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의료계, 생명 볼모로 한 치킨게임 즉각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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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28   |  발행일 2020-08-28 제23면   |  수정 2020-08-28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 의료정책에 반대하며 파업을 벌이는 의료계를 겨냥해 정부가 유례없는 '업무개시 명령'을 내렸다. 과거 정부가 파업에 참여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업무개시 명령을 내린 적은 있지만 개별 의사가 대상이 된 것은 처음이다. 의료법에 따르면 업무개시 명령을 불이행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코로나19 재확산 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사실상 최후의 수단을 선택한 것이다.

이 같은 강경조치에도 불구하고 의료계는 파업을 이어가기로 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정부가 무리한 행정처분을 한다면 무기한 총파업을 통해 강력하게 저항하겠다"고 선언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27일부터 희망자에 한해 사직서를 작성하는 단체행동에 들어갔다. 전문의 자격시험과 인턴시험을 거부하며 선별진료의 경우 인력 파견 형식에서 자원봉사 형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양측 모두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긴 어려워 보인다.

이번 사태가 촉발된 데는 정부의 소통 부족 탓이 크다. 의대 정원 확대, 공공 의대 설립 등은 의료현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당사자인 의료계와 협의도 없이 관련 정책을 밀어붙였다. 지역 의료격차 해소라는 명분이 좋긴 하지만 코로나 전장에서 지친 의사를 몰아세울 만큼 시급한지도 의문이다. 특히 보건복지부는 공공보건의료대학 선발 절차를 둘러싼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공공 의대 후보 학생 추천에 대해 설명하면서 '전문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시·도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진행한다'라는 문구를 적시했다. 정당 소속 시·도지사가 입학생 추천 권한을 갖는다는 안에 대해 반발이 터져 나오자 해명하는 과정에서 '시민사회단체 추천'을 적시하면서 되레 논란을 키웠다.

정부의 무리한 정책 추진에도 불구하고 의료계가 환자의 생명을 볼모로 삼고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정당화될 수는 없다. 더구나 하루 신규 확진자가 400명을 넘은 최악의 위기 상황 아닌가. 정부와 의료계는 즉각 파업과 정책 추진을 함께 중단하고 코로나 대응에 주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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