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친구들과 고향서 '인생 2막'..."땀 흘리고 한 잔하는 막걸리가 보약"

  • 김점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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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23   |  발행일 2020-09-23 제12면   |  수정 2020-09-24
친구 7명, 경북 성주로 귀촌
텃밭 가꿔 수확물 나눠 먹고
산행·맛집 다니며 힐링의 시간
유년시절 '추억 보따리' 풀며
별것 아닌 것에도 웃음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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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사이인(왼쪽 둘째부터) 도재용, 여상근, 황옥성, 박남수, 이수열씨가 바둑판 앞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다. 〈황옥성씨 제공〉

"바둑 한 판 두자. 생각 있는 친구는 모여라."

지난 8월 말 7명의 친구들이 모여 점심을 먹고 담소를 나누며 바둑판 앞에 앉았다. 도재용·여상근·황옥성·박남수·이수열씨 등이다.이들은 최근 2~3년 전 은퇴를 하고 경북 성주로 귀촌했다.

상급학교 진학과 일자리를 찾아 객지로 떠난 그들은 결혼도 하고 자녀를 낳아 키우고 결혼까지 뒷바라지를 하고 보니 어느새 은퇴다.

개인사업, 공직 등 사회 각 분야에서 활동하던 친구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고향으로 귀촌했다. 이들은 귀촌 또는 '도4 촌3'(월·화·수·목요일은 도시에서 금·토·일요일은 촌에서 생활) 하면서 차량으로 10분 이내의 거리에 각자 살고 있다. 부모님과 함께 살았던 집을 리모델링한 친구, 고향의 땅에 집을 건축한 친구, 땅을 매입해서 집을 건축한 친구 등 각자의 사연은 다르다. 공통분모는 유년 시절의 추억이다.

여상근씨는 "지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며 어디론가 갈 수 있는 바람의 자유가 부러워져서 자신의 틀을 벗어나 도시 생활을 접고 귀촌 생활을 시작했다. 색소폰 연주는 마음을 비우고 자연과 더불어 휴식을 충전하기에 충분하다. 지척에 마음 통하는 친구들이 있어 삶이 행복하다"며 색소폰을 연주한다.

이들은 모두 텃밭을 가꾸고 있다. 수확한 감자를 나눠 먹는 일도, 가을배추를 언제 파종하는지도, 처음 심은 참깨를 수확하는 것 등도 서로 의견을 나누고 함께하는 이런 것이 일상이며 소소한 즐거움이다.

부추전 했다고 먹으러 오라하고, 추어탕 끓였으니 맛보러 오라고 전화하고, 며칠 못 만났다고 모이고, 보고 싶으면 이런저런 핑계를 만든다. 만나면 학창 시절 에피소드, 결혼 이야기 등등.

지금까지 삶의 여정에 등장한 추억 보따리는 끝이 없다. 별것 아닌 것에도 함께 너털웃음으로 행복해하고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고 그래서 좋다. 가야산 산행에도 지역의 맛집, 유적지에도 이들의 '우정 행진'은 계속된다.

황옥성씨는 "남들은 아내가 반대해서 못 한다는데 나는 아내 덕에 귀촌하게 됐다. 매일 오전 텃밭에서 풀을 뽑고 늦은 오후 잔디를 깎고 나무 가지치기 작업을 한다. 하루가 짧고 몸을 많이 움직이니 일찍 잠이 든다. 텃밭 가꾸기로 땀을 흘린 뒤 친구와 마시는 막걸리 한 사발이 보약이며 이 또한 귀촌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박남수씨는 "취미와 관심사가 비슷한 친구들끼리 같은 지역에 살면서 서로 걱정해 주고 작은 일도 내 일처럼 챙겨주는 것이 든든하다. 고향에서 잃었던 고향 내음을 맡으며 시작하는 인생 2막은 친구와 함께여서 꽃길이다"며 오랜 우정을 이야기했다.

이들은 코로나19로 힘든 시간에도 바로바로 수확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상추·오이·고추 등을 키우는 취미와 서로 다른 채소를 나눠 먹는 재미를 즐긴다. 소박한 먹거리를 나누는 것처럼 변함없는 우정으로 귀촌의 삶을 윤택하게 영위하며 아름답게 익어갈 것이다.
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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