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공간, 문화가 되다 .1] 대구 문화재생사업 현주소

  • 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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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28 08:06  |  수정 2020-09-28 08:11  |  발행일 2020-09-28 제20면
구도심 역사적 공간·산단 유휴지 재활용…문화재생 '투트랙' 추진

버려진 폐공간과 유휴공간에 문화를 입혀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문화 재생사업'은 세계적인 화두가 됐다. 원래의 기능을 다 한 공간이 예술과 휴식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새로운 존재 이유와 가치를 부여 받는 것이다. 전국 지자체들이 적극적으로 문화 재생사업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대구에서도 중구를 필두로 구도심 재개발이 대대적으로 진행되면서 오래되거나 기능을 잃은 산업시설과 유휴공간의 활용방안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대구시와 기초지자체는 앞다퉈 방치된 산업시설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폐산업시설 및 유휴공간 재생사업'을 다양하게 진행하거나 검토하고 있다. 이에 영남일보는 전국 여러 지역의 폐공간을 매력적인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사례를 소개하면서, 벤치마킹할 점을 찾아 지역의 폐공간 및 유휴공간의 재생사업에 대한 보다 바람직한 방향과 대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또한 버려진 것들의 가치 재발견, 문화와 아이디어의 중요성과 기여도, 재생의 효과 등에 대해서도 숙고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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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비축기지 복합공간 특화
비대면 콘텐츠제작 접목 구상
내년 상반기 개발콘셉트 확정
성서산단 휴폐업지 활용도 검토
국내 최초 안경공장의 대변신
안경·패션·관광·의료 등 결합


◆문화재생사업 방향 '투트랙'

현재 대구시가 추진하고 있는 문화재생사업의 진행 방향은 투트랙이다.

하나는 재개발이 활발히 진행 중인 구도심의 폐공간 중에서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지닌 공간을 매입해 그 공간의 의미를 재조명하고 시민들이 참여하고 관심을 가질 만한 경쟁력 있는 문화콘텐츠로 채우는 것이다. 대구근대골목 인근 등 구도심의 폐공간을 활용해 작지만 시민 접근성이 좋은 문화 재생공간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것이 대구시의 계획으로, 여러 사업을 검토 중이다.

다른 하나는 산업단지의 폐공간이나 후적지를 지역민들을 위한 문화공간, 지역 예술인들의 창작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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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비축창고에서 특화된 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될 예정인 이현비축기지 창고. 〈영남일보 DB〉

◆이현비축기지, 특화된 복화문화공간으로

대구시가 현재 진행 중인 대표적인 폐산업시설 재생사업은 대구 서대구산업단지 내 이현비축기지다. 1974년 준공된 이현비축기지 창고 1개동을 보존해 문화예술공간으로 화려하게 부활시키는 사업이다.

농림부(현 농림축산식품부)의 양곡 창고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서 위탁 운영해 오다, 2016년 말 대경권 안심 비축기지 준공으로 그 기능이 이전되면서 2017년 6월 말 폐쇄된 곳이다.

이 창고는 높이 8.2m로 안에 들어서면 시야가 확 트이는 공간이라 전시장·공연시설 등으로 리뉴얼하기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대구시는 이곳을 비대면 문화콘텐츠 제작 장소, 예술인 창작 공간, 시각 예술, 미디어아트 등 보다 특화된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현재 대구경북연구원에서 타당성 검토 용역을 진행 중이며, 올해 말 용역 결과를 보고 내년 상반기에 콘셉트를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대구시 문화예술정책과 관계자는 "이현비축기지 창고는 공간 높이가 높아 활용도가 좋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문화에 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이곳을 비대면 문화콘텐츠 제작 장소, 초실감 영상 기술을 접목한 라이브셰어 공간 등으로 활용하는 구상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대구시는 성서산단 휴·폐업 공장을 시민과 지역 예술인들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나게 하는 사업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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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안경공장인 국제셀룰로이드 부지가 시민 문화공간으로 재탄생된다. 국제셀룰로이드공업사 옛 모습. 〈대구시 제공〉

◆국내 최초 안경공장 터도 문화공간으로

국내 최초 안경공장 부지도 시민 문화재생 공간으로 다시 태어난다.

지난 6월 대구시와 한국안광학산업진흥원의 대구 북구 '국제셀룰로이드 부지 재생안'이 문화체육관광부 '유휴공간 문화재생 기본구상방안 연구대상지 공모'에 최종 선정되면서 연구 용역이 진행되고 있다.

국제셀룰로이드는 1946년 설립된 대한민국의 최초 안경 공장으로 한국 안경산업의 발원지다. 지금은 공장 터가 유휴공간으로 남아 있으나 보존 가치와 활용성을 크게 인정받은 곳이다.

시와 진흥원은 내년 1월까지 연구용역을 완료하고 2025년까지 이곳을 안경, 문화, 패션, IT, 의료, 관광을 결합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할 방침이다. 시설 리모델링과 기록화 작업을 통해 80여년의 제조역사를 보유한 안경산업의 역사와 가치를 기록물로 남기는 한편, 전시공연·문화체험·창작지원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기획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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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주도로 이뤄진 대표적인 폐산업시설 재생사업 시설인 대구예술발전소 전경. 〈영남일보DB〉

◆대구예술발전소 공간활용도 높이는 방안도 고심

대구 중구 수창동의 연초제조창 별관 창고를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시킨 대구예술발전소는 대구시 주도로 이뤄진 대표적인 폐산업시설 재생사업 시설로 꼽힌다. 하지만 공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일부 방치되기도 하는 등 새 활력을 불어넣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지난 5월 아트숍, 북카페(카르멜), 키즈 문화 교육·체험공간 등 신설 및 공간재배치를 통해 새단장하며 변화를 꾀한 바 있다. 이에 더해 대구시는 대구예술발전소 인근의 KT&G 유휴부지를 추가 확보해 대구예술발전소와 연계시키면서 공간활용도를 높이는 방안을 중·장기적인 과제로 삼고 있다.

한편, 전통시장의 경우도 대구 수성구의 동성시장 문화예술거리 조성사업의 우수사례를 벤치마킹해 미임대 점포를 창작 공간으로 재단장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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