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푹 빠져도 촉촉하고 부드럽고" 대구 동구 봉무공원 힐링 황토산책길을 아시나요

  • 김점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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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16   |  발행일 2020-09-16 제12면   |  수정 2020-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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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구 봉무공원 황토산책길을 찾은 시민들이 황토에 발을 담그고 있는 모습.

"어머 발이 푹푹 빠진다. 넘어질라 중심을 잡아."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친 시민들이 대구 동구 봉무공원 황토산책길을 찾고 있다.

대구 동구 봉무공원 황토산책길의 길이는 220m다. 살수장치를 설치해 황토 고유의 촉촉함과 부드러움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어른들에게는 옛 추억을,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추억의 장소다.

황톳길을 맨발로 걸으면 소화 기능 개선과 두통·피로 해소에 도움이 된다. 산책로 주변 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는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적이다.

지난 8일 찾은 황토산책길을 찾은 사람들은 신발과 양말을 벗고, 바지는 무릎 위로 걷어 올린 상태로 조심스럽게 황토 위에 발을 올려놓고 있었다. 신발에 조이고, 햇볕에 타고, 온갖 고난을 받은 발을 황토 위에 올려놓는 순간 낯선 감촉에 사람들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물기를 머금은 황토는 마치 반죽이 잘된 밀가루처럼 부드럽다.

수많은 발 모양과 무수한 발의 사연이 황톳길 위에 새겨졌다. 함께해서 행복했다고 새겨진 발들이 속삭인다. 오른편에는 찰랑찰랑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단산지. 길게 잎과 가지를 드리워 뜨거운 햇살을 막아주는 나무들. 눈앞으로는 보기만 해도 건강해질 것 같은 황톳길이 길게 이어진다. 길 끝에 자리한 세족장에서 시원하게 발을 씻으면 처음 길을 나선 듯 가뿐한 마음이다.

이복숙(65·대구시 수성구 신매동)씨는 "맨발로 걸으면 발가락과 발바닥에 있는 근육들이 고루 움직이기 때문에 신발을 신고 걸을 때보다 운동량이 증가한다. 찰흙 놀이를 하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하다. 건강을 챙기고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며 빙그레 웃었다.

김선이(64·동구 효목동)씨는 "걷는 것만으로도 왠지 유쾌해진다. 걸을수록 길이 짧아지는 것이 아쉬울 정도"라며 "한 발자국 두 발자국 도장을 찍듯이 걸었다. 맨발을 통해 땅의 기운이 몸속으로 흘러들고 몸 안의 잡생각과 번뇌가 맨발을 통해 빠져나가는 듯했다"며 즐거워했다.

글·사진=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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