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달서책사랑 전국주부수필공모전] 심사평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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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20 08:06  |  수정 2020-08-20 08:13  |  발행일 2020-08-20 제21면
"문학적이면서도 문체의 노련미 돋보인 수작 아버지와 일정한 거리두기로 감성매몰 없어"
조낭희
조낭희 수필가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되면서 '제11회 달서 책사랑 전국주부수필 공모전'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했다. 도서관도 몇 달간 휴관에 들어가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지만, 책을 사랑하는 열정은 줄어들지 않았다. 전국 각지에서 보내온 360여 편의 응모작 중 60편이 본심에 올랐다. 작품의 우열을 가리기는 쉽지 않아 신중을 기했지만, 모두가 책의 중요성을 환기시키는 아름답고 잔잔한 투쟁기였다. 이러한 책에 대한 인식과 정서가 일상 속에 깊게 뿌리내리는 한 우리의 미래는 밝고 건강할 거라고 확신한다.

많은 작품들이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한 부분이 보였다. 책읽기를 통한 활동 보고서나 독후감상문을 쓰듯 문체가 건조하여 문학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문단 나누기가 제대로 되지 않거나 주제를 향한 일관성이 부족한 작품도 의외로 많았다.

대상으로 뽑은 도애희씨의 '아버지의 책 상자'는 담담하게 글을 끌고 나가는 힘이 돋보인 작품이다. 문장이 간결하고 군더더기가 없어 그의 진솔한 목소리는 쉽고 깔끔하게 전달되었다. '기마이가 좋은' 아버지의 추억담은 자칫 자조적이거나 회한적으로 흐르기가 쉽다. 하지만 끝까지 아버지와 일정한 거리두기를 통해 감성에 매몰되거나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문학적이면서도 문체의 노련미가 돋보인 수작이다.

금상으로 뽑은 이현숙씨의 '책으로 이어진 인연'은 무엇보다 재미가 있다. 책으로 엮인 운명 같은 만남은 도입부에서부터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결혼 후에도 책은 소소한 사랑을 전달하는 매개체로 변함이 없으며, 남편의 사업이 힘들 때도 긍정적인 자세를 잃지 않는 사랑의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책과 삶을 사랑하는 긍정성이 자연스럽게 묻어나 좋았다.

또 다른 금상 이주희씨의 '나의 문학소녀를 위하여'도 책이 주는 소통의 힘이 제대로 전달된 작품이다. 제목이 참신하다. 책을 통해서 조심스럽고 불편하기만 한 시어머니를 알아가는 며느리의 마음이 진솔하게 드러났다. '55년생 김지영'으로 시어머니를 읽으며 다가가는 노력은 울림이 크다. 책이 주는 건강한 영향력이 읽는 이를 훈훈하게 한다.

당선된 이들에게 축하드리며, 책과 글쓰기를 사랑하는 이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빈다.



▶심사위원장 박방희 대구문인협회 회장

▶심사위원 조낭희 수필가, 박진관 영남일보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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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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