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식의 산] 의성 북두산

  • 유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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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25   |  발행일 2020-09-25 제36면   |  수정 2020-09-25
작년 산불로 정상 일대 숯검정…연리지도 불에 타 아쉬움만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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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일대의 산불로 숯검정의 나무들.


평소 같으면 피서객들로 붐비는 의성군립공원 빙계계곡유원지지만 입구에서부터 차단막을 설치해 차량 진입을 막아두었다. 빙산사지 5층석탑과 빙혈 입구도 막아 관광객 출입을 막았다. 태풍이 지난 뒤라 유실된 계곡을 정비하는 손길 외에는 인적을 찾아볼 수가 없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는가 싶더니 등산모임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이 들리자 산을 찾는 인구도 일시적이기는 하겠지만 크게 줄었다. 마을을 지나 유원지를 빠져나가는 빙계교를 건너 들머리가 되는 공터에 승용차 3대가 주차된 게 고작이다. 상수원 물탱크가 있는 넓은 주차장을 막아두어 오른쪽 공터에 차를 세우고 들머리를 찾는다. 춘산면으로 이어지는 지방도를 따라 약 200m를 걸어 나가니 오른쪽으로 파평 윤씨 무덤을 지나면 오른쪽으로 비포장 농로가 나 있다. 잡풀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어 길이 희미한데 등산로 안내리본이 몇 장 걸려 있다. 5분 정도 들어가면 작은 물길을 건너 계곡을 따라 농로가 계속 이어져있다. 지도에 기내기골, 쑥식골로 표기된 계곡인데 평상시에는 수량이 거의 없는 좁은 골짜기다. 10분 정도 평탄한 농로를 따라 오르니 길은 희미해지고, 왼쪽 산 사면에 리본이 걸려 있다. 태풍이 지나면서 등산로를 따라 물길이 만들어지면서 직선에 가까울 정도로 깊이 파져있다. 들머리에서 이 지점까지 길을 찾아 능선까지 오르면 이후는 산길이 선명하게 나 있다.

붐비던 이곳도 코로나로 인적 드물어
태풍 탓에 정비하는 발길만 뜨문뜨문
잡풀 무성하게 자라 등산길 희미한데
들머리서 쑥식골 들어서면 선명한 산길

송이움막 지점 지나면 오롯한 능선길
사이사이 오솔길 있어 잘 따라올라야
찾는 이 적어 안내리본도 안걸려있어
빙계계곡 물길은 한반도 지형 닮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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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머리의 무지개다리(왼쪽)와 빙산사지 5층 석탑.

가파른 경사에 빗물에 쓸려 내려간 마사토가 깔린 길이라 미끄럽고 위태롭기까지 하다. 20분 정도 오르니 소나무가 빼곡한 능선에 올라서게 된다. 능선을 경계로 군데군데 송이 채취 지역을 알리는 현수막과 끈으로 막아둔 곳이 있다. 퇴색되고 낡은 것으로 보아 지난해에 설치한 듯 보인다. 작은 봉우리를 하나 넘으면 무덤 한 기를 만나는데 뒤돌아보면 빙산(310m)뒤로 금성산(530m), 비봉산(671m)이 건너다보인다. 다시 가파른 오르막길이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능선은 바위지대로 정상 방향으로 뻗어있고, 정상은 그 너머에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송이 움막으로 보이는 지점을 지나면서부터는 오롯한 능선길이 이어지는데 사이사이 오솔길이 많이 나있어 정확히 능선을 따라 올라야 길을 잃지 않는다. 등산로에 주렁주렁 걸린 안내 리본은 이 산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을 정도다. 그만큼 찾는 이가 적다는 이야기다. 능선이 완만해지며 정상과 비슷한 높이의 봉우리위에 서게 된다. 596m 봉우리인데 왼쪽은 북두산·매봉산·큰한티재로 가는 길이고, 정상은 오른쪽 건너에 보인다. 몇 해 전에 빙계온천이 있는 현리 2리 마을회관에서 출발해 선암산, 매봉산, 복두산을 돌아 빙계온천으로 내려간 적이 있는데 겨울이어서 그나마 조망이 괜찮았던 기억인데 이 구간은 사방이 숲에 가려 조망이 어렵다. 완만한 경사의 능선을 따라 안부에 내려썼다가 15분 정도 오르면 북두산 정상에 닿는다.

