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맛집] 예천 향토음식 '태평추' "태평하지 않은 세상, 묵 먹으며 시름달래"

  • 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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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25 08:14  |  수정 2020-12-04 07:47  |  발행일 2020-09-25 제11면

태평추
대구 불로시장 내에 위치한 불로묵가의 '태평추' <불로묵가 제공>

'태평추가 뭔지 아느냐'는 물음에 고개를 갸우뚱한다. 태평소가 떠오르면서 '악기인가'라고 머릿속에 말풍선을 그리고 있는데 음식이란다. 그런 이름의 음식이 있다고? 대체 정체가 뭐야?

태평추는 돼지묵전골의 일종으로 경북 예천의 향토음식이다. 양념에 재운 돼지고기와 묵은김치, 야채를 넣고 볶다가 멸칫국물 육수를 붓고 채 썬 묵, 김 가루, 깨소금을 얹어 만든다. 녹두묵에 고기볶음·미나리·김 등을 섞어 만든 궁중음식인 탕평채가 경북에 전해지면서 서민들이 먹는 태평추가 됐다고 한다.

태평추 예찬론을 펼쳤던 안도현 시인은 "문자에 어둡던 옛사람들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다는 탕평의 의미를 잘 몰랐을 것이다. 그래서 탕평채를 태평추로 잘못 알아듣고 묵을 데워 먹을 때 이 이름을 줄곧 써온 것으로 보인다. 세상은 태평하지 않았으니 묵을 먹을 때만이라도 태평성대를 꿈꾸었던 것"이라는 글을 쓴 바 있다.

대구 동구의 불로시장 내 '불로묵가'(053-985-8557)에서 처음 접한 태평추는 묵을 주재료로 한 김치찌개 같았다. 예천이 고향인 황영진 사장의 어머니가 집에서 해주던 그 레시피 그대로란다. 묵의 부드러운 맛과 김치가 우러나온 국물의 칼칼한 맛, 돼지고기와 야채의 씹히는 맛이 묘하게 어울려 입안을 감싼다. 술안주로도 안성맞춤이라 불로막걸리와 궁합이 그만이다. 태평하지 않은 세상에 태평성대를 꿈꾸며 태평추에 막걸리 한잔, 좋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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