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미중 카르텔…미·중 사이 낀 한국, 더 영악해져야 살아 남는다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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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25   |  발행일 2020-09-25 제12면   |  수정 2020-09-25
대립하는 듯 상호 의존 美中
전쟁보다 담합 이득이 더 커
줄 세우기 희생양 안 되려면
'극단' 아닌 기민하게 대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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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중국 쓰촨성 청두주재 미국 총영사관에서 한 남성이 미국 영사관 현판을 제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왼쪽). 같은 날 미국 총영사관 앞에 몰려나온 시민들이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들어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한 책들을 심심찮게 만나볼 수 있다.

코로나19 등 전 세계적으로 큰 이슈가 있을 때면 어김없이 미국과 중국의 관계도 함께 주목받는다.

미국과 중국 간 관계에 우리나라도 관심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는 뭘까.

현재 분단 상태인 한반도는 미국·중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연관 관계가 있는 데다, 우리나라에선 '미국을 좋아하느냐, 중국을 좋아하느냐'가 정치적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반미(反美)'는 1980년대 운동권의 구호이기도 했다. 구호와 행동이 얼마나 일치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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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서 지음/ 후마니타스/ 364쪽/ 1만8천원

미국과 중국은 표면적으로 여전히 긴장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열린 포럼에서 "미국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미국과 중국 간 전략적 경쟁이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나라도 미중 갈등 장기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책 '미중 카르텔'은 현재 미중 관계가 대립보다는 일종의 '카르텔'에 가깝다고 주장한다. 양국의 역사는 이른바 '갈등적 상호 의존의 역사'라고 정의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미국과 중국의 갈등과 경쟁도 국제 질서 안정을 대전제로 하는 '카르텔'이라는 대전제 아래에서 전개된다는 것이다.

"미중 갈등이 허구라는 것은 아니다. 양국은 전 지구적 코로나 사태에서조차 상대방을 비난하고, 타이완과 남중국해에서 대립각을 세워 왔다. 그렇다면 우리는 미중 갈등의 성격을 좀 더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26쪽)

책은 총 17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으며, 1장부터 9장까지는 '투키디데스 함정이라는 유령' '미국, 장제스, 마오쩌둥의 삼중주' '한국전쟁이라는 파국- 스탈린의 미중 갈라놓기' '중국의 개혁 개방과 달러 체제로의 편승' 등의 제목으로 시기순에 따라 미중 관계를 설명한다. 10장부터 15장까지는 '타이완 딜레마' 등 미국·중국과 직·간접적인 관련성을 갖고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이슈들을 분석한다. 16장에서는 미중 관계의 미래를 전망하며, 17장 '친미와 친중 사이- 한반도는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책은 끝을 맺는다.

책은 미중 관계를 19세기부터 이어진 큰 그림으로 설명한다. 양국관계에서 미국은 일관되게 문호개방정책을 주장하며 경제 이익 확보를 우선 목표로 삼았고, 중국은 미국과 협력해 주변국의 위협이나 국제 문제에 대응하려는 '원교근공' 전략을 추진해 왔다는 것.

"미중 관계는 경쟁은 하지만 그 경쟁은 전체 구조를 붕괴시키지 않는다는 대원칙 아래에서만 진행된다. 카르텔은 경제학 용어다… 강대국 간 관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전쟁으로 인한 비용보다 담합으로 인한 효용이 크기 때문이다. 심지어 국제정치에서는 카르텔을 법적으로 공식화하기까지 한다."(27쪽)

물론 상대방이 담합을 깰 수 있다는 경계심이 상존하기 때문에 카르텔 구성원들 사이에 갈등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한반도에서 미중 관계는 어떤 의미를 지닐까.

저자는 미중 관계가 한반도의 미래를 결정하는 핵심 변인 중 하나라고 본다. 또 미국과 중국 양국에도 한반도 문제는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한미 동맹 강화를 선택해야 할까. 아니면 대중국 관계를 강화해야 할까.

책은 이에 대해 분석해나가며 친미냐 친중이냐를 두고 벌어지는 우리나라의 진영 논쟁을 '자기 파괴적'이라며 걱정스럽게 바라본다.

"한국은 무엇을 해야 할까. 무엇보다 전술적이어야 한다. 한미 동맹 강화든, 한중 관계 강화든 그것은 관념이 아니라 현실에 기반해야 한다. 외교정책이 진영논리에 빠질수록 '자기파괴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럴수록 미중 양국은 손쉽게 한국을 줄 세울 수 있다. 미국은 '공고한 한미 동맹'을 들어, 중국은 경제를 무기 삼아 한국을 압박할 것이다."(314쪽)

결국 친중 관계든 남북 관계든 '극단'이 아닌 현실적이고 기민한 대응책을 찾아갈 필요가 있다고 책은 강조한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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