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우려되는 대구시립합창단 노동조합

  • 김봉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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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0-08 07:59  |  수정 2020-10-08 08:01  |  발행일 2020-10-08 제17면

김봉규
김봉규〈전문기자〉

대구콘서트하우스 건물에 다시 '대구콘서트하우스 관장 퇴진' 등의 플래카드 3개가 지난달 29일 나붙었다. 대구시립합창단원들이 소속된 전국공공운수노조 대구시립예술단지회 명의로 되어 있다.

지난 6월에도 나붙어 2개월 가까이 붙어 있었다. 두 번 모두 합창단 상임지휘자 선정을 둘러싸고 불거진 합창단원들과 관장의 갈등·대립으로 인한 볼썽사나운 모습이다.

그 과정과 내막을 나름대로 취재하며 지켜본 바로는 노동조합 측의 이번 행동에 대해서는 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오히려 합창단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발전을 저해하는 모습이라고 생각된다.

지난번에는 관장이 노조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 갈등이 봉합되면서 지휘자 선정을 위한 절차가 진행돼 왔다. 그런 과정에서 노조가 3명의 후보 지휘자 중 A씨를 선호하며 그가 지휘자로 선임되기를 원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당초 그는 객원지휘 무대에 섰던 다른 지휘자들에 비해 능력이 떨어진다는 평을 듣고 있었으나 갑자기 분위기가 바뀐 것이다.

노동조합은 29일 플래카드와 함께 '예술단감독심사위원회의 파행 운영을 초래한 콘서트하우스 관장의 책임을 묻는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도 발표했다.

성명서를 통해 심사위원 구성에 대한 문제점 등을 제기하며 예술단감독심사위원회 운영 과정에 드러난 문제점 보완, 심사위원회 파행 운영에 책임이 있는 관장 용퇴, 향후 심사위원회에 합창단원 대표 참여 보장 등을 요구하면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전면적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달 22일 지휘자 선정을 위한 심사위원회가 끝난 다음 날, 결과가 발표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A씨가 자신이 탈락된 사실을 알고 대구시 부시장을 찾아가 이의를 제기하며 항의했다고 한다.

또한 노조 대표는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을 찾아가 5~6시간 동안 심사위원 구성과 심사 과정 등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며 따졌다고 한다. 대구시는 이번 지휘자 선임 과정이 어느 때보다 신중하고 엄격하게 진행되었고, 노조의 각종 이의 제기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밝혔다.

노동조합이 합창단원들의 의견을 모아 결정했다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노조가 설득력이 부족한 요구를 담은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의 행동을 하고 있으니 비판의 소리가 높을 수밖에 없다. 합창단 노조와 A씨 간의 여러 가지 소문을 더욱 사실로 여기게 만드는 행동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대구음악협회 이치우 회장은 "황금직장을 가진 합창단원들에 대한 비판과 불만의 소리가 높은 데도 불구하고 발전 노력은 하지 않고 편안함만 추구하며 무리한 요구를 계속하는 것에 공감할 수 없다. 시립합창단에 세금을 투입하는 것보다 대구오페라하우스에 절실한 상설합창단을 만들어 지원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합창단원들은 본분을 잊지 말고 새로 취임한 지휘자와 마음을 모아 열심히 노력, 실력을 높이고 존재감을 높여 시민들의 큰 박수와 사랑을 받는 대표적 합창단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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