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도창 영양군수 "영양고추 찾는 전국 소비자에 더 가까이…온라인 판매 승부"

  • 배운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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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11 07:52  |  수정 2020-09-11 07:55  |  발행일 2020-09-11 제8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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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가을이 익어갈 때면 서울광장은 영양고추로 붉게 물든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로 이 같은 모습을 볼 수 없게 됐지만 영양군은 온라인을 통해 서울과 수도권 소비자에게 다가간다는 각오다.

영양고추가 국내 양념류 가운데 최고 농산물로 자리 잡은 데는 2007년 개최한 서울 축제의 영향이 컸다. 서울 중심에서 열리는 이 축제는 지역 농산물을 구입하는 소비자가 방문하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 곁으로 가져가 판매의 장을 펼치고 홍보하자는 역발상의 소비자 맞춤형 농산물 축제다. 영양고추가 우뚝 서기까지 영양군의 꾸준한 지원이 큰 몫을 했다. 영양군이 추진해 온 고추 명성 알리기와 품질관리·직거래 판매 및 고추유통공사 설립 등 각종 고추 농가 지원책이 성공을 거둔 덕분이다. 오도창 영양군수로부터 영양고추의 변천 과정 등을 들어봤다.

올해 서울행사 취소 안타깝지만
서울 등 도시 소비자구매 줄잇고
햇고춧가루 美 수출도 순조로워
농가마다 택배비 지원 등 혜택
코로나시대 슬기롭게 극복


▶영양에서 좋은 고추가 많이 생산되는데 그 비결이 무엇인지.

"영양지역은 산간 고랭지로 해발이 높아 여름철 기후가 낮에는 덥고 밤에는 서늘하며 일교차가 10℃ 이상 크고 일조량이 많은 것이 큰 특징이다. 태백산간 준고랭지대로 완만한 구릉지를 이루고 있는 식양토로 구성된 비옥한 토양과 지형으로 고추 재배에 적합하다. 고추재배지의 경토는 식양토가 대부분으로 우량 품질의 고추를 생산하는데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런 천혜의 조건에서 자란 영양고추는 당질 함량이 많고, 비타민A·C와 식욕을 돋우면서 지방 축적을 방지하는 캡사이신 함량이 많다. 또 매운맛과 단맛이 잘 조화돼 과피가 두껍고 색도가 좋은 것이 특징이다. 특히 영양고추는 당도가 높아 덜 매운 듯 매운맛이 큰 특징이다. 영양고추의 매운맛 비결은 매콤함에 있는데, 고추는 전국 각지에서 재배하고 있지만 영양고추로서 명성을 유지하도록 해 주는 것이 바로 매콤한 맛에 있다."

▶수도권 소비자에게도 영양고추의 우수성이 널리 알려져 있다. 어떻게 서울에서 할 생각을 했는지.

"2007년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서울의 중심부인 서울광장에서 축제를 개최하면서 전국적인 명성을 얻는 계기가 됐다. 영양고추의 서울 축제는 영양군 농업소득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고추의 우수성을 대내외에 알리기 위해 소비자들이 영양군을 찾아오기 힘든 여건상 가장 현실적인 최적의 방안이었다.

이보다 앞서 영양군은 1984년 영양고추의 우수성을 알리고 군민 화합과 군정 발전을 위해 '제1회 영양고추아가씨 선발대회'를 개최했다. 이 대회는 2000년 영양고추문화축제로 확대시켜 2006년까지 영양군 현지에서 개최했다. 하지만 경북 북부에서도 오지 영양군에서 개최되는 축제는 아는 이가 많지는 않았다. 지리적 특성상 축제를 보러 오는 사람도 많지 않아 기존의 방식으로 축제를 진행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이를 정리하고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광장에서 축제를 진행했다."

▶고추는 영양 농업의 주소득원이다.

"2010년 매출 10억원에 머물던 축제가 2011년 이후 고추 가격 상승과 소비자 신뢰도 확보, 축제에 따른 인지도 확대 등이 어우러져 2012년 25억원, 2014년 30억원, 2017년 35억원 등 현지 판매액이 증가했으며 단일 품목 농산물 축제로는 보기 드문 성공신화를 쓰고 있다.

건고추 가격의 강세와 고추 물량 부족에 따른 판매액 증가 요인도 있지만 서울지역 소비자들의 영양고추에 대한 신뢰도와 고추 축제 인지도 상승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또 산지에서 열리는 일반적인 농산물 축제의 틀을 벗어나 도시 소비자를 직접 찾아가는 농산물 문화체험 축제로 마련해 농업의 경쟁력 강화와 영양고추 브랜드 이미지를 높인 게 중요한 성공 요인이었다.

영양지역 고추 재배 면적은 1천668㏊로 지난해 540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또 영양고추유통공사, 농협 및 법인까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한때 지나가던 강아지도 만원권 지폐를 물고 다닌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큼 부유했다. 영양군 조사에서 억대 고추농가가 300가구 이상으로 조사된 바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서울 축제가 취소됐는데

"온라인 판매로 승부를 걸 생각이다. 코로나19로 올해 서울 행사는 불가능해졌지만 영양고추 맛에 길들여진 서울 등 도시 소비자들은 그 맛을 잊지 못하고 구매가 이어지고 있다. 도시 부녀회원들은 매년 이맘 때 관광버스편으로 찾아와 농가에서 숙식하며 일손을 돕고 직접 현지구매를 했다. 영양군은 서울 행사는 취소했지만 고추 홍보 판매 행사를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영양유통공사는 올해 생산한 첫 고추로 만든 빛깔찬 고춧가루를 대미 수출길에 보냈다. 영양군은 100만달러 수출 목표로 해외 마케팅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영양축제관광재단은 경북도 식품유통진흥원과 연계해 사이소 온라인 판촉 및 네이버 스토어 입점을 통한 온라인 판매에 주력한다. 온라인 판매를 희망하는 고추 재배농가에 농가당 200만원 한도의 택배비도 지원한다. 또 직원들로 편성된 고추 판촉단은 지난해 대도시 아파트단지 및 자매단체를 찾아 20억원 이상 실적을 올렸다. 올해 판촉은 코로나 추이를 지켜보며 나설 계획이다.

그동안 영양고추를 통해 도농상생화합, 농가소득 증대, 일자리 창출, 문화관광 홍보 등에 지대한 역할을 해 왔다. 앞으로도 정직한 품질과 우수한 농산물로 1천만 수도권 소비자들의 소비욕구뿐만 아니라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도록 노력할 것이다. 특히 다양하고 색다른 아이템으로 코로나 시대를 슬기롭게 극복하겠다."
글·사진=배운철기자 baeuc@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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