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느티나무외줄진딧물

  •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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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22   |  발행일 2020-09-22 제27면   |  수정 2020-09-22

느티나무외줄진딧물은 느티나무에 가장 흔히 생기는 벌레다. 벌레는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이 벌레가 만드는 혹은 흔히 볼 수 있다. 봄에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는 느티나무 잎의 뒷면에서 즙액을 빨아 먹는다. 이때 애벌레의 흡즙 자극에 의해 잎의 뒷면은 오목하게 들어가고 잎 표면에는 표주박 모양의 혹이 생긴다. 이 혹이 커지면 성충이 된 벌레가 그 속에서 번식을 한다. 번식한 벌레는 날개가 있어 5~6월에 대나무로 이동해 뿌리 부근에서 여름을 나며, 그 후세가 가을에 다시 느티나무로 돌아온다. 느티나무에 자리를 잡은 성충은 교미를 하여 알을 뱃속에 품는다. 이후 성충은 나무껍질 틈으로 들어가 알을 뱃속에 품은 채 죽는다. 어미의 몸은 겨우내 알이 얼지 않도록 지켜주는 보호막 역할을 하다가 봄이 다가옴에 따라 풍우에 마모돼 흩날려 없어지고, 무사히 봄을 맞은 알은 애벌레로 부화한다. 버드나무·단풍나무 등에 피해를 주는 박쥐나방은 이와 딴판이다. 가을에 산란기가 되면 공중을 날아 다니면서 그냥 땅에 알을 함부로 떨어뜨려 놓는다.

추미애의 아들 병역문제가 좀처럼 잠잠해질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잠잠해지기는커녕 중학생 시절의 해외 의료봉사 활동에 추 장관 자신의 정치자금 문제까지 들춰져 더 복잡해지고 시끄러워지고 있는 형세다. 이 와중에 조국은 자신의 딸과 아들에게 해를 가한 것으로 생각되는 사람들에 대해 고소가 '이뤄졌다'며 나머지도 '가만두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 두 고관대작의 자녀 문제를 두고 벌어지는 싸움을 관전하는 국민의 마음은 착잡? 허탈? 상실감? 종잡을 수 없다.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말이 고도로 민주화됐다는 현재에도 유효함을 실감한다. 자식을 편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같지 않겠는가. 다만 알아서 편의를 봐줄 교수도, 눈치껏 전화해 줄 보좌관도 없는 것이 문제다.

자기 몸이 부서질 때까지 알을 품는 느티나무외줄진딧물이나, 알을 함부로 땅에 뿌리는 박쥐나방이나 모성 본능은 같다. 그저 누대에 걸쳐 살아온 환경이 다를 뿐.

이하수 중부지역본부 부장·나무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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