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이 안 보여도 사진 찍을 수 있어요"

  • 문순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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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09   |  발행일 2020-09-09 제12면   |  수정 2020-09-09
대구시 시각장애인연합회, 공동모금회 '마음사진관' 사업 선정
금요일마다 전문가 지도로 봉사자-시각장애인 매칭 사진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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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시각장애인연합회 '마음사진관: 사랑을 전시하다'에 참가한 시각장애인들이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시각장애인도 사진을 찍을 수 있나요?" "앞이 안 보이는데 어떻게 촬영을 할 수 있어요?"라고 의아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중증부터 약시를 가진 시각장애인이 옆에서 손발이 되어 도와주는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서 사진 작업하는 현장을 찾았다.

이 작업은 대구시 시각장애인연합회가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2020 신청사업 '마음사진관 : 사랑을 전시하다'에 선정되면서 시작됐다.

코로나19로 사업이 지연되다가 지난 5월22일부터 대학생 자원봉사자 교육을 했으며, 시각장애인들은 6월 둘째 주부터 매주 금요일 오후 3시30분 대구 달서구 송현동에 있는 대구점자도서관에 모여 김영록 대구사진작가협회장의 지도로 촬영에 관한 이론교육 2시간 2회, 야외촬영 2회를 진행하고 있다. 시각장애인 10명, 대학생 봉사자 10명이 1대 1 매칭돼 전문사진작가와 시각장애인 보조강사의 지도로 사진 이론과 촬영을 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장애 특성상 DSLR 카메라 조작이 어려워 저시력 시각장애인 사용 스마트폰을 이용하거나 해뜰폰(시각장애인용 폴더형 스마트폰)을 활용해 촬영하고 있다.

이 작업을 통해 시각장애인도 장애를 넘어 여가문화 교육활동 경험의 결과물을 지역사회에 배포·홍보해 장애 인식 개선 홍보물에 게재될 사진을 당사자가 직접 촬영한 것을 사용함으로써 자존감을 높이고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민의 인식을 긍정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기획됐다.

비장애인으로 살아갈 땐 전혀 감사한 줄 몰랐던 두 눈을 후천적으로 잃고 난 후에야 비로소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고 말하는 시각장애인들의 사연을 들으며 마음이 짠했다.

56세에 백내장 수술 후 2년 뒤부터 급격하게 시력이 나빠져 현재 시각장애 1급을 받고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게 되었다는 서보윤(63·대구시 달서구 송현동)씨는 "젊은 날 상선 조리장으로 전 세계를 다녔는데 사진에 취미가 있어서 외국의 낯선 풍경을 담기 위해 좋은 카메라를 사서 촬영했어요. 3천 장이 넘는 사진 중에 마음에 흡족한 사진으로 8폭 병풍을 만들고 싶었는데 부산에서 대구로 오는 기차 안에서 깜박 졸다가 가방을 두고 내려서 잃어버렸어요. 1980년대에 세계를 다니면서 석양에 물든 시애틀의 탑, 이집트 수에즈운하, 파나마운하 등 사진을 많이 촬영했는데…"라고 아쉬워하며 "지금은 초점을 잡을 수 없어서 답답하지만 이렇게라도 좋아하던 사진을 다시 찍을 수 있게 주선해 주신 분들에게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했다.

10년 은둔생활에 우울증까지 겹쳐서 정말 힘든 나날을 살았는데 어느 날 라디오를 듣다가 시각장애인협회를 알게 되었고, 장애 4급 판정을 받고 세상 밖으로 발걸음을 내디뎠다는 성정숙(60·대구시 달서구 상인동)씨는 "장애가 오기 전부터 사진에 관심이 많았는데 기회가 닿아 사진 촬영을 하게 되어서 희망이 생겼어요"라고 말하는 그녀의 입가에 웃음꽃이 피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시각장애인들이 촬영한 사진 20장은 12월 셋째 주부터 지하철 1·2호선과 버스 40대(버스 내부 뒷문 쪽)에 부착돼 시민과 만날 예정이다.

글·사진=문순덕 시민기자 msd5613@hanmail.net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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