지난해 봄 산불로 인해 정상 일대의 나무들이 숯검정을 하고 있다. 정상 역시 숲에 가려 조망은 어렵다. 묵은 헬기장 한쪽에 벤치 두 개가 놓였고, 불에 그슬린 이정표와 구조위치를 알리는 사각 기둥이 서있다. 헬기장 주변에 야생화 솔채가 가느다란 줄기 끝에 보라색 꽃을 피웠고, 벤치 바로 뒤에 소나무 두 그루가 서로 가지가 붙어 연리지로 자라다가 불에 타 죽어있다. 동행한 후배가 연리지 소나무를 보더니 "한 날 한 시에 죽었네요. 짠하네요. 짠해." 하산은 오르던 정면 방향인데 불에 탄 소나무 사이로 길이 희미하다. 30~40m만 내려서면 마사토 길이다가 바윗길을 반복하며 능선으로 이어져 분명한 등산로를 만난다. 안부를 지나 작은 봉우리에 올라서면 '산불조심, 빙계온천'으로 적은 표지목을 만난다. 왼쪽 방향은 빙계온천이 있는 현리 방향이고, 오른쪽 북쪽방향이 빙계계곡으로 가는 길이다. 10분 정도 능선을 따르면 마주한 선암산 뒤로 팔공산, 화산·오른쪽으로 금오산까지 조망되는 전망바위를 지난다.

나지막한 오르내림을 반복하며 작은 물웅덩이 두 곳을 만난다. 흙탕물인 걸 보니 조금 전까지만 해도 멧돼지가 목욕을 즐겼던 모양이다. 소나무가 주를 이루는 숲 아래에 취나물과 삽주가 하얗게 꽃을 피우고 있다. 북두산과 빙계계곡 방향을 표시한 낡은 이정표를 지나면서 정면으로 금성산과 비봉산을 마주보고 걷게 된다. 오른쪽 아래에 내려다보이는 빙계계곡을 휘돌아나가는 물길이 흡사 한반도 지형을 닮았다. 바윗길에 밧줄이 묶여 있다. 산 전체에서 처음으로 만나는 안전시설물이다. 가파른 내리막을 20분 정도 내려서면 오른쪽에 무덤 한 기를 지나고 두 갈래로 갈라지는데 조금 더 내려가면 합쳐지는 길이다. 5분 정도 더 내려서면 빙산사지와 빙혈 앞 무지개다리를 건넌다. 막아두어 들어가지는 못하고 입구에서만 둘러보고 도로를 따라 10분 정도 걸으면 오전에 출발했던 빙계교 옆 공터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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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길잡이

빙계교 -(15분)- 계곡 갈림길 -(1시간20분)- 596m봉우리 -(20분)- 북두산 정상 -(20분)- 빙계온천 갈림길 -(15분)- 바위전망대 -(50분)-무지개다리-(15분)- 빙계교

경북 8승에 속하는 빙계계곡을 중심으로 한 바퀴 돌아내려오는 북두산은 찾는 이가 적어 휴일임에도 승용차 몇 대만 보일 정도이고, 안내리본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때 묻지 않은 산이다. 빙계교를 건너 선암산 일대 안내도를 지나 들머리 찾기에 주의하면 어려운 점은 없다. 소개한 코스를 한 바퀴 돌아내려오면 약 6.8㎞로 비교적 짧은 코스지만 경사가 심해 4시간 정도 넉넉히 잡아야한다.


☞교통

대구에서 출발하면 중앙고속도로 군위IC에서 내려 간동삼거리까지 되돌아 나와 우보 방향 919번 지방도로를 따라 우보까지 간다. 우보면소재지에서 28번 국도를 따라 금성면까지 간 다음 우회전으로 68번 지방도로를 따라 약 5.5㎞를 가면 가음면소재지를 지나 삼거리를 만난다. 직진으로 빙계계곡 방향으로 1㎞ 거리에 현리교를 건너 좌회전으로 진행하면 빙계계곡유원지가 나온다. 유원지를 빠져나가는 빙계교를 건너면 왼쪽에 주차장이 있다. 내비게이션: 경북 의성군 춘산면 빙계리 891 (빙계교 앞 주차장)


☞볼거리

빙산사지 5층석탑=보물 제327호인 빙산사지 5층석탑은 인근 금성면 탑리리 5층석탑(국보 제77호)을 본떠서 건립한 석탑이다. 석탑은 단층의 받침돌 위에 5층의 몸돌과 지붕돌을 올린 모습으로, 모전석탑의 형식을 갖추었다. 바닥 돌은 16장의 돌로 구성되었고, 그 윗부분에는 받침돌의 면석을 받치는 홈이 파여 있다. 면석은 15장의 돌을 조립하여 구성하였는데, 각 면마다 1개의 가운데 기둥을 두어 넓은 면석을 구분하였다. 덮개돌은 8장의 돌로 이루어졌으며, 그 위에는 몸돌을 받치기 위해서 비교적 높은 굄돌을 따로 놓았다. 빙산사지 바로 옆에 빙혈· 풍혈이 있는데 한여름에는 얼음이 얼고, 겨울에는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구멍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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