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산후도우미 파견업체, 국고보조금 도둑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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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22   |  발행일 2020-08-22 제23면   |  수정 2020-08-22

구미보건소가 최근 산후도우미 파견업체의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의혹을 적발해 구미경찰서에 수사의뢰했다. 전국에서 처음이다. 보건소가 자신들에게 관리부실 책임이 돌아올 것임에도 이를 파헤친 것은 참으로 용기있는 행동이다. 전국적으로 이같은 행태가 만연할 것이라는 우려가 예사롭지 않다. 국고가 줄줄 새는 데도 보건소는 눈감고 있었다는 것에 다름아니다. 정부도 차제에 전수조사를 통해 발본색원해야 한다.

본보가 단독보도한 구미지역 산후도우미 파견업체의 국고보조금 빼먹는 수법은 예상외로 단순했다. 정부가 시행 중인 산후도우미 서비스의 경우 자격을 갖춘 산모는 사후관리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바우처 카드를 지급받은 뒤, 서비스 이용 후 해당 카드로 결제하면 이용정보가 시스템에 전송되며 결제내역을 토대로 보조금이 사회보장정보원을 통해 지급되는 방식이다. 하나, 업체가 서비스 계약정보를 직접 입력하는 방식이어서 마음만 먹으면 허위정보를 등록할 수 있다. 이 점을 노려 실제보다 서비스 날짜를 뻥튀기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심지어 산모의 카드를 모두 수거한 뒤 마음대로 서비스 일수를 늘리면서 반대 급부로 산모의 부담금을 면제해주기도 했다고 한다. 단속권이 있는 일선 보건소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데다, 설사 부정수급사실이 적발되더라도 경고나 10일~3개월의 약한 영업정지가 내려진다는 점을 노렸다. 산후도우미 파견업체의 간을 키운 요인으로 작용했다.

인구보건복지협회에선 올해 국내 합계출산율을 1.1명으로 후하게 보고 있지만 국내 통계로는 지난해에 이미 ‘0.92’대로 떨어졌다. 2006년 국내 합계출산율 1.09명을 2020년까지 1.5명으로 올리기 위해 무려 200조원을 퍼부었다. 합계출산율 세계 최저로 백약이 무효인 상황에서 산후도우미 업체의 세금도둑질마저 발생하고 있으니 국민들의 억장이 무너진다. 산후도우미 파견업체와 일부 몰지각한 산모들의 공모에 따른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보건복지부는 산후도우미 파견업체의 불법행위근절은 물론, 관계법령 개정을 통해 처벌형량을 더욱 무겁게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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