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일 대기총 대표회장 인터뷰…"전광훈 발언은 반교리적…신앙의 정치세력화 안 돼"

  • 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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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21 07:58  |  수정 2020-09-21 08:00  |  발행일 2020-09-21 제21면
"'대기총, 한기총 하부조직'은 오해
아무 상관 없는 완전히 별개 조직
일부 교회 코로나 물의 일으켰어도
대다수는 방역준수, 치켜세워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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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일 대구기독교총연합회 대표 회장. <대구기독교총연합회 제공>

"전광훈 현상을 보면서 기독교에 염증을 갖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앙은 정치세력화될 수 없고, 돼서도 안됩니다. 신앙이 이념화되면 그것은 신앙이 아니죠."

전광훈 현상과 코로나 집단감염 등으로 기독교에 부정적 이미지가 계속 덧칠되면서 비판과 자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기독교가 처한 위기와 문제점, 돌파구에 대한 이야기를 장영일 대구기독교총연합회(대기총) 대표회장에게 들어봤다.

장 대표회장은 기독교의 주된 문제점에 대해 교단 분열과 선교 경쟁을 꼽았다.

"교단이 100개 이상에 이를 정도로 심하게 분열돼 있다. 신학적 용어로 그리스도는 한 몸인데 몸이 조각난 것으로 병이 든 셈이다. 또한 '개교회 성장주의'로 교단별 선교 경쟁이 심화하면서 성장주의, 기복주의, 물신주의가 자리 잡았다. 교회의 본질이 사랑과 평화인데, 교회 안에 사랑이 없고 평화가 없는 표리부동한 점이 교회의 약점 중 약점이라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전광훈 현상은 기독교의 곪았던 부분이 터진 것"이라면서 "기독교 복음의 메시지는 세상에 기쁜 소식을 전하는 것이고 그것은 사랑과 평화이다. 이를 강화해 나가는 기독교 문화 재부흥 운동을 일으켜 나가야 한다"는 소망을 전했다.

그러면서 장 대표회장은 대구기독교총연합회가 전 목사가 대표로 있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하부 조직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면서, 아무런 상관이 없는, 완전히 별개의 조직이라고 거듭 밝혔다.

"사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5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 개신교의 대표 단체였어요. 하지만 5년 전부터 내적 분열이 일어나고 대형 교단이 이탈해, 극소수의 교단과 선교단체가 남아 있는 중에 전 목사가 대표 회장이 됐어요. 현재는 대형 교단이 이탈해 만든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이 개신교 대표 단체라 할 수 있습니다."

▶극우 성향의 정치집회와 신성모독 발언 등 교계 안팎에서 물의를 빚고 있는 전광훈 목사에 대한 생각은.

"예장(예수교장로회) 고신, 합동, 통합 등 주요 교단에서 전 목사를 이단옹호자로 규정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극히 극우파적인 전 목사로 인해 나머지 교단 전체의 이미지가 색칠당하고 있다 보니 각 교단 총회에서 강하게 거부 반응을 하는 분위기다. 정치 발언은 자유지만 전 목사의 '하나님도 내 말 안 들으면 죽어'와 같은 반교리적 언사는 인정할 수 없다. '교회에서 애국운동을 하려면 목회를 그만두고 정치로 나가라'는 것이 대다수 교회의 입장이다."

▶극우 집회 등의 영향으로 '기독교=보수'라는 등식이 생기고 있어 일부 교인들이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전 목사는 예장 '백석'에서 제명을 당한 인물인데, 다시 동료를 모아 교단을 만들어 목사직을 수행하고 있다. 사실 이것도 기독교의 허점이다. 전 목사가 보수적 신앙 색깔을 띠며 보수 교인들을 끌어들인 포인트는 '반공'이었다. 현 정부가 공산주의화되고 있다고 부르짖는 것이다. 보수 기독교는 공산주의가 될 것 같은 위기감을 느끼면서 휩쓸려간 측면이 있다. 시간이 흘러가면 교인들도 분별이 될 것 같다."

▶코로나 집단감염이 일어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면 예배를 고집하는 일부 교회로 인해 기독교 전체 이미지가 추락하고 있다.

"대구의 기독교 교회의 60%가 대구시의 집단금지 행정 명령 전에 온라인 예배를 드렸다. '일주일에 1시간~1시간30분 마스크 쓰는 등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예배를 보는 것인데, 이렇게 손가락질 받을 일인가' 억울하다고 호소하는 교인들이 있다. 일부 교회가 코로나로 물의를 일으켜 할 말은 없는데, 나머지 교회에 대해서는 언론과 시민들도 치켜세워주는 지혜도 필요하다. 기독교는 각종 사회봉사와 교육·문화 변혁에 이바지하고 있고 신앙으로 코로나로 인한 우울감·답답함 등을 치유하는 정서적인 안정 기능도 한다."

▶코로나19로 언택트 예배가 늘고 있다. 이로 인해 신도들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하는데 기독교의 미래를 어떻게 내다보나.

"온라인 예배가 계속되면 이는 습관이 된다. 목회자로서 교인들이 예배당에 안 오고 교회를 멀리하게 되는 것이 한국 교회가 코로나로 인해 맞닥뜨린 위기라 생각된다. 앞으로 제2·제3의 코로나가 나올 가능성이 있는 것은 사실 종교의 위기다. 현재로서 마땅히 내놓을 만한 답이 없지만 계속 찾아나가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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