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의 피플] 나길동 대구 수석교회 명예목사 "인간을 살리기 위해 대면예배 중단하라는 것이 어떻게 박해인가"

  • 김수영,이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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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12 08:18  |  수정 2021-06-27 14:25  |  발행일 2020-09-12 제22면

나길동대구수석교회
60여 년간 목회자의 길을 걸어온 대구 수석교회 나길동 명예목사는 "교회 예배는 하나님의 인간 사랑과 구원하심에 감사·감격해 있게 된 것"이라며 "하나님의 위대한 사랑의 역사에 동참하는 것이 참교회의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지난봄의 신천지교회발 코로나19 대유행에 이어 지난 8월부터 시작된 2차 대유행이 교회 중심으로 확산하면서 교회의 '대면 예배'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부 교회가 예배를 통해 코로나 집단감염이 일어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면 예배를 고집하고 있다. 이들 교회는 '예배는 목숨과 같은 가치'라고 강조하지만, 교계에서조차 '이기주의의 발로'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이런 가운데 교계 내 진보·개혁 성향의 10여 개 단체로 구성된 '개신교 회복을 위한 비상대책위'는 최근 '사죄 성명서'를 내고 "한국 교회는 코로나 사태 앞에서 우리 사회와 국민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고 참회했다. 교인에게 교회에서의 예배가 분명히 중요하지만 국민 건강과 생명을 위해 대면 예배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코로나 위기가 심각하다는데 뜻을 같이한 것이다. 나길동(90) 대구 수석교회 명예목사 역시 비상대책위의 행동에 찬성의 목소리를 냈다. 그리고 수석교회에서 진행된 인터뷰 내내 "기독교의 본질이 어디에 있는지를 생각해 보라"고 강조했다.

나 목사는 인간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황해도에서 태어난 나 목사의 삶은 6·25전쟁, 5·16 군사 쿠데타 등 한국 근대사의 격변기와 함께했다. 6·25전쟁 중에 홀로 계신 어머니에게 인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잠시 서울에 다녀오겠다며 서울로 내려오던 길에 1·4후퇴가 터져 다시 고향 땅을 밟지 못했다. 그는 "대구까지 피란을 왔지만, 곧바로 고향에 돌아갈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시간이 흘러버렸다"며 "고향에서 가져온 것은 성화신학교 학생증에 있는 사진 하나밖에 없다"고 했다.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남은 그는 이를 통해 생명의 숭고함, 하나님의 사랑 등을 더 간절히 느낄 수 있었다. 목회자의 길로 들어서게 한 결정적 계기이기도 하다. 전쟁이 끝나자 나 목사는 서울로 올라와 다시 한국신학대학에 진학했다. 졸업 후 국방의무를 하기 위해 해병학교에 들어가 군목으로 목사 생활을 시작했다. 6년간 군종장교로 있을 때 5·16 군사 쿠데타가 일어났다. 그가 속한 부대가 주체가 됐다. 제대 후 김포·안양 등에서 목사활동을 하다가 1971년 수석교회에 왔다. 이후 목회 활동을 하며 사회문제에도 많은 관심을 가졌다. 대구YMCA 이사장, 대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이사장 으로 활동했다.

60년 넘게 목회자의 길을 걸어온 나 목사는 "과거와 비교해 교회가 많이 변했다" "엘리트들이 교회를 떠난다"며 아쉬워했다. 코로나 사태로 교회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진 국민이 많아진 것도 안타까워했다. "교회의 변화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기독교 본질은 인간사랑·구원
일상서도 하나님 만날 수 있어
교회 위해 예수님 오신 게 아냐
진정한 기독인은 성숙한 인간
십자가 의미인 자기희생 통해
사람을 구하는 일에 앞장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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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로 교회의 대면 예배가 쟁점이 되고 있다. 일부 교회에서는 예배가 교회 본질이고 기독교의 생명과 같기 때문에 신앙과 양심의 자유에 따라 결코 포기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기독교의 본질은 무엇인가.

"내 생각은 다르다. 기독교의 본질은 하나님의 인간 사랑과 구원이다. 하나님이 제일 사랑하는 게 인간이다. 교회는 하나님을 만난 사람이 너무 기쁘고 감사해 절대자인 하나님께 예배 드리는 곳이다. 즉 하나님과 예수를 만나는 곳이다."

▶코로나로 인해 대면 예배가 사실상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일부 교회들이 대면 예배를 고집하고 있는데….

