 곳에 위험요소가 쌓여 방심하는 사이 무너질 수 있다. 평균수명이 늘었지만 모두가 건강하게 장수하는 것은 아니다.

천윤자 시민기자 kscyj83@hanmail.net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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