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란의 스위치] '소녀가장·노동운동가 출신'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

  • 이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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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19   |  발행일 2020-09-19 제22면   |  수정 2021-06-27 13:55
"27년간 노동운동이 '임이자' 만들어…적극성·빠른 일처리 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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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 출신 생산직 근로자로 출발해 노동운동가로 자신을 갈고닦으며 재선 국회의원이 된 임이자 의원은 가정 형편이 어렵거나 취업난 때문에 고민이 많은 젊은이에게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 겸 국민의힘 제5 정조위원장인 임이자(상주-문경) 의원은 '김철안'(1912.4.4~1992.1.4) 이후 거의 70년 만에 탄생한 경북의 농촌지역 출신 여성 의원이다. '김철안'은 대한민국 건국 초기 여성운동의 기틀을 세운 대표적인 인물로, 경북 출신 첫 국회의원(김천)이자 재선 의원. 두 사람은 소녀가장으로 주경야독 공부했던 인생 역정, 대여 투쟁에 나서는 정치 스타일까지 닮았다. 최근 '이재명 경기도지사 철 없다'라는 발언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부터 이끌어내 화제를 모은 임 의원을 지난 11일 서울 성북구에서 인터뷰했다. 포기할 줄 모르는 집념, 어마어마한 맷집과 초긍정의 에너지가 돋보였다. 일 처리 '템포'가 너무 빠르고, 그립(grip·움켜쥠)이 세서 주변에서 따라잡기가 쉽지 않을 수도.

상주 화북면 산골 화전민의 딸
초등 4~5학년때 땔감 지게 져
고교 졸업후 안산서 공장생활
세 동생 대학 보내고 결혼시켜
직장·노조활동 하며 만학의 길
4~5시간 자며 죽기살기로 공부
최근 민노총 행태는 계급투쟁
회사 없는 노동조합은 불필요

상주·문경 내륙철도 이뤄낼 것
한복 명품타운 방안도 고민 중


▶수년 동안 '당당함'이 여성계의 화두가 되고 있다. 임 의원은 '걸 크러시' 현상을 이끄는 대표적인 정치인 중 한 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농촌 지역 출마가 쉽지 않았을 터인데.

"사실 처음에는 걱정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막상 가보니 달랐다. 여성들이 손을 꼭 잡고 당당해서 좋다, 여성 후보라 더 좋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여성이 여성을 찍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이제 옛말이다."

▶최근 국회 예결위에서 질의한 '이재명 경기도지사 철 없다'라는 발언이 화제를 모았다. 어떤 생각으로 그런 질문을 하게 되었나.

"재난지원금에 대한 책임은 홍남기 부총리에게 있다. 그런데 이 도지사가 '재난지원금 30만원씩 50번 100번 줘도 끄떡없다'고 했다. 국가부채가 많은 상황에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사정을 생각하지 않은 철없는 주장이다.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될까 걱정이다."

▶지난해는 패스트트랙을 저지하려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 성희롱 사건을 불러일으켰다.

"생각하면 지금도 불쾌하다. 문 의장의 고의적인 행동에 심한 모멸감을 느꼈다. 그런데 검찰이 모두 무혐의 처리했다. 참으로 개탄스럽다. 정당의 목적은 정권 창출이다. 대정부질문 등에서 뜻하지 않게 상대 당이 우리 당을 공격하면 준비한 것 접고 대응할 수밖에 없다. 내가 그런 역할 했다."

▶노동운동 과잉이 대한민국 경제를 어렵게 만드는 주된 요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임 의원은 노동계 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는데 이런 비판을 어떻게 보나.

"사실 과거 노동운동은 근로조건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런데 최근 민주노총 행태는 계급투쟁이다. 혁명을 통해 체제를 바꾸려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문재인정부의 반시장·친노조 정책은 경제를 어렵게 만들고 일자리를 없애고 있다. 그중에서도 일부 '특권노조'는 이기적인 이익집단으로 전락했다.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노동운동의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고 있다. 민노총도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때다. 법인체를 두고 노사가 힘을 합쳐야 한다. 노조원 없는 회사는 존립 안 되고 회사 없는 노동조합은 필요 없다."

▶왜 하필 정글 같은 정치판에 뛰어들었나.

"27세 때부터 노동운동을 했다. 매년 11월이 되면 머리띠 매고 노동자 총력투쟁 같은 행사를 한다. 그렇게 대중 집회하고 시위하고 파업해도 노동자를 위한 노동법 개정은 더뎠다. 10만명이 모여서 한강 둔치에서 머리띠 매고 데모를 한들 국회의원 1명만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조활동가들은 대개 진보정당에 들어가는데 왜 보수정당의 문을 두드렸나.

