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에 속은 70대 어르신과 손자를 끝까지 설득한 경찰'

  • 피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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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27 14:29  |  수정 2020-09-27 14:52  |  발행일 2020-09-27
강시복
강시복 경장
권태복
권태복 경사

경북 안동에서 경찰과 은행 직원의 협력으로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사건을 막았다.

27일 안동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4일 오후 1시32분쯤 안동의 한 농협에서 "어르신이 거액의 현금을 찾는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태화지구대 권택복 경사와 강시복 경장은 1천만 원가량의 현금을 찾아 나가려는 A(74)씨를 막아섰다.

거액의 현금을 어디에 쓸 것인지 묻는 강 경장의 질문에 A씨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손자에게 주려는데 경찰이 왜 그러냐"고 했다.

'손자가 왜 큰돈이 필요한지' 묻자, A씨는 더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A씨와 경찰관의 실랑이는 1시간 가까이 이어졌고, 급기야 함께 A씨의 집으로 이동해 손자 B(22)씨와 대면했다.

B씨는 경찰을 보자"1금융권 대출을 받기 위해 기존 대출을 해지했는데, 오후 3시까지 원금을 먼저 갚지 않으면 신용불량자가 된다는 상담원의 전화를 받고 할아버지에게 부탁한 것"이라고 했다.

권 경사는 전형적인 대출을 빙자한 보이스피싱임을 직감했다. 권 경사는 "이 경우 대다수 피해자들의 휴대전화엔 이미 불법 악성코드가 깔린 상태인 것도 예감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B씨의 휴대전화에 찍힌 번호로 전화를 걸자 은행 직원을 사칭한 상담사와 연결됐다.

권 경사가 자신의 휴대전화로 금융권 대표번호로 사실관계 확인하자 악성코드로 인해 보이스피싱 조직의 개인번호가 대표번호로 변경돼 수신되는 것을 확인해줬다.

뒤늦게 보이스피싱에 당한 사실을 알아챈 A씨와 B씨는 긴 한숨과 함께 가슴을 쓸어내렸다.

B씨는 "그동안 '보이스피싱에 당했다'는 말이 남의 말인 줄 알았다. 나는 절대 당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정말 보이스피싱 조직들의 교묘한 수법이 혀를 내둘 정도다. 끝까지 설득해 보이스피싱을 막아 준 경찰관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권 경사 등은 A씨와 B씨에게 스마트폰 내 불법 악성코드 및 어플리케이션을 백업하도록 조치 안내했다.

한편 안동경찰서는 최근 보이스피싱 예방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은행 직원에게 표창장을 전달했다.

피재윤기자 ssanae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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