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에게 듣는다] 상완신경총 손상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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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01 07:49  |  수정 2020-09-01 08:02  |  발행일 2020-09-01 제18면
발병하면 일상 생활에 '재앙'…섣부른 신경수술 금물, 자연회복 경과 살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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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신체 부위 중 목 부분과 팔 사이에 있는 여러 개의 신경 다발을 '상완신경총'이라고 부른다. 이런 탓에 간혹 저림 현상이 생기기도 한다. '상완신경총'은 목의 사각근과 팔의 상완삼두근에 붙어있고, 사각근과 상완삼두근은 자는 동안 잘못된 자세로 인해 쉽게 경직되기 때문이다. 이들 근육이 굳으면 상완신경총이 눌려 팔 저림을 유발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탓에 중장년층 중에서 목 디스크 등의 원인 질환도 없는데, 기상 후 팔 저림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 다만 이런 팔저림은 목 돌리기 스트레칭만으로 개선할 수도 있다. 이처럼 일상 속에서도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지만, 문제는 이보다 더 심한 손상이 생겼을 때다. 상완신경총 손상의 경우 신경 회복 정도를 유심히 살핀 뒤 수술 여부를 결정해야 하고, 수술 시기도 자연 치유가 가능한 상황 등을 고려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의들은 "상완신경총 손상의 경우 수술 시기를 놓치는 것도 문제지만, 자연적으로 회복될 수 있는 경우에 수술을 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심한 통증 탓에 호흡 곤란·우울증 발생 가능성
신경 회복돼도 고통 이어져 진통제 복용하기도
최대 6개월 정도 지켜본 후 수술시기 조율해야
단계별 재활 필수…중도포기 않게 전문의 상담을


◆상완신경총 손상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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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병원 천호준 원장

심각한 후유증을 고민해야 하는 상완신경총 손상은 주로 어깨와 겨드랑이에 위치해 있어 목이 심하게 꺾이거나 팔에 당겨지는 힘이 가해질 때 생긴다. 작업장에서 사람이 떨어지거나 익스트림 스포츠 또는 오토바이 사고에 의해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그리고 가끔이긴 하지만 분만 중에 태아한테도 이런 손상이 생기기도 한다고 전문의들은 말했다.

다친 쪽 팔은 신경 손상에 의해 쑤시는 통증, 저린감, 감각 마비와 근력 소실이 발생한다. 심한 경우 교감 신경 조절에 문제가 생기거나 횡격막 기능 저하로 호흡 곤란이 생길 수 있다. 손상 정도에 따라 어느 정도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일단 발생하면 환자 당사자에겐 재앙과 같은 일이다.

다니던 직장 일은 물론이고 일상생활에도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 더욱이 밤에 계속되는 통증으로 불면증, 우울증이 생기기도 하고 삶을 포기하고 싶게도 만드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고 전문의들은 말했다. 간혹 손상 정도가 경미해 신경이 회복된다 하더라도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리기도 하고 통증은 없어지지 않아 진통제와 신경안정제를 계속 복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상완신경총 손상은 어떻게 치료하나

환자가 발생하면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 특히 해부학적으로 복잡하고 치료가 어려워 제대로 검사를 받지 못하거나 골절 등의 다른 동반 손상 때문에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전했다.

정확한 진단과 수술을 위해서는 MRI와 근전도 검사를 통해 신경 손상을 확인하고 미세 수술 전문의가 처음부터 환자의 신경 증상을 정확히 기록하고 이후 회복 과정을 면밀히 관찰해서 수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특히 수술시기 결정이 중요하다. 수술 시기를 놓쳐서도 안되겠지만 자연 회복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일찍 수술을 진행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등을 손상이 생긴 이후 빠르면 1개월에서 최대 6개월까지 신경 회복 정도를 확인한 다음 회복되지 않는 신경에 대해서 수술을 진행한다고 전문의들은 입을 모았다.

수술 방법은 손상된 부위의 해부학적 위치와 정도에 따라 신경 박리술, 이식술 또는 신경 이전술을 시행하게 된다. 이 또한 판단이 쉽지 않아 숙련된 의사만이 진행할 수 있다.

팔이 완전 마비가 되었다고 가정할 경우 수술로 회복시켜 주어야 할 우선순위를 따지면 팔꿈치의 관절 운동 회복이 최우선이고, 그다음이 어깨 관절운동, 그리고 손의 운동과 감각 회복 순이다. 어깨나 팔꿈치가 움직여지지 않으면 팔 자체가 올라가지 않아 손가락만 움직이는 건 거의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 수술 시기를 놓치면 신경에 대한 수술은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어깨나 상완부의 정상적으로 움직이는 근육을 옮겨 팔꿈치나 어깨가 관절을 움직일 수 있게 해 주기도 한다. 옮길 만한 근육이 없다면 허벅지에 있는 일부 근육을 옮겨 팔의 기능 회복을 돕기도 한다. 다리 근육을 움직이는 신경과 근육으로 들어가는 혈관도 같이 옮겨 주는 미세 수술이다.

◆재활치료도 중요

재활 치료는 수술 후뿐만 아니라 수술 전에도 필요하다. 다친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관절이 굳지 않게끔 운동시켜주고 신경이 회복되기 시작한다면 이에 맞춰서 근력 운동도 적절히 시행되어야 한다.

신경의 회복은 수개월에서 2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각 환자에 맞춰진 단계별 재활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전했다. 장기간 회복 정도를 관찰하면서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수술한 주치의와 전담 재활 치료사와의 협업이 필수다. 신경이 빨리 돌아오지 않는다며 중도에 포기하는 환자도 생기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면담하고 집에서도 할 수 있는 재활 운동을 교육해서 최대한의 기능 회복을 이끌어 내야 하기 때문이다.

W병원 천호준 원장은 "사고라는 건 찰나의 실수로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일이지만 이 상완신경충 손상은 환자뿐 아니라 그의 가족의 삶도 송두리째 바꿔버리는 심각한 일"이라며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하고 손상이 발생했을 때는 적절한 시기에 최고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의사는 물론 환자도 노력해야 최고의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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