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진훈(전 대구 수성구청장)...제2의 낙동강 '워터 네트워크' 만들자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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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03   |  발행일 2020-09-04 제21면   |  수정 2020-09-04
이진훈
영남권 100% 댐 물 식수를 주장한다. 식수 우선의 원칙 하에 식수는 댐물로, 농공업용수는 강물로 물의 쓰임새를 달리해야 한다. 낙동강 상류의 댐이나 지류 하천, 간접 취수방식의 1급수라면 몰라도, 적어도 식수를 중하류에서 직접 취수하는 방식은 안 된다.

 


대구를 포함한 영남권 전역의 식수문제 해결을 위해 제2의 낙동강 '워터 네트워크'를 제안한다. '워터 네트워크'는 한강수계 충주댐과 낙동강수계 안동댐∼임하댐∼영천댐∼운문댐∼밀양댐∼물금·매리취수장 등을 도수로로 연결하는 것을 뜻한다. 200여㎞를 직통으로 연결하면 또 하나의 낙동강이 생긴다. 이 같은 식수 전용 물길이 생기면 대구는 기존 취수원인 운문댐, 부산은 물금·매리취수장에서 취수하면 된다.
 

최근 환경부가 '낙동강유역 통합물관리방안'을 발표했다. 낙동강 중하류 전체 하루 취수량 201만8천t 중 취수원 다변화 대상으로 본 해평취수장, 임하댐, 황강 하류, 강변여과수 등 125만t은 수량·수질 다 괜찮다. 그러나 대구와 부산에 공급하겠다는 하루 취수량 76만8천t(연간 약 3억t)이 문제다. 낙동강 본류에서 직접 취수해 초고도정수처리를 통해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물관리는 여전히 개발도상국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1991년 페놀에서 2018년 과불화 화합물까지 잊을 만하면 되풀이되는 수돗물 오염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온 대구와 부산이다. 특히 대구는 규모가 큰 구미산업단지와 너무 가까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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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훈 전 대구 수성구청장이 영남지역 먹는물 문제 해결을 위해 제안한 댐물 식수 고속도로 조감도.

태생이 낙동강의 자식이기에 어머니강을 살려야 영남권이 사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식수 문제를 낙동강 본류 직접 취수로 해결하겠다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다. 지금의 고도정수처리보다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초고도정수처리'라는 단어 자체가 낙동강 본류 취수의 위험성을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더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온 선진국들은 일찌감치 큰 강 본류에서 직접 취수하지 않는다. 강물은 늘 오염에 노출돼 있고 정수기술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경험해왔기에 식수 만큼은 깨끗한 원수를 추구해 온 결과다. 그들은 수 백㎞, 심지어 수 천㎞ 이상을 도수로로 연결해 먹는 물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댐들을 연결하면 지역 간 강우량과 강우 시기의 차이로 총저수량을 늘릴 수 있다. '워터 네트워크'는 마치 큰 댐 하나를 짓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여기에 저수량 27억t의 국내 최대급 충주댐에서 조금만 가져오면 대구와 부산이 필요로 하는 연간 3억t의 물 공급은 충분하다. 장마 때든 가뭄 때든 안정적으로 영남권 전역이 식수 문제에서 영원히 해방될 수 있다.
 

끝까지 머리를 맞대고 더 좋은 아이디어를 찾아봤으면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은 하나의 공동체라는 인식이다. 한강과 낙동강 사이의 산을 뚫고 각지의 댐들을 이어서 먹는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안동∼임하∼영천댐은 이미 연결돼 있다. 나머지 구간만 도수로를 놓아 연결하면 된다.
 

'워터 네트워크' 건설이 공론의 장에서 다뤄지기를 희망한다. 제2의 낙동강, 식수 전용 물길 건설은 가장 효과적인 그린 뉴딜 정책이 될 것이다.
이진훈<전 대구 수성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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