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醫-政 합의, '백기투항'도 '밀실야합'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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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07   |  발행일 2020-09-07 제27면   |  수정 2020-09-07

의료계 파업이 사실상 종료됐다. 정부 여당과 대한의사협회(의협)는 갈등의 핵심 사안들을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원점에서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이 합의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던 전공의들도 한걸음 물러서 합의사항 이행 여부를 감시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여전히 불투명한 요소가 남아있긴 하지만, 오늘(7일) 중 전공의들도 의료 현장으로 복귀하기를 기대한다.

한 발짝씩 물러나 보름가량 이어진 집단휴진 사태가 돌파구를 찾은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합의를 놓고 양측 진영 일각에서 '백기투항이다' '밀실야합이다'는 비난이 거세지만, 정부 여당과 의협 집행부가 오로지 국민을 바라보고 내린 힘든 결정이었다고 본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온 데는 정부여당과 의료계 모두의 책임이 있다. 정부 여당이 '공약' 이행에 급급해 무리하게 정책을 밀어붙이려다 자초한 측면이 있다. 공공의대 학생 추천자에 시민단체를 포함해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정부는 조정능력 부족을 여실히 드러내며 파국을 조기에 막지 못했다. 생명을 볼모로 파업에 나선 의료계도 국민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K방역의 영웅으로 존경했던 국민을 크게 실망하게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의료계는 향후 논의에서도 무조건 반대만 고집해선 안 된다. 공공의료 강화에 대한 현실적 대안을 내놓고 정책에 반영되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

코로나 사정이 녹록지 않다. 6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67명. 일일 신규 확진자가 나흘째 100명대를 기록했다. 7개월여간 비교적 성공적으로 관리해온 코로나19 방역의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이다.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는 일주일, 대구·경북 등 나머지 지역에 시행 중인 거리두기 2단계도 2주간 연장됐다. 이제 방역 당국과 의료계는 코로나19 극복에 총력을 기울여 주길 바란다. 국민도 스스로가 방역의 주체라는 의식을 갖는 것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거리 두기를 힘써 실천해야 한다. 언제 끝날지 모를 코로나 위기를 함께 헤쳐나가 일상의 기쁨을 맛보는 시간이 속히 돌아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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