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지대] 정당의 퇴행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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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28   |  발행일 2020-09-28 제25면   |  수정 2020-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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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 (정치학)

정당없는 민주주의는 상상할 수 없다. 정치학자 샤츠슈나이더가 말한 것처럼 정당은 "민주주의의 창출자"이자 "민주주의를 작동"케 할 수 있는 중심 구조이기 때문이다. 정당이 민주적 정당성을 가지려면 사회 균열을 반영하고, 부분을 대표하는 정치조직으로 기능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행정적 차원에서 야당보다 압도적 자원과 수단을 보유하는 집권여당은 물론이고 정권 탈환을 노리는 야당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87체제의 민주화 3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정당체제는 불안정하다. 권력 획득은 자신들의 사익편취를 위한 도구로 전락하고, 국민 대표라는 허울 속에 시민위에 군림하며 강경 지지층에 복무하는 파당에 불과한 존재로 추락하고 있다. 당명 개정과 당색, 로고 변경은 일상이 되었고 분당과 해체, 통합은 패거리의 이합집산과 구분하기 어렵다. 최근 제기된 여야 국회의원들의 행태는 정치적 퇴행 그 자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휴가와 관련된 이슈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발언은 일일이 소개하기도 민망하다. 이른바 문파(문빠)라는 집단은 추미애의 퇴진이 검찰개혁의 후퇴로 연결되고 이는 문재인정권의 레임덕과 보수의 집권으로 이어진다는 도식적 공식에 매몰돼 있다.

국민의힘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국회 대정부질문 내내 기-승-전-추미애로 일관한 야당은 전략부재와 대체세력으로서의 무능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민생과 관련한 질문이어야 되는 것이 대정부질문이지만 현안으로 제기된 문제를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 그러한 불가피성을 인정하더라도 추미애 공격이 야당 전략의 모든 것인양 올인하는 야당 행태 역시 구태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민주당 소속 김홍걸 의원이 제명되고, 이상직 의원과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은 탈당했다. 검찰에 의해 기소된 민주당 윤미향 의원에 대해 당 차원에서 아무런 조치가 없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정당들은 이들을 국회 윤리위에 제소조차 하지 않았다. 국회 윤리위가 사실상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상황은 정치적 담합과 사적이익에 복무하는 한국정치의 비도덕성과 반윤리성을 그대로 노정한다. 이는 제도화만으로 정치가 혁신될 수 없다는 사실을 방증하고 있다. 제명과 탈당은 국회의원직 유지가 전제되는 것이므로 여야 정당의 조치들은 국민에 대한 책임의식의 부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국회의원들의 이러한 비도덕과 몰염치를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치철학자 샹탈무페는 그의 저서 '민주주의의 역설'에서 "민주주의에서 인민주권의 원칙은 거의 낡아빠진 것으로 치부된다"며 "이는 '민주주의의 빈곤'을 초래한다"고 한다. 정치일반에 적용될 수 있는 말이지만 한국정치에 정확하게 들어맞는 지적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이 우리 국민을 살상한 만행에 대해서 민주당 의원들이 보인 행태는 추미애 장관 사건 때 보여준 모습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시민의 대표로서가 아니라 특정 진영과 파벌을 위해 존재하는 정치배들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집단이익에 매몰되고 정치윤리가 실종된 한국정치의 익숙한 광경들이지만 정치는 점점 퇴행의 심연으로 빠져들고 있다. 추미애 변수로 곤경에 처한 여권은 북한 만행으로 더욱 궁지에 몰렸으나 김정은의 사과 한마디로 다시 프레임 전환과 함께 되치기를 시도 중이다. 이것도 한국정치의 역동성인가.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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