"교회에서 예배가 중요한 것은 맞다. 많은 이들이 하나님을 만나고 싶어 한다. 교인들이 교회를 찾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하나님은 교회만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만나주신다. 꼭 교회에서만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인간이 살아가는 삶의 현장에도 찾아오신다. 곧 내 삶의 실제 속에서도 만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교회에 가는 주일(主日)보다 나머지 6일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기독교는 삶의 종교다."

▶정부에서 대면 예배를 못하게 하자 일부 기독교계에서 종교 박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면 예배 금지조치에 대해 종교 박해라고 하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 개신교의 본질이 하나님의 인간 사랑과 구원인데 정부가 인간을 살리기 위해서 대면 예배를 중단하라는 게 어떻게 박해인가. 대면 예배를 영구히 막는 것이 아니라 잠시 중단하는 것이고 온라인 예배도 있다. 오히려 개신교가 먼저 대면 예배 중단을 솔선수범해야 한다. 반 히틀러 운동을 벌였던 본 훼퍼 목사는 '예수는 타자를 위한 존재'라고 했다. 이 말뜻을 잘 되새겨봐야 한다. 진정한 기독교인은 성숙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희생을 통해 사람을 살리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십자가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라. 십자가는 죽음, 고난과 이를 통해 더 큰 삶을 살 수 있는 영광, 축복을 동시에 상징한다. 이 둘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늘 함께한다. 현재 많은 교회가 십자가의 영광과 축복만 강조한다. 그래야 신도를 많이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이들이 축복을 원하나 축복은 바란다고 그냥 오는 게 아니다. 고통이 있어야만 축복이 있다."

오늘날 교회는 신도 수 늘리려
십자가의 영광과 축복만 강조
신앙 본질 잊고 외형성장 집착
많은 곳이 2천년 前 과거에 매몰
시대에 따라 우리도 변해야 돼

▶교회는 뒤에 있어야지 앞장서 과시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셨는데.

"교회가 과시하려는 대표적인 것이 바로 신도가 몇 명이냐 하는 숫자다. 신도 모으는데 너무 많은 신경을 쓴다. 신앙의 본질을 잊어버리고 외형적 성장만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한 교회의 신도는 100명 이하여야 한다고 본다. 목사는 교회에서의 예배와 설교를 통해 신도의 신앙생활을 이끌어 주는 역할을 한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의 속은 모른다'라고 했다. 그만큼 한 사람의 마음을 제대로 알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신자가 많으면 어떻게 그들의 마음을 알고 이해할 수 있겠는가."

▶엘리트들이 교회를 많이 떠나는 이유가 무엇인가.

"시대에 따라 교회도 변해야 한다. 현재의 교회는 오늘을 이야기해야 하는데 많은 교회가 2천년 전의 과거에 매몰돼 있다. 대구가 보수적인 성향 때문인지 이런 현상이 더 심하다. 2천년 전 예수의 말씀을 오늘의 언어로 표현해야 이해가 가능하다."

▶목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후배 목사들을 만나면 '죄 중에 가장 큰 죄가 무엇이냐'고 묻곤 한다. 공부하지 않은 것이 큰 죄다. 기도·예배에만 몰두하는데 이와 함께 공부를 해야 한다. 끊임없이 공부해야 성경의 참뜻을 안다. 신학자 칼 바르트는 '성경만 가지고 외운 사람은 성경을 모르는 사람이다'라고 했다. 성경 공부만이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공부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깊은 산을 알려면 나무만이 아니라 산속에 있는 다양한 생명체를 알아야 한다. 한 손에는 성경을, 다른 한 손에는 신문을 들라고 권한다."

▶사회에 대한 폭넓은 시야를 가지라는 의미로 들린다.

"신문을 보라는 것은 현재 사회의 흐름을 알라는 것이다. 사회 문제들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하지만 집착해선 안 된다. 세상에 대해 도외시할 필요도 없고 세속적인 흐름에 편승해서도 안 된다."

나 목사는 인터뷰 끝에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성경에서 기독교를 잘 표현한 구절 하나를 들려줬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누구든지 저를 믿으면 구원하리라.' 이 말뜻을 늘 가슴에 두고 되뇌길 바란다고 했다. 하나님은 세상, 즉 인간을 사랑해 예수님을 보내신 것이지 교회를 사랑해 보내신 것이 아니기 때문에 늘 인간에 대한 사랑이 앞서야 한다는 설명이다. 교회는 하나님의 사랑을 완성하기 위해 봉사하는 곳이라는 사실도 잊지 말라고 덧붙였다.

논설위원 sy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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