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편 가르기, 남 탓으로는 정권 위기 못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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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19   |  발행일 2020-08-19 제27면   |  수정 2020-08-19

문재인정권의 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쉴 새 없이 적(敵)을 만들어 공격해온 친문 세력들의 ‘편 가르기’와 ‘남 탓 떠넘기기’가 임기 말로 접어든 집권 4년차에 한층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하락하고,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동반 추락한 것으로 나타나자 조기 레임덕(권력누수)을 맞을 수 있음을 염려한 탓일까.

김원웅 광복회장은 광복절 기념사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을 아무런 호칭 없이 ‘이승만’이라 지칭하며 "친일파와 결탁했다"고 주장하는 등 국론을 갈가리 찢어 놓았다. 그는 최근 별세한 "백선엽 장군은 사형감이다"라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온 국민이 함께 해방과 건국을 축하하는 광복절에 통합의 메시지가 아닌, 한쪽의 과오를 부풀려 편 가르기에 골몰한 기념사를 청와대가 사전 여과 없이 문 대통령 앞에서 낭독하게 했다는 점이 놀랍기만 하다.

이 때문에 부동산 정책 실패로 민심의 이반을 겪고 있는 여권이 이념으로 이를 덮기 위해 고의로 짠 전략적 프레임의 일환이라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김 회장의 발언에 대해 여당 당권 주자들이 하나같이 ‘동의한다’는 취지로 두둔하고 나선 것이 하나의 방증이다. 앞서 박삼득 국가보훈처장은 지난달 이승만 전 대통령 서거 55주기 추모식에서 이 전 대통령을 ‘대통령’이 아닌 ‘박사’로 지칭했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인사청문회에서 "우리의 국부는 김구 주석이 되는 것이 더 마땅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여권은 백선엽 장군 파묘를 위한 입법 절차에도 돌입했다.

사실 문 정부는 그동안 이념편향·진영 중심의 국정운영을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일감정을 부추겨 톡톡히 재미를 봤고, 수많은 국정 난맥상을 지난 정부 탓으로 돌렸다. 이념으로 편을 가르고, 남 탓으로 위기의 상황을 모면하는 것은 한두 번은 가능하다. 그러나 계속 국민을 속일 수는 없다. 이미 많은 국민이 ‘나라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다’라는 것을 알고 걱정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제 이념과 진영에 얽매인 정치에서 벗어나 국민통합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래야 레임덕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국정 운영 기조의 대전환과 인적 쇄신을 약속하는 과감한 반전 카드를 꺼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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