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단상] 대권후보 가뭄 국민의힘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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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19   |  발행일 2020-09-19 제23면   |  수정 2020-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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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묵 정치평론가

한국갤럽은 매월 '앞으로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를 한다. 9월에도 했다. 여기에서 국민의힘 등 야권 후보는 사실상 전멸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22%), 이낙연 대표(21%) 순으로 더불어민주당 판이었다. 8월에 9%까지 치솟았던 윤석열 검찰총장을 포함,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각 3%에 그쳤다. 여야 경쟁이란 표현 자체가 민망하다. 이대로 대통령선거를 한다면 해보나 마나다. 다음 대선은 18개월 정도 남았다. 국민의힘에 희망의 불씨조차 없는 것일까.

최근 30년간 대선을 되짚어보자. 6번이었다. 확고한 후보를 갖고 있던 정당이 승리한 경우가 대다수다. 92년 김영삼, 1997년 김대중, 2012년 박근혜, 2017년 문재인이다. 이들은 선거 몇 년 전부터 '경쟁자 없는' 당내외 영향력을 유지했다. 도전자가 있긴 했지만 의미 있는 경쟁은 아니었다. 당내 경선을 거쳐 대통령이 됐다. 반대 사례도 있다. 확고한 후보가 있었지만 진 경우다. 2002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다. 새천년민주당 측의 병풍 조작 등이 영향을 미쳤지만 본인이 책임져야 할 패인은 헤아릴 수조차 없이 많다. 2007년 한나라당은 또 달랐다. 승리 확실한 후보를 두 명이나 가졌다. 이명박·박근혜는 용호상박이었다. 두 사람 간 '전쟁'이 그 후 10년간 당 내외에 깊은 상처로 남았다.

2002년 대선은 특이했다. 겉으로만 보면 한나라당 이회창, 새천년민주당 이인제 구도가 유지됐다. 대선 1년 전까지 이회창 총재는 압도적 주자였다. 이것이 민주당을 자극했다. '무난한 2등'을 벗어나기 위한 집권 민주당의 '기획'이 움트도록 한 것이다. 김대업씨 병풍 조작은 어찌 보면 덤이다. 본질은 '노무현'이란 신상품을 만들어낸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노무현 만들기'는 앞으로 정치분석가들의 꾸준한 취재 대상이다. 단편적 정보에 따르면 그의 사자후 연설 장면을 당원들에게 배포한 주역이 바로 DJ였다고 한다. 가능성을 점검해 본 것이다. 그런 전략은 적중했다. 2002년 대선 시장에서 재고품은 신상품에 밀렸다.

2020년 국민의힘 가게에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을 물건이 아직 없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나경원 전 의원은 재활용 대상이고, 원희룡 제주지사는 상품성이 아직 뚜렷하지 않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홍준표 전 대표, 김태호 의원은 아직은 남의 가게에 진열돼 있다. 2002년 1월 대선의 해처럼 '확고한 2등'조차 없다.

최근 30년 대선은 그에 대한 답을 주고도 남는다. 대선 18개월 전 판도는 참고사항에 불과하다. 사고의 폭을 넓히면 정치에 불능이란 없다. '이 사람은 이래서 안 되고, 저 사람은 저래서 안 된다'는 식은 패배 예약에 다름 아니다. 국제정치처럼 국내정치에서도 영원한 친구, 영원한 적이 없다. 쥐를 잡으려면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상관없다는 유연함이 중요하다.

미스터 트롯이든 슈퍼스타K든 신선한 방식의 대선 후보 선출도 좋다. 윤석열 검찰총장처럼 처음부터 참여가 어려우면 임기(2021년 7월 말)를 마친 후 지각 승차도 좋다. 2002년 노무현-정몽준 연대처럼 발상 전환의 기획 또한 장려할 만하다. 대선 후보 가뭄이 국민의힘에 위기가 아니라고 한다면 허세임이 분명하다. 지레 포기하면 위기는 당면 현실이 된다. 위기를 역전시킬 수 있는 노력이 당장 있어야 한다. 그 주역은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돼야 한다.
최병묵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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