"자유와 평등은 동전의 양면이지만, 나는 그중에서도 '자유'가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그 맥락에서 보수 우파에 합류했다. 그러자 노동계는 배신자라 했다. 경영자는 노동자 편일 것이라고 후원을 안 했다. 힘들었다. 하지만 정치인은 신뢰, 책임, 균형감각이 중요하다고 보고 소신있게 의정활동을 펴고 있다. 우리당 내 노동전문가로서 기업과 노동자 양측을 오가며 타협점을 만들고 있다. 균형 감각을 잃지 않고 노동문제에 접근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21대 국회가 출범하면서 부산권의 한 초선 의원의 역경을 이겨낸 인생 스토리가 공개됐다. 보수진영을 새롭게 보는 계기를 제공했다. 그런데 임 의원이야말로 전형적인 흙수저 출신 아닌가.

"농부도 부러웠던 상주 화북면의 한 산골짜기 화전민의 딸이었다. 아버지가 13년 동안 앓다가 돌아가셨다. 어머니가 이웃집에 품앗이를 하며 우리를 키우셨다. 2남 2녀의 맏이인 저는 겨울철이면 깊은 산으로 올라가 해가 지기 전에 구슬땀을 흘리며 땔감을 구했다. 초등 4~5학년 때부터 지게를 졌다. 그래서 키가 작다.(웃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경기도 안산으로 갔다. 어머니가 먼저 반월공단에 위치한 공장의 구내식당에 취업해 직원들의 식사를 준비하는 일을 했다. 나도 고교 졸업하고 뒤따라 안산으로 가 생산직 근로자로 취직했다. 완제품이 박스로 나오면 대리점이나 유통점으로 보내는 검수 역할을 맡았다. 30년 넘게 안산에서 살면서 세 동생을 다 대학까지 공부시키고 결혼도 시켰다. 그 이후 저도 야간대학에 들어가 법학 공부를 할 수 있었다. 당시 교수가 사법 고시하라고 했는데 직장생활과 노동운동을 겸하는 만학도로서는 엄두를 낼 수 없었다. 학업에 따라가기 위해 4~5시간 자며 죽기 살기로 공부했다. 그 습관이 의정활동에 큰 도움이 된다."(웃음)

▶소녀가장으로 살면서 힘들 때 자기를 어떻게 다잡았나.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 30대 중반쯤이었을까, 자괴감이 몰려왔다. 한동안 자기계발서를 닥치는 대로 읽었다. 공통적인 내용이 긍정적 사고를 가지라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계획을 세웠다. 지금 국회의원이 된 것도 그 계획 속에 있던 것이다. (웃음) 앞으로 80세까지 로드맵이 다 되어 있다."

▶노동운동은 어떻게 하게 됐나.

"회사에 들어가 2년쯤 되었을까. 같은 고졸이었지만 사무직과 생산직의 차별이 있음을 알고 모멸감을 느꼈다. 급여는 물론 명절 선물, 유니폼 등 많은 것이 달랐다. 그때 눈에 띈 것이 '근로기준법 해설책'이었다. 그걸 읽어보니까 노동자의 권리 등이 다 나와 있었다. 노조 결성에 나섰는데 제가 다니던 대림수산(현 사조대림)에는 부산본사에 노조가 있었다. 차선책으로 대림수산 안산지부 노조를 결성해 지부장 역할을 맡았다. 그 뒤 27년간 한국노총에서 경기본부 상임부의장, 중앙본부 여성위원장·부위원장 등을 지냈다. 노동운동은 지금 저 '임이자'를 만들었다. 지역 주민들에게 빠른 일 처리와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것은 모두 노동운동을 통해서 연마했다."

▶가정 형편이 어렵거나 취업난 등으로 고민이 많은 젊은이에게 조언을 하면.

"노동 개혁이 되어야 젊은이를 위한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 당은 국회의원 수가 너무 적다. 하지만 4차산업에 맞는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 절대로 가정 형편이 어렵다고 해서 꿈까지 포기하면 안 된다."

▶지역구인 상주-문경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내륙철도가 추진되고 있는 문경·상주·김천 구간만 딱 단절되어 있다. 교통 복지를 경제적 관점으로만 생각해선 안 된다. 철도 건설 제대로 해야 농촌지역에도 (수도권) 사람들이 찾지 않겠나. 상주·문경 내륙철도 꼭 해내겠다."

▶상주에는 올해 한복진흥원이 들어섰는데.

"한복진흥원 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사실 지방의 소멸을 막기 위해 '문화'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문화 콘텐츠를 잘 개발해 지역문화를 수도권에 알리는 게 중요하다. 그 차원에서 상주의 명품 중 하나인 명주와 한복을 활용해 상주를 '명품타운'으로 만드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임이자 의원

△1964년 출생 △상주 화령고, 경기대, 고려대 노동대학원 졸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경기본부 여성위원회 위원장,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 △제20대 국회의원(자유한국당 비례대표), 제21대 국민의힘 국회의원(상주-문경)


이영란 논설위원 yr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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