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통합당, 혁신없이 당명만 바꾼다고 국민 지지 얻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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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02   |  발행일 2020-09-02 제27면   |  수정 2020-09-02

미래통합당이 지난달 31일 '국민의힘'을 새 당명으로 발표했다. 전 국민 대상의 공모에서 추천 의견이 많은 안을 택했다. 1일 의원총회에 이어 상임 전국위, 2일 전국위 등 확정까지 아직 몇 단계 의결 절차가 남아 있다. 통합당이 현 시점에서 당명 개정을 시도하는 것은 부진한 국민 지지를 회복하기 위해서다. 당 체질을 혁신적으로 바꾸면서 이전의 낡은 이미지의 당명도 교체하는 것은 필수적인 과정의 하나다. 당 쇄신의 의지를 반영했다는 긍정적인 해석도 있지만, 출발부터 '국민의힘'이라는 당명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통합당과 교류가 잦은 것으로 알려진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과 당명이 유사한 것도 입방아 대상이다.

그러나 핵심은 당명 교체가 아니다. 신한국당-한나라당- 미래통합당 등의 당명은 당의 간판, 외부 포장일 뿐 본질이 아니다. 중요한 건 당의 알맹이와 콘텐츠, 즉 당의 정체성과 핵심 당직자를 포함한 구성원의 마인드다. 당의 내용물이 바뀌지 않고 외부 포장 용기만 바뀌어서는 지지를 얻기 어렵다. 창조적 파괴를 통한 체질 변화와 인적 쇄신이 절실히 요구되는 이유다. 지금까지 통합당은 '구원 투수'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개인기'에 의존해 회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위원장은 극우를 멀리하면서 당내 계파 갈등을 잠재우는 중도 실용을 기치로, 보수당을 안정적으로 잘 이끌어 왔다는 게 정가의 평가다.

취임 100일을 하루 앞둔 김종인 비대위 체제는 곧 끝난다. 문제는 '김종인 없는 통합당의 미래'다. 다시 과거로 회귀할 우려도 있다. 당 지도부가 과연 믿음직한 차기 주자들을 배출해내며 어떤 쇄신을 이어갈지도 의문이다. 대선 전초전 성격의 내년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4월)에 내보낼 당내 후보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도자급 인사들은 당이 처한 이러한 현실을 자각하고 치열하게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국민의 지지는 저절로 나오지 않는다. 당명을 바꾸는 통합당이 더욱 낮은 자세로 쇄신책을 마련, 국민 곁으로 다가가야 가능하다. 당명처럼 '국민의 힘'을 제대로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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